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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영화 '소공녀' 속 슬픈 'N포세대'

  • 2019.05.08(수) 15:35

'집포세대' 등장…대출 없인 내 집 마련 어려워
취업포기→임금포기→주택포기→결혼·출산포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미소(이솜 분) :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맞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미소는 집이 없는 청년입니다. 대학에도 입학했지만 돈이 없어 졸업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 만한 취직도 하지 못했죠. 하지만 자신의 능력 안에 찾은 가사도우미 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 나갑니다.

새해가 되자 집세도 오르고 담배와 위스키 가격까지 올랐습니다. 보일러를 틀지 못해 여러 겹으로 옷을 껴입어야 하는 미소는 결국 집을 포기하고 아침이 되면 짐을 꾸려 떠돌이 생활을 시작합니다. 의식주를 포기하고 자신이 더 좋아하는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를 지키기로 합니다.

미소(이솜 분) : "사람답게 사는 게 뭔데? 남들 다하는 거 하고 사는 거? 난 담배, 위스키, 한솔이가 유일한 안식처야."

미소를 보면 다소 과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함축해 보여줍니다. 바로 N포세대입니다.

처음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로 불렀습니다. 여기서 집과 경력까지 포기한 세대를 오포세대, 취미와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를 칠포세대라고 일컫었습니다. 그러다 팍팍한 환경에 청년들이 포기해야 할 것이 7개를 넘어 셀 수 없이 많아지면서 'N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N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기게 된거죠.

영화 '소공녀' 포스터.

왜 청년들이 계속 무언가를 포기하게 된 걸까요. 통계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15~64세 고용률은 66.6%입니다. 연령별로 보면 15~29세에 해당하는 청년고용률은 42.7%로 집계됐습니다. 물론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여전히 50%에 못 미쳐 청년백수란 말이 사라질 수가 없는 현실입니다.

취업자 중에서도 임금근로자는 15만명, 비임금근로자도 5만2000명으로 많고요.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상용근로자는 34만5000명,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가 각각 14만1000명, 5만4000명이나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년들의 지갑은 두툼해질 틈 없이 학자금 대출과 월세로 월급은 통장을 스쳐 갈 뿐입니다. 결혼하려면 적어도 같이 살 방 한 칸은 있어야 할 텐데 집값이 치솟아 결혼도 포기하고 맙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일반 가구 1967만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1100만가구로 주택 소유율은 55.9%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44.1%는 자기 보유의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라는 말입니다.

특히 주택 소유율은 가구주 연령대가 높을수록, 가구원 수가 많을수록 높았는데요. 가구주 연령이 30세 미만인 경우 주택 소유율은 11.1%에 그쳤습니다. 젊은 층이 내집을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운 좋게 부모님 도움으로 살림살이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아이까지 키울 자신은 없는 거죠. 그러니 출산마저 포기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1명 미만으로 내려갔다고 하죠.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은커녕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도대체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취업만 잘 되면 N포세대의 N의 숫자는 줄어들 수 있을까요? 집값이 떨어지면 해결될 수 있을까요?

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자, 그리고 집을 포기하고 텐트 속에서 위스키 한잔에 행복함을 느끼는 미소, 어느 누가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언가를 한없이 포기해야 다른 것을 겨우 얻을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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