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경품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보험서비스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홈플러스는 29일 회사명의로 사과문을 내면서도 문제가 된 보험서비스 사업을 계속 할지 말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힘들게 쌓은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경찰 수사 등으로 회사 분위기가 쑥대밭이 될 처지라면 수습책으로 사업포기를 선언하고 과거와 단절을 꾀하는 게 상식적인 수순인데 홈플러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 홈플러스의 신유통 사업
보험서비스팀은 홈플러스 신유통사업을 지탱하는 3대 축(금융·알뜰폰·리빙)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유통사업이란 금융이나 통신, 여행 등 무형의 서비스를 파는 사업인데요. 마트에 갔다가 보험을 들거나 카드도 만들고, 알뜰폰을 개통한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홈플러스는 이런 서비스를 신유통이라 부르고 별도의 본부를 둬 사업을 진행합니다. 본부 직원이 50명 가량 된다네요.
이번에 문제가 된 보험서비스팀은 고객 개인정보를 제휴보험사에 넘겨 수익을 내거나 그렇게 가입한 사람들이 낸 초회보험료의 3배 정도를 보험사로부터 받았습니다. 개인정보로 장사를 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불법은 아니라고 합니다. 경품응모를 할 때 자신의 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데 고객 스스로 동의했기 때문이라는 게 홈플러스의 설명입니다.
◇ 연간 200억 매출 때문에…
그렇다면 홈플러스는 얼마나 벌기에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
지난 6월 공개된 홈플러스의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홈플러스가 수입 수수료로 거둔 매출은 3700억원 가량입니다. 이 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매장이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홈플러스에 낸 수수료가 차지한다고 합니다. 약 5%가 신유통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이라고 하니 홈플러스가 보험·카드·여행·이사·알뜰폰 등 신유통사업에서 거둔 매출은 한해 2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많으면 많다고 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연간 1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홈플러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합니다. 보험서비스팀의 매출은 그보다 훨씬 적습니다.
그런데도 홈플러스가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성장에 대한 고민 때문으로 보입니다. 소비부진과 영업규제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그나마 돈이 되는 사업을 떼낸다는 것은 회사로선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더구나 여론에 밀려 그만둔다면 비단 보험서비스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겠죠.
이 일이 선례가 되면 골목상권 침해, 갑을문제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영역에서 홈플러스는 줄줄이 사업을 접어야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홈플러스·홈플러스익스프레스·365플러스 등 홈플러스가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업이 골목상권·갑을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 테스코 꿈꾼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눈치도 보일 겁니다. 사실 신유통사업의 원조는 테스코입니다. 테스코는 1997년 스코틀랜드 왕립은행과 합작해 은행을 설립했고, 그 뒤 통신사업과 디지털 음원사업도 했습니다. '대형마트가 상품만 팔아 돈을 버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무형의 서비스도 판매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지금도 테스코는 신유통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이를 벤치마킹했습니다. 2002년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유통에 새로운 사업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연구했고 이듬해 제휴카드와 대출상품 등을 출시합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대형마트 처음으로 플러스모바일이라는 알뜰폰 사업을 전개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따라서 홈플러스가 보험서비스 사업을 포기하려면 영국 테스코에 대한 설득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수행하는 것도 결국은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의 몫이겠죠.
올해초 직원들 앞에서 "금융, 통신, 보험, 여행 등 신유통서비스를 강화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채널에서 다양한 유형의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겠다"고 했던 도 사장으로선 면목없는 일이겠지만요. 실적부진으로 최고경영자가 바뀌는 테스코 경영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됩니다.
◇ 직원 개인만 책임져라?
홈플러스 내부에선 경품행사를 활용해 보험서비스 사업을 하는 것에 부정적 여론이 많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어떻게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품행사에 응모하는 사람들은 매년 줄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만 해도 경품행사 응모자는 재작년 330만명에서 작년에는 300만명으로 10% 가량 줄었습니다. 올해 초 수천만원짜리 다이아몬드를 내걸고 행사를 진행한 것도 어떻게든 응모자를 끌어모으려고 했던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소액의 상품을 다수에게 줄수도 있지만 이 경우 경품에 응모하는 사람들이 많진 않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홈플러스가 차일피일 해법을 미루는 동안 소비자들의 불신이 쌓여간다는 점입니다.
홈플러스는 사과문을 언론에 뿌렸을 뿐 매장에 게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홈플러스가 이번 사건을 직원 개인의 비리로만 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고객은 자신이 찾는 홈플러스에서 비리가 일어났다며 분노하고 있는데, 정작 홈플러스는 고객의 눈높이와 정서를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비칩니다. 매출부진에서 벗어나려고 대형할인행사를 진행 중인데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등을 돌릴까 걱정스럽기도 했겠죠.
홈플러스의 신유통사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을 팝니다.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상품, 소비자가 그런 상품을 구매할 때 신경 쓰는 게 뭘까요? 판매자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일텐데요. 곧 신용이고 신뢰죠. 홈플러스가 이를 가볍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 고객이 원하는 것
월간지 '신동아'는 10년전인 2004년 4월호에 '지구촌 초우량기업을 찾아서'라는 기사를 냈습니다. 테스코 사례가 나와있는데요. 그 기사 말미에 이런 언급이 나오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는 테스코 사람들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순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 명제를 얼마나 실현하느냐에 따라 국내 1위, 세계시장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국내 유통업체들의 명암이 달라지지 않을까.
홈플러스는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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