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으면 30살도 노산이었지만 나는 30살에 아이를 낳으면서도 왜 이렇게 서두르냐는 말을 들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 연령은 더더욱 늦어진 탓이다. 주변 친구들보다는 조금 빨랐던 탓에 사실 현실을 잘 몰랐고, 그 덕분에 겁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출산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구립도서관에 가서 남편과 내 이름으로 총 10권의 책을 빌렸다. "왜?"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출산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다기에 그 시간 동안 책을 읽으려는 심산이었다. 도서관에 가고 있다는 말을 들은 내 친구는 "그래, 병원에 책 10권 다 싸서 가렴. 낳아보고 얘기하자." 남들 다 하는 출산, 아파봐야 얼마나 아플까 했나 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난 참을성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지만 한계를 보고 말았다.
나는 이렇게 A부터 Z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출산과 육아를 시작했다. 모든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막연한 두려움이 종종 우리의 발목을 잡곤 한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새로운 경험을 시작할 때마다 기쁨과 두려움이 함께 찾아왔다.
처음으로 아이를 안을 때 안절부절못하며 병원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기는 어떻게 안는 건가요?" 모유 수유는 그냥 아기가 덥석 물면 되는 줄 알았다. "수유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죠?"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야 하죠? 기저귀 접착테이프를 떼버리고선 어떻게 붙이는지 몰라 헤매기도 했다.
너무 모르는 게 많아 각종 육아서를 옆에 두고 그때그때 찾아야 했다. "분유 양은 물과 분유를 포함해 100ml인가요, 물만 100ml인가요?", "밤에 아기가 잠을 안 자고 울면 영아 산통인가요, 방법이 없나요?" "겨울인데 아이 얼굴에 태열이 올라와요. 옷을 얇게 입히면 추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은 그치질 않았다.
이후에도 이유식을 시작할 때 또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걷기 시작했을 때, 말을 하기 시작했을 때, 새로운 것에 대한 기쁨과 기대감 뒤에는 내가 모르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자리 잡았다.
하지만 겁을 낸다면 그 기쁨도 느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가며 지금도 엄마가 되어 가고 있다.
주식할 돈이 없다고요
우리나라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라는 답이 많다. 물론 가정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를 직접 낳아보니 아직까진 그 정도로 돈이 많이 드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직 본격적인 지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교육비 그것이 문제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전국 도시 근로자가구의 한 달 평균 사교육비는 22만6576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가구당 사교육비는 월 130만원에 달했다. 교육비로 월 수백만원을 쓰는 가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남들 다 하니까', '우리 애가 뒤처지는 걸 부모로서 지켜만 볼 수는 없어서', '아이가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 대학 입시가 중요해서' 등등 무리하게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월급 대부분을 사교육비로 쓰고 나면 우리의 노후자금 혹은 투자자금은 남지 않는다. 예전엔 '자식 농사 잘 지으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산다'라고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자식이 성공한다고 해서 부모의 삶을 책임져줄까.
자식에게 무엇을 바라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퇴 후 자식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 주머니를 넉넉하게 만드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주식하세요?"
"돈이 없어서 못 하죠."
"삼성전자 주식이 엄청 올랐다던데요."
"그런 비싼 주식은 돈 있는 사람들이나 사는 거죠."
과연 그럴까.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100만원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달 한주씩만 샀더라도 아니 두 달에 한주씩만 샀더라도 지금의 주머니 사정이 예전과 달라졌을 수 있다.
SNS보다 쉬운 주식 거래
"삼성전자 한주만 사와."
"삼성전자 주식을 어디서 사는데요?"
"집 앞 편의점에 파니깐 갔다 와."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한 후배를 이렇게 골탕 먹였다는 경험을 얘기했다. 후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정말 편의점에 가서 삼성전자 주식을 달라고 했단다.
이 후배처럼 아무것도 모른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증권사 영업점에 가서 계좌를 만들 수도 있고, 요즘엔 비대면 계좌 개설도 가능해져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최근엔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면 현금을 주거나 평생 수수료 무료 등 각종 이벤트가 많아 확인하고 가입하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계좌를 만든 후에는 해당 증권사 사이트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내려받거나 스마트폰에서 앱을 깔고 거래하면 된다.
매매도 간편하다. 원하는 종목과 매수, 매도 가격을 작성하고 주문을 신청하면 가격, 시간, 수량에 우선해 순서대로 계약이 체결된다. 스마트폰에서 인터넷뱅킹을 사용할 줄 아는 수준이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다.
멀게만 느껴지는 주식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식에 대해 완벽하게 공부한 후 시작하겠다는 사람도 간혹 있다. 그래서 각종 주식 관련 책을 읽고 차트를 보며 이론을 공부한다. 하지만 막상 투자를 시작하면 모든 게 새롭게 보인다.
따라서 실전은 공부하듯, 공부는 실전처럼 하는 게 좋다. 주식은 해봐야 안다고도 한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공부하듯 매수 주문도 넣어보고, 매도도 해보면서 연습해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조금씩 투자 자금을 늘려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식은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만큼 '이 돈이 없어도 내가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수준에서 시작해야 한다.
간혹 월급을 받는 대로 통째로 주식에 투자한다든지, 전 재산을 한 종목에 올인하는 투자자도 있다. 하지만 특히나 워킹맘이라면 하루 종일 차트를 보고 있을 수도 없고, 손실 허용 범위를 넘어서면 생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장기 여유자금으로 천천히 접근하자.
'누가 주식으로 두 배를 벌었다더라.' 이런 소문은 나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하지만 모든 주식이 나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진 않는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중위험·중수익을 목표하는 것도 초보 투자자들에겐 중요한 덕목이다.
아직은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지식이 없더라도, 이론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듯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