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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영화 '머니볼'과 펀드매니저의 투자신념

  • 2019.04.23(화) 16:43

영화 '머니볼'…최약체 야구팀의 성공기
주인공 신념·운용사 투자철학 '닮은꼴'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모든 일에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신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윗사람을 대할 때나 거래처 고객을 만날 때 자기 기준이 분명하다면 변수가 나타났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법입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이라고 할까요.

이번 머니&컬처에서 소개하는 영화는 <머니볼>입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은 2011년 발표됐습니다. 야구를 주제로 한 이 영화를 통해 가치와 신념을 강조하는 특정 업계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하는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단장 빌리 빈은 고민에 쌓여 있습니다. 팀은 최약체로 평가받고 예산은 부족합니다. 리그 상위 팀들이 좋은 선수들을 흡수하는 가운데 활로가 도무지 보이지 않습니다.

빌리는 한때 야구 유망주였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전액 장학금을 포기하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선수 생활은 부진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랜 스카우터 생활 후 애슬래틱스 단장을 맡고 있지만 승부욕은 줄지 않았습니다. 그의 목표는 챔피언십 리그 우승입니다.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애슬래틱스 시즌 예산은 3800만 달러. 양키즈의 1억2000만 3분의 1 수준입니다. 구단주는 예산을 늘릴 생각이 없고, 스카우터들은 본인들의 노하우를 믿고 본인들이 추천하는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산에 맞춰 팀을 짜면 예산이 많은 팀을 이길 수 없습니다. 실력이 좋은 선수는 몸값이 높고, 몸값이 높은 선수는 부자팀이 데려가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없는 걸까. 빌리는 우연히 클리블랜드팀에서 일하던 사회 초년생 피터 브랜트를 만납니다.

"다들 야구를 오해하고 있어요. 선수를 사는 데 혈안이 돼 있죠. 중요한 건 선수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거예요. 승리하려면 득점할 선수를 사야합니다. 한 선수의 몸값이 750만 달러라면 정말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걸까요? 아니예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진=Daum 영화

피터가 제시한 방법은 특이했습니다. 선수들의 실적을 숫자로 환산한 후 수학 공식을 적용해 선수 가치를 뽑아낸 것이죠. 빌리와 피터는 이 방법을 이용해 저평가된 선수들을 집중 영입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시각에서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듣보잡' 명단이 탄생했습니다.

충돌이 일어나는 건 당연했습니다. 스카우터들은 등을 돌렸고 감독은 명단을 무시했습니다. 빌리를 야구판에서 매장한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 해고라도 된다면 딸 부양을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빌리는 묵묵히 자기 길을 갑니다. 자신을 걱정하는 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등을 다독이면서 팀 시합 때는 경기에 눈길조차 주지 못합니다. 초조와 긴장 속 빌리와 피터의 전략을 온전히 담아낸 팀은 2002년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해냅니다.

영화는 빌리를 통해 신념의 가치를 담담하게 전달합니다. 연출은 담백하게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를 담아냅니다. 관객들은 영화 속 경기 하나하나에 전율을 느끼면서 자기 철학을 지켜내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진=Daum 영화

사실 생각해보면 어느 분야에서건 신념은 필요한 가치입니다. 빌리와 같이 거친 경쟁 속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 좋은 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유독 신념과 가치에 대해 말하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운용사입니다.

22일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는 총 247개. 가치투자에 집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환경 지배구조 등 특정 요소에 집중하는 곳도 있습니다.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부동산 채권 해외주식 등 주력 분야도 다양합니다. 운용 규모는 많게는 247조원부터 적게는 30억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한 자산운용사에서 수십년을 일해 온 펀드매니저들도 수두룩합니다. 그들은 특정 지역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고객들의 자금을 굴리며 꾸준한 수익을 내며 자신들의 철학을 그 무기로 내세웁니다.

생각해보면 돈을 굴리는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자신 있게 투자할 수 있는 분야에서 믿을 수 있는 조언자를 구하는 것이 운용사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특정 수익률을 보고 투자를 해서 성과를 보는 건 잠깐일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장기 투자이고, 장기 투자 원동력이 되는 것은 단기 수익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투자 철학에서 나오는 신뢰"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 증권사 등을 통해 펀드를 간접 판매하고 있는 탓에 운용 가치를 온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지만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 채널이 다변화하는 것은 기회일 수 있다는 전언입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죠. 자신만의 방법으로 최약체 팀을 결승전까지 이끈 빌리는 성과를 인정받아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습니다. 빌리는 작은 팀이 일으킨 변화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빌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머니&컬처]에서의 '머니볼'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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