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가격이 내렸습니다~~~~"
지난 17일 대한항공이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조정했다는 공시를 발표했어요.
전환사채란?=정해진 이자를 꼬박꼬박 받으면서,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전환청구권)까지 갖는 채권. 영어로는 채권에서 주식으로 전환가능하다고 해서 Convertible Bond. 줄여서 CB.
*TMI: 차량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오픈카’의 영어 명칭도 Convertible
전환가액이란? 전환사채를 나중에 주식으로 바꾸려할 때 1주당 얼마에 바꿀 수 있는지 나타내는 가격. 대한항공은 이번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1만9358원에서 1만7617원으로 조정했음.
이렇게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것을 어려우면서 유식한 용어로 '리픽싱(refixing)'이라고 해요. '다시 고치다, 재조립하다'란 뜻. 왜 다시 고치는 걸까요?
대한항공 "3000억원어치 주식교환권(이자는 덤) 팔아요~"
지난 5월 13일 대한항공은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각각 1800억원과 1200억원, 총 3000억원어치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어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인을 꼭 정해서 발행하는 것이어서 '공모'가 아닌 '사모')
코로나19로 여객이 감소하고 하늘길이 끊기며 수입이 줄자 은행에게 전환사채를 팔아 돈을 빌리기로 한 거죠.
대한항공의 전환사채를 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자수입을 꼬박꼬박 챙기면서 나중에 원하면 대한항공에 빌려준 금액만큼 주식으로 바꿀 수 있어요.
5월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을 때 전환가액은 주당 1만9100원. 이후 대한항공은 전환사채 청약일(6월 22일)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전환가액을 1만9358원으로 확정해요.
하지만 약 두 달 뒤인 7월 17일. 대한항공은 전환가액을 1만7617원으로 리픽싱해요! Why?
"유상증자 쏴리~, 애프터서비스 해줄게!"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5월 13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도 결정했어요. 즉 주식을 더 왕창 찍어내 필요한 돈을 끌어 모으기로 한 것이죠. 즉 전환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동시에.
여기서 잠깐! 유상증자를 하면 이론적으론 주식가치가 떨어져요! 전체 발행주식수는 늘어나는데 내가 보유한 주식 수는 그대로이기 때문이죠. 전체 100주에서 10주를 갖고 있는 것과 200주로 늘어난 상황에서 10주를 갖고 있는 것의 가치가 같을 순 없겠죠.
대한항공 유상증자도 마찬가지. 기존 발행주식수는 9595만5428주인데 유상증자로 더 찍어내겠다는 주식수가 무려 7936만5079주. 즉 기존 주식의 83% 가량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것.
이러면 당연히 현재 대한항공의 주식을 가진 주주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환사채를 활용해 주식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불만이 생겨요.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수가 확 늘어난 이후에 주식으로 바꾸면 지금보다 1주당 가치가 당근 떨어져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로 늘어날 주식을 감안, 즉 앞으로 떨어질 주당가치를 보전해주기 위해 전환가액을 낮추기로 했어요. (이런 내용은 전환사채 판매 당시 계약서에 아주~ 자세히 적혀있어요)
그리하여 전환가액을 1만9358원에서 1만7617원으로 낮춘 것. 1주당 바꿀 수 있는 가격이 낮아지니깐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죠. 그래서 대한항공 전환사채 3000억원어치를 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나중에 바꿀 수 있는 주식수의 합계도 1549만7468주에서 1702만9006주로 153만1538주나 늘었어요! 주당가치는 떨어지지만 바꿀 수 있는 주식총수가 늘어났으니 OK!
대한항공의 기존 주주들, "우리에겐 좋은 소식아니야ㅠㅠ"
이처럼 리픽싱은 유상증자나 무상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주식가치가 희석되거나 주가가 하락할 때도 등장하는 개념인데요. 전환가액이 낮아진다는 건 전환사채를 산 채권자들에겐 유리하지만 기존의 주주들에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가뜩이나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로 발행주식이 확~ 늘어나는 마당에! 지금은 채권이지만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물량(전환대기물량)도 늘어나니깐 1주당 주식가치는 점점 더 떨어질 수 있겠죠. 그래서 리픽싱은 채권자에겐 좋은 소식이지만 기존 주주들에겐 마냥 좋은 것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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