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금융그룹의 벤처캐피탈(VC)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코스닥 시장에 순조롭게 입성한 가운데 초기 투자자인 광고대행 업체 전홍이 발 빠른 현금화에 나서 눈길을 끈다. 1차 투자 회수(엑싯·EXIT) 금액이 165억원으로 20여년 전 투자 당시 금액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홍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상장(3월15일) 직후인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무려 90여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 311만주 가운데 208만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매각액은 주당 평균 7976원, 총 165억원이다.
이로써 미래에셋벤처투자의 2대 주주인 전홍의 지분율은 상장일 기준 10.1%에서 3.37%로 감소했다. 최대주주인 미래에셋대우(62%)에 비할 수 없는 수준이나 지난 20여년간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주요 주주로서 한번도 주식에 손대지 않았던 행보를 비춰봤을 때 이채롭다.
지난 1975년에 설립한 전홍은 주요 공항과 야구장, 지하철 등을 대상으로 광고대행 사업을 하는 회사다. 박정하 대표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다.
전홍은 미래에셋벤처투자 말고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왔다. 미래에셋그룹의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접하다.
실제로 미래에셋 계열 할부금융사이자 지주회사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의 감사 자리는 지난 10여년간 주요주주(6.92%)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전홍 몫이었다. 박 대표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인 관계로 알려졌다.
전홍은 1999년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한 미래에셋벤처투자(옛 한국드림캐피탈)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전홍은 80만주(20%)를 주당 7500원, 총 60억원에 사들이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지난 20여년간 6차례 유·무상증자와 감자 및 우선주 이익소각, 작년 9월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홍의 보유주식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상장일 기준 311만주(10.1%)로 바뀌었다.
전홍은 이 가운데 상당수를 한꺼번에 처분했으나 남은 주식(103만주)의 지분 가치가 적지 않다. 최근 시세(22일 종가 7976원 기준)로 74억원에 달한다.
전홍은 미래에셋벤처투자의 2대 주주이긴 하나 최대주주인 미래에셋대우의 특수관계인으로 묶이지 않아 의무 보호예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추가로 지분을 털어낼 가능성도 있으나 지분율이 5% 미만으로 줄어들어 지분 공시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에 확인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홍의 지분 매각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 전체 발행주식(3053만주) 가운데 7%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물량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시선을 모으는 대목이 있다. 이 와중에 미미한 규모이긴 하나 최현만 미래에셋그룹 수석부회장이 추가로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벤처투자 상장 직후에 주식 일부(200주)를 장내 매수했다. 현 보유 주식은 21만여주, 시세로는 16억원치다.
최 수석부회장은 비상근직이긴 하나 미래에셋벤처투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최대주주 및 최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17인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은 오는 9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