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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시중에서 판매되는 약을 못 믿는다면

  • 2019.06.20(목) 16:21

2013년 美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생존 위해 에이즈 치료제 찾으려 '사투'
'바이오 불신 팽배' 인보사 사태 오버랩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티슈진 사태가 뜨거운 감자입니다. 혁신적인 치료제로 알려진 의약품 성분이 허가 당국에 신고한 성분과 달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은 상장 폐지 기로에 놓였습니다. 당국 허가를 받았다면 소비자는 믿고 약을 먹기 마련이죠. 이런 믿음이 깨졌으니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문제인 것은 의약품 소비자가 개인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더군다나 의약품이니만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이번 [머니&컬처]에서는 매튜 맥커너히의 열연이 돋보이는 헐리우드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2013)'을 통해 당국과 기업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 분)는 로데오와 매춘, 마약에 찌든 일상을 보내는 전기공입니다. 텍사스 남성 특유의 마초성을 드러내 보이는 거친 인물이지만 가끔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론은 일터 내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의사는 론에게 30여일이 남아있다고 전합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될 대로 되라 식의 삶을 살아온 론이 갑자기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은 커져만 갑니다. 살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약을 구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 미국 사회에는 에이즈 치료약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당시 에이즈 환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던 상황. 영화는 '에보넥스'라는 거대 제약회사가 로비를 통해 정부 허가를 받아낸 후 막대한 자금을 들여 병원 유통망을 장악한 뒤 신약을 유통하려 하지만 충분한 임상을 거치지 않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현실을 묘사합니다.

환자들은 식품의약처(FDA) 앞에서 신약 허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FDA는 업체와 얽혀있는 탓인지 보수적 태도로 일관합니다. 론은 멕시코 내 한 의사로부터 에이즈 치료제를 소개받습니다. 약효는 즉각적이었지만 FDA 승인을 받지 않아 반입이 불가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약품을 대량 밀수한 론은 본격적으로 약을 팔기 시작합니다. 정부도 병원도 믿을 수 없게 된 환자들은 론을 알게 됐고, 사업장은 북새통을 이루게 됩니다. 정부로부터 수시로 압수 조치를 받지만 약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세상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심리였을 겁니다.

영화는 론의 끈질긴 생존기를 다루고 있지만 잠깐 시선을 돌려 현실을 볼까요. 론은 엄밀히 말해 불법의약품을 파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론이 파는 약을 복용한 뒤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것이죠. 상황을 막론하고 불법의약품이 판을 치는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불법의약품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말미에서 법원은 FDA가 약자를 무시하고 안전한 약물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인 정책을 추구한다고 비난합니다. 기업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허가 당국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코오롱티슈진이 출시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성분이 허가 당시 신고한 성분과 달랐다는 사실이 밝혀져 한바탕 소동이 일었습니다. 허가받은 약과 실제 판매한 약이 달랐다는 것이죠. 식약청이 허가 유지를 재검토하면서 상폐 위기에 몰렸고 인보사 출시를 주도한 이웅렬 전 회장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제약 업계에서는 인보사 사태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시장에 불신을 갖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현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육성 분야로 선정하고 많은 기업이 신약 개발 등을 내걸고 상장 등을 왕성하게 추진하고 있던 터라 인보사 여파로 산업 분위기가 자칫 위축될까 걱정이라는 전언입니다.

물론 현실은 영화와 다릅니다. 기술 진보로 다스릴 수 있는 질병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노골적인 유착관계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셋 중 한 곳이 바이오 기업이었던 만큼 업계와 정부의 역할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는 점검할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영화는 론의 고군분투를 통해 삶이 가진 소중함을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론의 대사는 이렇습니다. "일상이 그리워요? 나는 일상이 그리워요. 시원한 맥주 마시고 로데오도 하고 춤추러도 가고요. 아이도 갖고 싶어요. 한 번뿐인 인생이 지금 이 꼴이지만 가끔은 남처럼 살고 싶어요. 얼마 남지도 않은 삶을 붙잡고 살고 싶지만, 의미를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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