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유망한 대체투자 투자처로 세컨더리(Secondary) 시장과 이머징 지역이 매력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시장 가운데는 일본과 독일, 미국 남부 지역이 유망한 곳으로 꼽혔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16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 금융투자협회 세션에서 국내외 대체투자 전문가들은 이같이 전망했다. 또한 해외 대체투자 운용능력에서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금융사들의 경우 어느정도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소규모라도 일단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조언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금투협을 포함한 8개 증권 유관기관의 협력체인 자본시장발전협의회 주최로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가운데 금투협이 마련한 세션에서는 국내 주요 연기금의 해외 대체투자 계획을 점검하고 글로벌 금융사의 다각적인 투자 및 수익창출 사례를 종합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돼 큰 호응을 얻었다.
▲ 2016 한국 자본시장 컨퍼런스 |
◇ 해외 세컨더리펀드·이머징 쪽 유망
해외 대체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망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갈수록 쉽지 않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해외 세컨더리펀드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점쳤다.
세컨더리펀드는 투자대상에 직접 투자하는 프라이머리(Primary)펀드와 달리 벤처캐피털이나 사모펀드 등 다른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에 투자하는 재간접투자 펀드다. 사모펀드끼리 투자회수에 실패한 투자자산들을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기는 구조로 보면 된다. 세컨더리펀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로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존 스티븐스 포모나캐피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컨더리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최근 3년간 긍정적인 성과를 냈고 유동성이나 시장 성장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수년간 유망하다"고 말했다.
갓윈 챈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아시아 PE 헤드도 "세컨더리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미 450억달러에 달하는 시장으로 크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상당한 물량을 꾸준히 공급하고 있고, 투자위험과 지역 위험별 세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투자 비중이 적은 이머징 마켓도 매력적인 것으로 전망됐다. 슈테판 슈스케 BC파트너스 회장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대 중이고 아시아 투자자들의 관심 또한 높다"며 "앞으로 아시아 기관투자가(LP)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앞선 챈 헤드 역시 "단기적으로 신흥시장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좋아 보인다"며 "미국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보다 4~6%포인트의 추가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양영식 국민연금공단 해외대체실장은 "지난 2015년 현재 12%인 아시아 및 이머징 마켓에 대한 자산배분을 중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독일·미국 남부쪽 부동산이 뜬다
주요 대체투자 대상인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전망이 쏟아졌다. 토루 반도 모간스탠리 이사는 "저성장이 전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장기성장률을 밑돌 전망이지만 부동산 투자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며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 세계적으로 폭락할 우려 또한 없으며 안정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매력적인 딜을 찾고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최고의 투자처를 찾으라"며 "레버리지(차입)를 적절히 활용하면 추가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망 지역으로는 일본과 독일 등 유럽, 미국 남부지역이 꼽혔다. 일본 도쿄의 경우 임대료가 직전최고치보다 25~30%가량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스테판 울프 APAC리엘이스테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온라인 거래 급증으로 물류 관련 활동이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된 독일 주요 도시들의 부동산 투자가 앞으로도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페어리드캐피탈파트너스의 벤자민 카오 이사는 성장률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고, 부동산 가격 상승여력이 여전히 큰 미국 남부지역이 해외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했다.
◇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조언 잇따라
아직은 해외 대체투자에 서툴 수밖에 없는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조언도 잇따랐다. 특히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실력이 부족하다며 국내 기관투자들에게 부족한 점을 직접 질문하기도 했다.
양영식 국민연금 실장은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해외투자처만 소개하고 직접 자기자금을 출연하는 것을 꺼리면서 리스크를 덜 지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희중 우정사업본부 행정사무관도 "국내 증권사들은 리스크 프리(Free)로 가려고 하지만 리스크를 안고 넘겨야만 수수료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했다.
해외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해외 대체투자 진출을 주문했다. 반도 이사는 "적시를 기다린다면 진입시점을 못찾게 되고 수익실현을 위한 매도 시점 결정도 마찬가지"라며 "일단 시장에 들어가야 하고 학습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테판 울프 CEO도 "첫 발을 내딛여 현지의 좋은 파트너를 물색하라"며 "해외 투자자들 또한 독자적으로 하기보다는 파트너를 구한다"고 조언했다. 카오 이사 역시 "일단 진출해서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사람들이 몰려는 곳에서는 기회가 사라지는 만큼 남들이 가지 않는 부동산 투자처를 모색하는 것으로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 금투협, 글로벌 가교 역할 자처
한편, 이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금투협이 정한 글로벌 대체투자 트렌드 및 전략 주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금투협은 저금리 시대로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연기금이 대체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해외 네트워크나 투자처 발굴, 인력 부족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봉착했다고 판단해 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대체투자 주제에 걸맞는 생생한 정보 제공을 위해 이날 패널 토론자들로 글로벌 금융사와 국내 연기금 소속 전문가들을 다수 초청해 연사 구성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평가다.
금투협은 앞으로도 회원사와 연기금이 공동으로 해외 대체투자에 참여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글로벌 가교 역할을 자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