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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극한직업'과 손예진으로 본 프랜차이즈 세계

  • 2019.04.15(월) 16:18

영화 '극한직업'&드라마 '밥잘사주는예쁜누나'
창업주와 가맹주가 만드는 프랜차이즈 이야기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올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극한직업'은 범죄조직이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마약 대중화를 꿈꾸고, 경찰 마약반 형사들이 여기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코믹하게 담고 있죠.

1600만 관객 기록을 세우면서 역대 국내 영화 관객 수 2위 자리를 차지하며 이슈를 모았고요. 영화에서만 일어날 법했던 일들이 최근 버닝썬에서 시작한 마약 대중화가 사회 이슈가 되면서 또 한번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 이슈 외에도 퇴직금, 결혼자금 등을 털어 자영업을 시작하는 많은 소상공인, 그리고 그들의 꿈인 프랜차이즈 성공 과정까지 담고 있어 관심이 갑니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영호(이동휘 분) : 아니 범인 잡으려고 치킨집 하는 겁니까? 아니면 치킨집 하려고 범인 잡는 겁니까?
고 반장(류승룡 분) :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하기 위해 마약밀매조직 아지트 근처 치킨집을 인수합니다. 치킨집을 인수하는 데 비용은 지원을 받지 못해 고 반장이 퇴직금을 미리 받은 개인 돈을 사용합니다. 고반장이 치킨집을 차리는 과정은 일반적이진 않지만 사실 은퇴 후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일은 우리나라에세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1955~1965년생 베이비부머 세대의 근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영업자가 23.4%를 차지했을 정도입니다. 100세 시대에선 은퇴 후 남은 40~50년 여생을 위해 재취업이 안된다면 자영업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죠.

영화에서 마약반은 범죄조직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인수한 치킨집에서 치킨을 한두마리 팔아 봅니다. 그런데 우연히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프랜차이즈 제안까지 받게 되는 상황이 오죠. 모든 자영업자가 꿈꾸는 미래일 겁니다.

고 반장(류승룡 분) : 네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해!

이렇게 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다 보면 2호점, 3호점을 원하는 창업주가 나타날 것이고요. 음식료 업종의 경우 레시피와 영업 방법을 알려주고 가맹비를 받는 형식으로 가맹점을 늘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매출이 늘어나 본 창업주는 돈방석에 오르는 겁니다.

그렇다면 예비 자영업자가 창업주에게 비용을 지불하면서 프랜차이즈 매장을 차리는 이유가 뭘까요? 매장 인테리어비, 각종 자재와 재료에 대한 물류비, 교육비, 가맹비 등 '브랜드값'으로 통칭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독립 운영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냐는 생각도 드는데요.

별다른 준비 없이 창업했다가는 동일 업종 간 경쟁 심화, 차별화 요소 부재, 상권 분석 실패 등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프랜차이즈는 개인이 특별한 노하우를 갖지 않더라도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뛰어드는 겁니다.

사업과 관련한 교육부터 인테리어, 메뉴, 레시피, 광고까지 본부에서 진행해주니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겠죠. 또 재료공급도 본사를 통해서 하고 조리 과정도 본사 레시피대로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물론 프랜차이즈로 창업을 한다고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시스템에 따르면 가맹점 수가 많은 치킨 브랜드 상위 10대 브랜드의 폐점률은 2015년 4.1%에서 2017년 6.6%로 증가했습니다.

소비를 움직이는 실물 경기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점포 포화 현상과 근거리 내 동일 점포 개업, 인건비 등 운영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폐점이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프랜차이즈만 믿고 달려들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나 점포 위치, 영업 노하우, 이익 수준 등을 직접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스틸컷

다시 창업주로 돌아가 볼까요. 고 반장이 프랜차이즈에 성공하고 마약 밀수에 연계되지 않았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성공한 창업주에게도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옵니다.

고 반장은 타점포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불평들을 접하며 직접 점포 관리에 들어갑니다. '친절하지 않다', '음식 맛이 다르다' 등의 고객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한 점포만 평이 떨어지면 전국 모든 점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점포 관리를 철저히 해야만 합니다. 
 
작년 종합편성 채널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기억하시나요. 커피 가맹본부에서 가맹점 관리 역할을 하는 윤진아(손예진 분) 대리의 삶을 보면 창업주의 또 다른 고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가맹 약관을 어기고 다른 원두를 섞어 쓰는 점주를 찾아가 경고하다 화를 입기도 하고요. 무단으로 점포 문을 열지 않는 점주를 설득하느라 애를 쓰기도 하고요. 가맹점포의 폐업을 막느라 직접 점포 일을 도와주기도 하죠.

가맹점에서는 가맹본부의 무리한 약관과 요구로 비용관리와 영업에 어렵다며 '갑질'이라고 비판하고요. 가맹본부는 일부 점포가 약관을 무시하고 독립적인 영업을 하는 것에 대해 브랜드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 '무대포' 영업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상생경영'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죠. 소상공인의 꿈인 프랜차이즈, 보기에는 쉽지만 성공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꿈이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창업주와 가맹주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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