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과 1등이 손을 꽉 잡았다. 금융과 정보기술(IT) 업계 거물인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끈끈한 제휴 자체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발돋움 중인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제휴에 따라 5000억원 규모의 상호 투자로 자기자본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자사주 매입 효과와 함께 잠재적인 매물(오버행, overhang) 부담도 덜었다. 무엇보다 초대형 IB를 뛰어넘어 디지털금융 신사업 진출 등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얻게 될 새로운 과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옛 대우증권을 인수할 당이 주당 취득금액인 1만6518원에 훨씬 못미치는 1만550원에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저가 매각 논란도 일고 있다. 이 가격은 주당순자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 8조 초대형 IB 에 한 발 더 성큼
지난 26일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디지털금융 사업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서 상대방 회사의 자사주를 5000억원 규모씩 매입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자사주 4739만3364주를 주당 1만550원에 네이버에 매각하고, 네이버 주식 56만3063주(1.71%)를 주당 88만8000원에 취득한다.
자사주 매각으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그만큼 늘어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다만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하지만 이연법인세 처리가 반영되면서 자기자본은 38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이연법인세는 기업회계로 산정하는 과세금액과 세무회계로 계산하는 과세금액이 서로 다를 때 그 차이를 처리하는 회계상의 항목을 말한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 규모여서 이번 제휴와 함께 자기자본이 7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자기자본이 7조1000억원 선으로 늘어나면서 미래에셋대우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 등을 허용하는 자기자본 8조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 자사주 매입 효과 '톡톡'…재무효과 제한적
자기자본 확대와 함께 자사주 매각에 따른 잠재 매물을 해소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확보한 지분은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자사주 규모가 1억5775만주(23.7%)에 달했고, 이른바 '오버행' 부담으로 존재했다.
오버행은 주식시장에서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대규모의 잠재적 대기물량을 뜻하며 통상적으로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간 미래에셋대우에도 오버행 부분이 주식가치 할인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의 제휴로 자사주 규모가 16.6% 선까지 줄면서 오버행 부담을 많이 덜었다.
다만 자사주 매각에 따른 재무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연결 자기자본 기준은 올해 말 기준으로 7조3288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주당순자산가치(BPS)는 1만3665원에서 1만3182원으로 3.5% 감소한다. 주당순이익(EPS) 또한 784원에서 717원으로 8.5% 줄면서 주가순이익비율(ROE)이 0.2%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 1배 이하에서 매각됐고, 이연법인세 발생으로 주식 가치도 희석됐다"며 "네이버의 예상 배당금이 1500억원에 불과해 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대우 주식이 P/B 1배 이하에서 매각됐다는 것은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보다 낮은 상태에서 팔렸음을 의미한다.
미래에셋대우가 옛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주당 1만6518원에 취득한 주식을 네이버에 1만550원에 매각한 점도 부담이라는 평가다.
◇ 미래산업 확장 가능성에 더 주목
이처럼 실질적으로 주가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지만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가 제휴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해갈 가능성은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지난해 네이버와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투자조합을 결성하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로봇,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자율 주행, 헬스케어, 스마트홈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우수업체들을 발굴·육성해왔다. 셀트리온과 GS리테일과도 손을 잡으며 미래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으로 IT와 금융업계의 거물이 머리를 더욱 가까이 맞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금융 관련 인공지능(AI) 연구와 국내외 첨단 스타트업 기업 발굴 작업 등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KB증권은 "미래에셋대우가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한 네이버의 플랫폼을 활용할 경우 시너지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미래에셋대우의 신금융 및 디지털금융에서의 성장 발판 마련에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자사주 활용 방식으로 추가 유상증자 가능성을 낮췄고 초대형 IB 8조원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며 "네이버와의 협업 시너지 기대감도 높아 주가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주요 사업 영역에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미래 가치에 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