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90점 맞을 때 100점 맞는 것보다 60점 맞을 때 90점 맞는 게 더 낫습니다. 시험이 어려우면 차별성이 도드라지기 마련이죠. 유동성이 높아 전부 주가가 오를 땐 패시브 투자가 주효했지만 이젠 아닙니다"
▲ 알렉산더 리 SGA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3일 이스트스프링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종목을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키웨스트파트너즈] |
알렉산더 리 SGA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3일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종목을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매니저는 미국 투자운용사 SGA에서 애널리스트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MBA를 졸업한 후 JP모건 보스턴컨설팅그룹을 거쳐 2004년 SGA에 합류했다.
최근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유례없이 커졌다. 미국과 유럽이 긴축 정책 기조로 돌아서면서 터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데다 미·중 무역 분쟁까지 장기화되고 있다.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이 넘치던 시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 매니저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시장에선 누구나 성장세를 탔기 때문에 패시브 투자를 통해서도 손쉽게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시장의 변화를 지적하면서 "시험이 어려우면 시험 응시자들의 실력차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며 "잘하는 기업은 더 잘 하게 되지만 못하는 기업은 더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꼽은 투자 포인트는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다. 한 제약회사가 유망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후속 개발 계획이 잡혀 있지 않으면 이익 창출 효과가 한 순간에 그칠 수 있는 만큼 투자 대상에 오르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Gilead)사가 대표적이다. 길리어드는 1996년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출시한 이후 2014년부터 C형간염 치료제를 연달아 발표하면서 시가총액이 한때 약 13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신종플루와 C형간염이 완치 단계에 접어들면서 치료제 수요가 급감한 데다 최근 이렇다 할 신약 개발 계획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3년 전 11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현재 72달러대까지 빠졌다.
리 매니저는 "모멘텀을 쫓기보다 장기 투자를 추구하면 성과는 창출되기 마련"이라며 "벤치마크 대비 실적 성장세와 주주 환원이 가능한 현금 흐름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추세와 미국 증시가 지나치게 IT 업종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 소비재 기업에 잠재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미국 소비심리지수는 133.4를 기록하며 2000년 135.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미국 백화점 TJ맥스를 운영하는 TJX와 나이키 등 소비재 주력 업체를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시장 규모가 다른 신흥국과 견줘 크지 않고 고령화 속도도 가팔라 성장 동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금 흐름이 우수하고 부채 비중이 낮은 기업은 향후 성장 여력이 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단기적으로 중국과의 힘든 관계로 저평가됐지만 장기적으로 기회가 있다고 보고 포트폴리오에도 포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