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전년보다 총액을 50% 늘린 690억원 규모 현금배당에 나섰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 사이즈는 오히려 키운 것이다.
마침 최대주주이자 경영 후계자인 양홍석(39) 사장이 자사주를 장내에서 흡입하듯 매입하는 와중이라 배당금 보너스를 향후 추가 매입을 위한 '실탄'으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2019사업연도 결산으로 주주에게 보통주 1주당 1000원(액면가 5000원), 우선주 1주당 105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뜻하는 시가배당율은 8.1%(우선주는 11.1%)로 전년 5.16%(우선주는 7.29%)보다 3%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배당 총액도 전년(455억원)보다 50% 증가한 690억원에 달한다. 700억원에 육박한 현금배당은 2010사업연도(790억원) 이후 10년 만에 최대다.
지난해 연결 순이익이 전년(1478억원)보다 400억원 넘게 빠진 1023억원에 그쳤음에도 배당 규모를 대폭 키워 눈길을 모은다.
모처럼 후한 배당에 힘입어 최대주주인 양 사장이 적지 않은 현금을 챙기게 됐다. 작년 9월말 기준 보통주 395만주(7.79%)와 우선주 130주를 보유한 양 사장의 배당 몫은 약 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양 사장이 올 들어 회사 주식 매입에 적극적인 것을 감안하면 배당으로 받은 현금 보너스를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실제로 양 사장은 올 1월9일 보통주 1만주를 사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석달간 20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자사주를 사모으고 있다. 작년말 기준 398만주 수준이었던 보통주는 최근(3일) 415만주로 확대됐다. 약 2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는데 투입한 금액은 19억원이다.
여기에다 해마다 불어나는 자사주 상여까지 더해지면서 양 사장의 지분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매년 임직원 성과급을 현금 대신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있다.
작년 말에도 양 사장과 그의 모친인 이어룡 회장 등 56명의 임직원에게 총 31만주(38억원어치)를 나눠줬는데 양 사장 몫은 2만2630주다.
대신증권의 배당 확대는 지난해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대신증권에 자사주 소각을 주문하는 등 주주환원 정책 강화 요구와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계 펀드인 SC펀더멘털은 작년 11월 대신증권에 주주 서한을 보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당 가치를 증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SC펀더멘탈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신증권의 경영 후계인이자 최대주주인 양 사장의 지분율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은 누누이 지목돼 왔다.
현재 모친인 이 회장과 함께 등기임원이자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양 사장의 지분율은 8%에 못 미친다. 특수관계인인 이 회장 등의 지분을 합쳐도 보통주 12.39%, 우선주 3.86% 수준이다.
한편 대신증권은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임기가 만료한 양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오익근 현 대표이사 직무대행의 신규선임안을 다룬다. 이들의 임기는 각각 2년이다.
조홍희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의 사외이사 신규 선임(임기 2년)과 이지원·김병철·이창세 사외이사의 재선임(임기 각각 1년) 안건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