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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펀드슈퍼마켓은 잊어주세요

  • 2019.03.18(월) 14:52

펀드온라인코리아, 사명변경 등 大변신
펀드판매서 증권사로 서비스 확대 시도

2014년 '펀드 슈퍼마켓'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펀드온라인코리아가 5년 만에 이름을 바꿉니다. 사명에 '증권'이란 단어가 포함되며 대변신을 시도하는데요. 그간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했던 펀드온라인이 대주주인 한국증권금융의 마법으로 환골탈태에 성공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증권금융 전담기관인 한국증권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입니다. 기존에 주력하던 펀드 매매 중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증권사로 외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인데요.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펀드온라인은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제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정관 개정 ▲이사 보수한도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눈에 띄는 안건은 정관 개정입니다. 펀드온라인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에서 나아가 신탁업 인가를 추가 취득해 펀드담보대출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인형 퇴직연금 분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방침입니다.

그간 적자가 거듭되어온 펀드온라인코리아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는데요. 온라인 펀드 판매 경쟁이 이미 불붙은 상황에서 펀드슈퍼마켓으로서는 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사명도 한국포스증권으로 바꿀 계획인데요. 한국포스증권의 포스(FOSS)는 '펀드 온라인 세이프 서비스(Fund Online Safe Servi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그간 주력으로 했던 온라인 펀드가 사명에 녹아들어가면서도 증권사로서 변신을 꾀한 것인데요. 관련 내용들은 이번에 변경되는 정관에 반영될 전망입니다.

펀드온라인은 올 초 신입 직원 10명을 채용해 최근 연수를 마치는 등 인력 충원 작업에도 열심입니다. 펀드온라인 관계자는 "주총 후 5월을 기점으로 대대적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 내부 조직도 의욕적이고 활동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펀드온라인이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인데는 무엇보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바뀐 영향이라는 큽니다. 증권금융의 인수는 잇따른 실적 부진으로 회사 안팎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아온 펀드온라인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됐는데요.

펀드온라인은 2014년 예탁결제원과 자산운용사 40곳, 펀드평가사 4곳 등이 자본금 218억원을 공동출자해 설립됐습니다. 주력 분야는 펀드 판매 웹사이트 '펀드슈퍼마켓' 운영. 다양한 펀드 상품을 한 데 모아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플랫폼 경쟁이 높아지면서 실적은 바닥을 쳤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누적된 손실 금액(작년 기준)은 약 129억원. 결손금은 2014년 말 89억원에서 작년 말 370억원으로 불어났습니다.

펀드온라인 주주들은 대주주 변경을 통한 위기 돌파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작년 7월 한국증금과 우선협상대상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그 결과입니다. 한국증금은 작년 말 400억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 긴급 수혈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한국증금의 펀드온라인 지분은 5%에서 54.99%로 확대됐고 기존 최대주주였던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지분은 9.99%에서 4.73%로 희석됐습니다. 펀드온라인이 명실상부 한국증금의 자회사로 편입된 것입니다.

한국증금은 증권사에 대출을 일으켜 관련 수수료 수익으로 운영되는 기관입니다. 한국거래소(11.34%)와 우리은행(7.81%), 하나은행(6.98%) 등이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분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1201억원으로 실적은 탄탄합니다.

대출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곳이니만큼 내부 분위기도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펀드온라인 지분을 인수한 것이 상당한 이례적 행보였다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는데요. 진취적 성향의 정완규 한국증금 사장이 작년에 취임하지 않았더라면 어려웠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증금이 펀드온라인을 증권사로 확대 운영하는 것이 사업 구조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하곤 하지만 현재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최대주주 유지 요건에 하자가 없는 한,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향후 성과에 따라 평가도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금융은 펀드온라인의 공격적 사업 확대 행보가 4~5년 뒤에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완규 한국증금 사장은 올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펀드온라인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려면 3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 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주들 사이에서 이미 아픈 손가락이 되어버린 펀드온라인코리아로서는 사실 더 물러설 곳도 없어 보입니다. 혁신과 변화를 통해 손실을 복구하고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대신 기존에 확립했던 '펀드슈퍼마켓'이란 정체성이 사라진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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