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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달아오른 배당 논쟁

  • 2014.06.16(월) 10:28

배당이 뭔지 모르는 분은 거의 없으실텐데요. 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소유지분에 따라 기업이 이윤을 분배하는 것. 이것이 배당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주식을 사는 주주는 기업의 성장성과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고 응당 기업이 낸 이익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물론 기업이 장사를 잘하면 주가가 자연스럽게 오르고 주주들은 자본이득을 취하게 되죠. 하지만 기업이 벌어놓은 이익이 모두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기업이 돈을 벌어 쌓아두는 유보현금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도 하고 위험에도 대비하는 알토란 같은 돈이죠. 하지만 이 돈이 과연 기업만의 것이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부분 말할 겁니다. 당연히 기업을 소유한 주주들의 몫도 담겨있겠죠.

 

그래서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 일부를 배당합니다. 현금일 수도 있고 주식일 수도 있고 때로는 기업이 직접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 주주들에게 보답합니다.

 

그렇다면 배당 규모는 누가 결정해야 할까요. 엄밀히 보면 배당은 기업의 고유권한입니다. 기업이 현 재무상황과 앞으로의 업황을 감안해 판단해야 하니까요. 돈이 많다고 모두 배당을 하라고 누구도 강요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제대로 배당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면? 당연히 주주들은 화가 나겠죠. 과거에도 이런 적정배당에 대한 논란은 있어왔지만 2014년은 어느 때보다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은 배당과 지배구조

 

과거엔 주가가 많이 오르고 기업들은 번 돈으로 다시 투자하기 바쁘다보니 배당을 안해도, 못해도 별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과 증시 부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면 배당에 대한 시선도 급변했습니다. 시중금리가 떨어지고 주식수익률도 변변치 못하니 배당주 펀드가 뜨고 고배당주에 새삼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것이죠.

 

최근 증시에서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입니다. 예전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면 남북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먼저 떠올렸지만 요즘은 달라졌습니다. 한국 증시가 7년간 2000포인트에 갇혀 있는 이유가 바로 배당과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요. 한국 기업들은 배당에 짜기로 워낙 유명하고 그 뒤에는 기업들의 낮은 배당성향과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들도 할말이 있습니다. 그동안 유보현금으로 투자를 해야했고 빚도 갚아야 했고 금융위기 이후 수익도 예전만 못해졌습니다. 그나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기업들이 현금을 쌓으며 리스크 관리를 했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는 항변도 나옵니다.

 

저성장·저금리는 이들의 설득력을 조금씩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하지도 않거니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투자할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외도 있겠죠. 정보기술(IT)기업들의 배당이 줄어든 것으로 나오는데 휴대폰의 경우 분기마다 유행이 바뀐다고 합니다. 이를 따라잡으려면 기업들도 무던히 돈을 활용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따져보면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보다는 배당을 늘려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더 높습니다.

 

배당은 상속세 조달원과 내수촉진제?

 

배당은 다른 측면에서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지면서부턴데요.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계 2,3세들의 승계와 상속을 위해서는 현금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이렇다보니 배당을 늘리게 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습니다. 그동안 배당 요구에 뒷짐만 지고 있던 삼성전자와 같은 대그룹들이 어쩔 수 없이 배당을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게 됐습니다.

 

또 하나는 바로 내수 부진인데요. 경제성장 둔화는 기업들의 이익부진과도 맞물리지만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는 부진한 내수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의 배당을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주주들이 받는 배당이 늘면 이를 소비하면서 내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입니다. 언뜻 보면 정말 그럴싸하지만 기업과 주주들이 내수를 살리기 위해 배당을 늘려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띠게 된 모양새입니다.

 

다시 이들 기업 입장으로 돌아와보죠. 기업들은 이런 항변도 하더군요. "배당을 많이 하면 많이 한다고 난리고 오너들이 죄다 가져간다고 또 난리다." 실제로 오너 일가가 대부분인 재계는 물론 대주주 지분이 대부분인 곳에서 소위 황제배당을 해 논란을 사기도 합니다.

 

기업들이 새겨들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배당을 어느정도 하는 게 맞는지 머리만 싸맬 뿐, 배당의 적정 여부에 대해서 누구도 상세히 설명하거나 적극적으로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주들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기업 스스로 적정배당 가치를 찾고 이해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죠.

 

기업, 적정배당 가치 산정에 충실한가

 

지난 12일 '한국 기업의 현금흐름과 배당정책 포럼'을 찾은 한 대학교수는 "한 기업에서 이사 자격으로 배당 여부를 승인해야 하는데 기업이 제시한 지표는 고작 과거 배당률과 동종업계 배당률 비교가 다였다"고 합니다. 경쟁사가 이만큼 하고 작년에 이만큼 했으니 올해 이만큼 하겠다는 건데 정작 기업 상황은 고려되지 않은 채 단순비교 지표만 제시받다보니 적정배당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또 일부 기업들은 배당 여력이 되고 배당 요구가 높은데도 주주들의 이런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는 곳도 있습니다. 기업 고유의 결정권한임을 들어 이들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결국 배당을 늘리려는 주주의 입장과 가능한 유보하려는 기업의 입장은 영원히 상충할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주주의 요구가 정당할 수도 있고 기업의 상황이 절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결론을 내린다면 그간 둘 모두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에 소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또 배당이 크든 적든 주주와 기업을 모두 이해시킬 수 있는 절충점인 적정배당 가치를 찾도록 하는 것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주는 적정배당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기업 역시 이를 찾고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오해와 비판을 사지 않을테니까요. 정책당국 역할도 꽤 중요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배당 여력이 있고 요구가 있는데도 과도하게 현금만 쌓아놓은 기업을 제재하거나 배당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둘 모두 결코 쉽지는 않지만 마침 정책당국은 모두 고민해 볼 참입니다. 

 

이런 제안도 눈길을 끌더군요. 한국 기업들은 기업설명회(IR)에도 인색합니다. 1800개가 넘는 상장기업 중 IR을 하는 곳은 200여곳에 불과하니까요. 배당의 적정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 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하고, IR이 그 합리적인 경로가 될 것이란 주장입니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동안 배당 이슈는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적정배당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돼 왔습니다. 어찌보면 꽤 진부한 이슈라는 것이죠. 하지만 기업 배당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정책 차원에서까지 이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짧지 않은 증시 역사에도 불구, 과거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이에 비춰보면 지금이 절대 놓쳐선 안될 호기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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