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여파로 시장이 연일 일희일비하고 있다. 이미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한 눈높이는 크게 낮아진 상태다. 만약 무역분쟁이 없다면 시장은 어디쯤 머물러 있을까.
가정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데다 시장의 대체적인 전망대로 무역 분쟁이 하반기 중에 서서히 가라앉는다면 무역분쟁을 제외한 현 시장 재료를 점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 무역분쟁 장기화…시장도 장기전
밤사이에도 금융시장은 무역분쟁 여파로 시끄러웠다. 유럽연합(EU)이 구글에 대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고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며 날을 세웠다.
이처럼 무역 분쟁이 미·중간 갈등에서 다른 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궁극적으로 IT 패권 다툼으로 비치면서 장기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무역분쟁에 대한 민감도는 낮아진 모습이다. 당장 끝나지 않을 문제인데다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11월 중간선거까지 이런 분위기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무역분쟁 이슈는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부가치 1배까지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를 가정하고 거래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등 글로벌 경제 아직 양호
무역전쟁을 배제하더라도 시장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긴축 행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긴축 뒤에는 긍정적인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시장이 강하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견지했다.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히며 완만한 긴축 기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확신을 줬다.
KTB투자증권은 "파월 의장의 전망대로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유지된다면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KB증권은 "글로벌 경제의 다양한 하방 리스크에도 불구, 연초 전망했던 경로보다 나은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글로벌 경제는 적어도 6~9개월간 현재의 경기 확장 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실적시즌 등 긍정적 시그널 상존
2분기 실적 시즌도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하게 진행되고 있다. 2분기 실적의 경우 그동안 이익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기대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익이 소폭이나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적 시즌이 진행될수록 부담이 줄어들고 있다. 무역분쟁이 없었다면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추정치는 52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2% 증가가 예상됐다.
하나금융투자는 "국내 증시 인덱스 경로에 선행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이익 및 매출 수정비율 평균치 역시 개선 시도가 확연하다"며 "2분기 실적시즌 긍정론이 단순 공염불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신흥국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되고 있다. 무역분쟁 여파가 일부 불가피하긴 하지만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견조한 경기 펀더멘털이 이어지며 관심이 유효한 상태다. 증권가에서 신흥국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지속되고 있고 일부 증권사는 신흥국 투자 포럼도 예정하고 있다.
KB증권은 "단기적으로 투자 시계가 불투명하지만 우량 자산의 장기투자 시 실패 가능성이 낮아진다"며 신흥아시아의 방향성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대신증권은 2분기 어닝시즌을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신흥국 IT 업종 수익률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