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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이런 소송 또 처음이야

  • 2020.07.10(금) 07:39

시멘트제조회사 성신양회, 주주들 대표소송 제기
회사가 낸 벌금 427억원 임원들이 토해내란 소송

공정위: 너네 가격 담합했지. 벌금(과징금) 427억원!
회사: 헐.. 네 낼께요 ㅜㅜ (3년 치 순이익인데 ㅜㅜ)
회사임원: (....)
회사주주: 아니 그걸 왜 회사가 내는 거야? 담합 지시한 임원들이 잘못한 거자나. 임원들이 벌금 토해내!
회사임원: (....)
회사: (우리 회장님 사장님한테 어떻게 얘기해) 그냥 우리가 벌금낸 걸로 퉁칠께
회사주주: 노노. 그럼 우리가 너네 대신 소송한다! 대신 소송에서 이기면 돈은 너네가 다 가져. 

※고소장 내용: 회사가 잘못한 게 아니라 임원들이 잘못한거에요. 그니깐 회사가 낸 벌금 임원들이 다시 회사에 채워넣도록 해주세요.

시멘트 만드는 회사인 성신양회가 최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이란 공시를 하나 냈어요.

공시를 클릭해서 들여다보면 '소수주주 주주대표소송 제기소송 공시'란 제목. 지난달 16일 성신양회의 주주 3명이 회사 전·현직 이사 4명을 대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주주대표소송 소장을 접수했다는 내용이에요.

이 소송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국내시멘트 제조사의 가격담합을 적발하고, 시멘트회사들에게 20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에서 시작해요.

성신양회는 당시 436억5600만원의 벌금(과징금)을 내야했고, 이후 벌금이 너무 많다는 이의신청 받아들여졌다가 다시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최종적으로 벌금 427억원을 냈어요. 당시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성신양회를 포함한 시멘트회사들의 영업본부장 등이 수시로 모임을 가지며 담합을 모의하고 실제 시멘트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성신양회가 가격담합의 대가로 물어낸 벌금 427억원이란 돈은 최근 3년(2017년~2019년)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더한 금액과 맞먹어요. 가격담합을 주도하고 실행한 것은 임원들인데 벌금은 회사에서 나가다 보니 주주들이 발끈했어요!

급기야 주주들은 올해 초 회사에게 이렇게 요구했어요.

"가격담합을 지시하고 주도한 임원(전·현직 이사)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벌금 토해내야돼“

그러나 성신양회는 자사의 전현직 임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근거가 없다며 주주들의 요구를 거절했어요(우리 회장님 사장님들한테 어떻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못해못해~)

우리나라 상법(403조)은 주주들이 회사에게 이러한 요구했는데도 회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주주들이 회사를 대표해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요. 이를 '대표소송'이라고 해요.

대표소송은 일반적인 손해배상소송과 개념이 많이 달라요.

소송을 제기한 사람(원고)은 주주, 소송을 당한 사람(피고)은 성신양회의 전·현직 이사들이에요. 회사는 직접적인 소송당사자가 아니어서 소송의 승패와 상관없이 아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요.

포인트! 주주 vs 회사 소송 아님. 주주 vs 이사 소송임.

더 중요한건 주주(원고)들이 소송에서 이겨서 돌려받는 돈(배상금)은 주주 몫이 아니라 회사의 몫이에요. 주주 개인 자격으로 제기한 소송이 아닌 회사를 대표하는 자격으로 제기한 소송이어서 배상금이 회사 몫이 되는 것이죠.

성신양회의 경우 주주(원고)들이 소송에서 온전하게 이기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이 429억원에 달해요. 즉 회사 전현직 임원들이 개인돈으로 429억원을 마련해 회사 금고에 다시 채워넣어야하는 거예요. 무려 3년 치 순이익과 맞먹는 돈이 들어와요.

회사 입장에선

①소송에서 이기면 3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배상금 429억원 획득!
②소송에서 져도 아무런 비용 없음(*패소시 소송비용은 주주 부담)

이번 소송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임원들로 하여금 회사에다 돈을 도로 가져다 놓으라는 소송.

회사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는 소송이에요. 반면 소송을 제기한 주주은 자신들에게 직접 금전적 이익이 돌아오진 않는 소송. 자신이 주주로 있는 회사의 장기적 가치를 높이는 소송이라고 해서 ‘공익소송’이라고 불러요.

소송에서 이겨서 배상금을 받으면 회사의 곳간이 튼튼해지고, 설령 배상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런 소송이 언제든 제기될 수 있다는 '경고'만으로도 향후 회사에 해를 끼치는 허튼 일을 꾸미기 어려워지겠죠.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당장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호재. 악재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대표소송'처럼 당장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어보여도 멀리 보면 기업 가치에 도움 되는 내용에도 관심을 가져보는건 어떨까요.

[The 줍줍]

*대표소송 요건
해당 회사 지분 1% 이상인 주주이 모여야 가능. 단, 성신양회 같은 상장회사는 0.01%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됨.

*대표소송 역사
1962년 우리나라에 상법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존재했지만 한동안 없는 것과 같았음. 1997년 장하성 주중대사(당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소액주주 지분을 모아 제일은행 이사진 4명을 상대로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대표소송을 제기하며 세간의 주목. 당시 소액주주들이 승소해 제일은행 이사진 4명은 400억원을 자신들이 재직한 제일은행에 배상해야했음. 다만 이후 제일은행 측의 지분 전량감자 조치로 소액주주들이 원고자격을 상실하면서 회사(제일은행)가 원고로 대신 참여, 손해배상액이 10억원으로 낮춰져 2002년 대법원 최종판결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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