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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War)킹맘 재테크]팔랑귀의 함정

  • 2017.09.22(금) 10:00

⑧주변에 흔들리지 말자


2017년 9월22일. 젖병과 기저귀만 있으면 될 줄 알았던 육아용품의 세계는 공부가 필요할 지경이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육아용품과 육아 노하우에 대한 정보는 내 머리를 과부하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이 젖병은 더블00이 좋대요", "그것도 좋긴 한데 아이 배앓이를 방지하려면 닥터000이 괜찮다던데", "근데 그건 씻기가 너무 불편해서 토미00이 간편하고 좋대요". 젖병 하나만로도 대화는 한 번의 수유 시간인 20~30분을 꽉 채운다.

아이를 낳자마자 가는 조리원에서부터 엄마들의 정보 공유가 시작된다. 엄마들은 수유실에서 아이를 안고 수유를 하면서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대방출한다. 서로 모르는 것을 알기도 하고, 다르게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 여러 의견을 취합해 바르게 잡기도 한다.

'6개월쯤부터 쏘서나 점퍼루를 타면 신체 활동에 좋습니다', '보행기는 안전상의 이유도 있지만 다리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요즘엔 잘 태우지 않아요', '외국어는 돌 전후부터 CD를 틀어주면 친숙해질 수 있어요' 등등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은 소위 조리원 동기들로 이뤄진 단톡방과 맘 까페 게시판에 넘치고 넘친다.

쏘서와 점퍼루는 대체 무엇인가.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태워 다리 근육을 발달시키는 기구라는 사실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보행기를 실컷 타고 잘 자랐는데 왜 우리 아이는 태우지 말라는 것인가. 한국어도 못하는 아이한테 영어를 들려주는 게 맞나.

이곳저곳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각종 정보가 쏟아지며 나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나름 소신 있게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육아에서만큼은 흔들리기 일쑤다.

대부분 엄마는 우리 아이에게 좋다면 일단 다 하고 본다. 육아용품, 유아 교육 제품들은 아무리 비싸도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지 않나. 우리의 팔랑귀는 육아에서 더욱 거세게 움직인다.
선별해 듣자

"A지역에 지하철이 들어온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움직임이 있다니 확정만 되면 주변 집값이 들썩일 거야. 그 주변 재건축 연한 30년이 다 찬 아파트에 투자하라던데."

"B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데 허가만 받으면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네. 허가 나기 전에 미리 B주식을 사놓으래."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C펀드 2년 수익률이 무려 100%래. 2년 동안 원금의 두 배를 벌었다는 거잖아. 계속 오른다는데 지금이라도 펀드에 가입해야 하지 않을까."


재테크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다 보면 여기저기서 각종 정보가 들려온다. 지나고 보면 '그때 나도 투자를 해야 했는데…' 후회되는 정보도 있고, '그래 안 하길 잘했어. 불확실한 데 투자했다가 물렸으면 어찌할 뻔했나…' 하는 정보도 있다.

재테크 구역에서 정보는 과거와 현재에 대한 분석만큼 미래 돈의 흐름과 전망에 대한 정보도 많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정보는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재테크에서 각종 정보를 더욱 선별해 들어야 하는 이유다.

직접 판단하자

무조건 좋다는 말만 믿고 따라가는 것은 육아는 물론 재테크를 포함한 모든 일에 있어서 금기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잘 될 수도, 잘못될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직접 보고 듣고 판단한 것에 대한 후회가 맹목적인 선택에 따른 원망보다는 더 낫다.  

어떤 이는 말한다. 좋은 정보는 듣고 고민하는 사이 기회가 지나 가버리는 만큼 최대한 빨리 투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회를 놓칠지언정 정보에 대한 진위 혹은 정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직접 판단해봐야 한다.

어느 지역이 개발된다는 정보를 들었다면 적어도 그 지역에 가보자. 최근 C지역 개발 호재가 있어 토지 매매가 많이 이뤄진다는 정보를 듣고 나는 직접 그 지역에 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왔다. 당장 땅을 사지는 않더라도 해당 지역에 대한 판단이 해당 지역을 포함한 주변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워킹맘에게 시간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보통 주말에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가면서 관심지역을 경유하는 식으로 시간을 마련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호재가 있다는 말만 듣고 투자했다가 만족한 적보다 원망한 적이 더 많았다. 촌각을 다투는 주식시장에서는 더더욱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큰 호재가 있더라도 해당 기업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필수다. 증권부 기자로서 나름 많은 정보를 듣는다고 하는 나조차 실패 경험이 많은데 일반인들은 말한들 무엇하랴. 
공식을 만들자

'귀는 팔랑이라고 달린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럴싸한 말을 들으면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내 귀가, 내 마음이 그리고 내 돈이 팔랑귀처럼 이리저리 휘둘릴 것 같다면 나만의 공식을 만들자.

<워킹맘 재테크 공식>

① 3명 이상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듣자.

부동산의 경우 해당 지역 혹은 그 주변 지역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방문해 의견을 물어보면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를 만날 때는 해당 지역은 물론 주변 지역의 사무실도 함께 들러봐야 한다. 해당 지역 사무실에서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조건 좋은 말만 쏟아내기 때문이다.

기업을 살펴볼 때는 주변에 있는 해당 산업 종사자에게 물어보는 편이 가장 쉽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 공시에 적힌 기업의 IR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소액 주주라고 하면 대부분 IR 담당자들이 친절히 응대해준다.

② 임장(부동산 현장탐방)과 기업 공시, 뉴스 등 자료수집을 통해 판단 근거를 마련하라.

소문은 금맥이나 직접 보면 꽝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전문가의 판단 만큼 나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촉'이라고도 하지 않나. 기가 막히게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나 직접 보고 분위기를 감지하고, 꼼꼼히 투자 대상을 살펴보자.

③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기회는 또 있다.

지금 당장 투자하지 않으면 내 인생에 기회가 다시 없을 것 같아 조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조급함이 판단력을 흐리고,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 수 있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 하면 되지.'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했다. 나는 내 선택이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이 되지 않도록 항상 내 책임의 몫을 늘린다. 공식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 늦더라도 종합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꼭 이 3가지 공식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에게 맞는 재테크 원칙과 공식을 만들어보자.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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