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의 신성장투자본부 인력이 미래에셋캐피탈로 상당수 이동했다. 최근 같은 이름의 신성장투자본부를 신설한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신성장 투자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한곳으로 집중되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의 사업 영역 또한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미래에셋캐피탈의 몸집을 키워 지주사 강제 전환 요건에서 벗어나려는 포석도 엿보인다.
◇ 신성장 투자 캐피탈로 집중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신성장투자본부가 미래에셋캐피탈로 이전한다. 신성장투자본부를 이끌어 온 정지광 본부장을 비롯해 본부 인력 상당수가 이동했다. 신성장투자본부는 지난해 미래에셋대우가 신성장 산업 투자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등 미래산업에서 투자 대상을 발굴해 투자해왔다.
신성장투자본부는 기존에도 특정 사업부문 소속이 아닌 독자본부로 운영됐다. 본래 신성장투자팀으로 출발해 본부조직으로 격상했다. 정지광 본부장은 미래에셋대우 내 최연소 임원으로 자기자본 투자(PI)와 구조화 금융(PF) 부서 등을 거친 후 창업지원팀과 경영혁신추진님을 이끌며 미래에셋 내에서 신성장 투자에 가장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그동안 미래산업 투자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네이버와 4차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 투자조합 펀드를 결성했고, 올해는 셀트리온, GS리테일과도 연이어 신성장투자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 그룹 내 캐피탈 역할 커질 듯
신성장투자본부가 미래에셋캐피탈로 통째로 옮겨가면서 미래에셋금융그룹 내 미래에셋캐피탈의 역할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최근 투자금융 부문을 신설하고, 이구범 부동산114 전 대표를 부문대표로 선임하는 등 신규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앞서 기존에 있던 신기술투자본부와 별도로 신성장투자본부를 따로 신설했고, 여기에 미래에셋대우의 인력이 대거 이동하면서 힘을 보태게 됐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신성장 투자를 주축으로 하는 신기술 사업금융과 리스·할부금융 비즈니스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번에 미래에셋대우의 신성장투자본부를 옮기면서 미래에셋캐피탈이 사업 확장을 통해 자산 규모를 늘리는데 일조할 전망이다.
◇ 지주사 전환 요건 해소 포석도
미래에셋캐피탈의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두고 다른 평가도 나온다. 미래 먹거리인 신성장산업 투자를 비롯한 사업 확장을 통해 자산 규모를 늘려 지주사 강제 전환 요건을 벗어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금융지주사법에 따르면 특정기업의 계열사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해야 한다.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지난 6월 말 현재 총자산(별도 기준)이 1조9000억원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각각 18.24%와 16.6%를 가지고 있어 공정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규정대로면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은 매번 단기차입을 통해 일시적으로 자산 규모를 늘려 지주사 전환 요건을 피해오면서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따라 지주사 전환 요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를 고려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 확장을 통한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미래에셋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오너의 가족이나 소수에게만 기회가 있는 폐쇄적인 조직이 아니라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개인 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