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10년간 업계 1위를 이어온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리는 '무풍지대'였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에도 11연패 위업을 가볍게 달성하며 또 다른 10년 신화의 시작을 웅장하게 예고했다.
오히려 1위를 제외한 자리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노는 물이 달랐던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의 도약이 특히 도드라졌다. KB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꿰찼고, 한화자산운용도 2계단이나 점프하면서 4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한국투신운용과 신한BNP자산운용은 반대로 2계단이나 추락하면서 각각 5위로 7위로 내려앉았다.
28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운용자산 20조원 이상인 12개 자산운용사의 별도 순익은 407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6% 급증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운용사의 전체 운용자산(AUM, 설정원본 기준)은 909조7401원으로 1년 새 10.6% 늘어나며 9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그러나 작년 전체 순익이 갑절 가까이 급증한 데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3분기에 거둔 일회성이익 1185억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실적을 제외한 나머지 11개사 순익은 2436억원으로 전년대비 20.3% 증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익 1639억원을 벌어들이며 감히 넘볼 수 없는 규모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3분기 이미 전체 자산운용사 순익의 절반 가까이 해치우며 11연패를 일찌감치 찜해 작년 4분기 성적 확인은 의미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일회성이익은 장부가격보다 지분을 싸게 사면서 발생하는 회계상의 수익인 '염가매수차익'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말 미래에셋 계열의 사실상 지주회사 미래에셋캐피탈에 2500억원(발행주식 149만6252주·주당발행가 3만3350원)을 출자해 2대주주(지분 29.5%)로 부상하면서 대규모의 지분법이익이 발생했다.
1위와 달리 영원한 2위는 없었다. 연초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존재감을 과시한 KB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결국 2위 자리를 낚아챘다. KB자산운용의 순익(588억원)은 3년만에 최대로 2013년 당시 부동산펀드 소송 관련 충당급 환입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2위 자리를 아쉽게 내준 삼성자산운용도 평소 페이스를 유지하며 선방했다. KB자산운용과의 격차는 50억원 안팎이다. 삼성자산운용(540억원) 또한 사상최대 행진을 이어갔고, 작년 4분기(120억원)만 놓고 보면 KB자산운용(116억원)을 다시 제치며 올해 역시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도 지난해 제대로 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화생명이라는 든든한 원군을 등에 업은 덕분이다. 작년 1분기에 이어 작년 4분기에도 투자일임 운용보수가 대거 유입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이익 규모를 시현했다. 반면, 경쟁자들의 약진으로 2015년 3위에 빛났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후퇴는 뼈아파 보인다. 2015년과 엇비슷한 이익으로 제자리에 머물면서 2계단이나 내려앉았다.
100억원대의 이익으로 상위그룹에 한참 뒤처지는 NH아문디자산운용(145억원), 신한BNP자산운용(114억원), 키움자산운용(114억원), 하나UBS자산운용(111억원)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순위 경쟁에 큰 의미는 없지만 NH아문디자산운용은 순익이 34% 뛰며 무려 3계단이나 뛰어올랐고 신한BNP자산운용은 순익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5위에서 7위로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