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동수단인 지하철과 KTX를 만드는 곳 현대로템. 최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현대로템과 관련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라는 제목의 공시가 우수수 쏟아졌는데요!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란 현대로템의 경영과 관련해 내부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는 임원 또는 10%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주요주주가 주식에 변동이 생길 경우 해당 내용을 모든 주주들에게 자세하게 알리는 공시.
7월 23일 하루에만 20개의 공시가 올라왔어요. 공통점은 하나.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권리를 행사해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는 내용인데요. 전환사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시줍줍]유상증자 쏴리~ 대한항공의 '애프터서비스'를 참고해주세요.
#현대로템 CB, 1만7000원대 주식을 9750원에 가질 수 있는 권리
현대로템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어 회사운영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2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기로 했어요. 투자자입장에서 CB의 핵심은 이자율과 전환가액.
현대로템 CB의 이자율은 3년만기에 3.7%.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높은 수익률도 아닌 그럭저럭. 하지만 전환가액이 9750원이라는 점이 포인트. 나중에 현대로템 주가가 얼마가 되든 1주당 9750원에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것이죠.
현대로템이 CB 발행을 결정했던 3월에는 코로나19 영향과 장기간에 걸친 실적 악화로 주가가 좋지 못했어요. 실제로 CB를 발행하기 직전인 3월 19일 주가는 8850원까지 떨어졌거든요. 현대로템은 당시 주가상황을 반영해 전환가액을 9750원으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이후 수소차 등 친환경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2분기 실적이 긍정적인 전망을 보이면서 주가가 올랐어요. 급기야 전환가액을 최종 확정할 당시(6월5일) 이미 1만6000원대까지 올라선 상황. 즉 1만6000원짜리 주식을 9750원에 확보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로 시장에 출시된 거예요. 당연히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품.
특히 현대로템 전환사채는 애초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청약 우선권을 주는 주주배정방식이었지만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많은 물량이 일반투자자들에게 풀렸어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덕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쟁률도 높아서 2400억원 모집에 무려 7조원이 몰렸죠.
청약을 통해 현대로템 CB를 사간 투자자들은 지난 17일부터 자신이 거래한 증권사에 전화한통 하거나 지점을 방문해서 전환청구권 행사, 즉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게 됐는데요.
7월 29일 기준 주가는 1만7550원! 전환가액보다 무려 7800원 더 높은 금액!
당연히 현대로템의 CB를 산 채권자들은 3년을 기다려 3.7% 이자를 받기보단 지금 당장 주식으로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이득! 그래서 현대로템 CB에 투자한 회사 임원들부터 우수수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신청한 거죠.
# 실제 주식을 받기까지 주가 유지해야 수익률 보장
1만7550원짜리 주식을 9750원에 살 수 있으니 수익률은 무려 80%. 투자금을 지불한 날짜(6월 17일)를 기준으로 보면 단 한 달여 만에 이정도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다만 모든 CB 투자자들이 80%의 수익률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어요. 주식전환을 신청한 시점과 실제 주식으로 받기까지 시차가 존재하거든요.
줍줍이가 현대로템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보니 "7월 31일부터 주식전환 신청 건수를 집계하고 8월 15일 전후로 주식으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결국 CB 채권자가 7월 17일부터 지금까지 주식전환을 신청했다면 실제 주식을 받기까지 최소 15일~30일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요.
현대로템 CB 전환청구기간 2020년 7월 17일 ~ 2023년 5월 17일
①매월 1일부터 15일까지의 전환청구분은 합산해 해당월 말일까지 상장 완료
②16일부터 말일까지의 전환청구분은 합산해 다음달 15일까지 상장 완료
관건은 투자자의 증권계좌로 실제 주식이 들어올 때까지 현대로템의 주가가 계속 이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이죠.
다행히(?) 시장의 전망은 좋아요. 신한금융투자 황어연 애널리스트는 2분기 영업이익이 256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최소 1만5300원으로 잡았어요. 1만5300원이어도 당연히 주식으로 바꾸는 게 이익!
#풋옵션 없고 콜옵션만 있는 현대로템 CB
투자자분들이 알아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 바로 현대로템 CB에는 풋옵션은 없고 콜옵션만 붙어있다는 점이에요.
*풋옵션(put option): 투자자들이 회사에 CB를 빨리 되사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
*콜옵션(call option): 회사가 투자자들이 보유한 CB를 빨리 되사들일 수 있는 권리
현대로템은 주식전환청구권 행사일(7월17일) 이후부터 15일 이상 주가가 전환가액(9750원)의 140%(1만3650원)를 웃돌면 회사가 아직 상환하지 않은 CB를 거둬들일 수 있는 콜옵션 조건을 붙였어요.
보통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투자자의 손해를 덜기 위해 풋옵션이 붙는 사례는 많아도 현대로템처럼 콜옵션만 붙어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물론 현대로템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돈이 부족해서 CB를 발행한 만큼 콜옵션을 행사해 조기상환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다만 투자자입장에선 나중에 주가가 지지부진해도 조기에 회사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이 없으니깐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바로 지금! 주식으로 전환하고자하는 욕구가 높겠죠.
결국 현대로템 CB에 투자한 사람들 대다수가 주식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 현대로템 입장에선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CB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게 이자도 덜 나가고 좋아요. 또 투자자들이 대거 CB를 주식으로 바꾸면 현대로템 재무제표에도 도움이 돼요. 채권은 재무제표 상 빚(부채)에 해당하는데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바뀌어요.
# 갑작스런 물량폭탄..CB 투자하지 않는 주주들은
현대로템 주주들 중에선 CB에 투자한 사람도 있고 주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요. 주식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한꺼번에 많은 CB가 주식으로 바뀌게 되면 갑작스런 물량폭탄이 주가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무려 현대로템 기존 발행주식(8500만주)의 22%에 달하는 2462만주가 CB의 주식전환으로 인해 추가로 늘어나거든요.
1만 7000원대 주식을 9750원에 확보한 CB투자자들은 당연히 주식전환 즉시 이익실현을 위해 팔려고 할 때고, 결국 매물이 쌓이고 쌓이면 주가는 하락압력을 강하게 받을 수 있어요. 또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기존 주식가치도 떨어지게 되죠.
현대로템의 CB는 분명 CB투자자들에겐 함박웃음을 가져다주는 존재. 다만 현재 고공행진 중인 주가에는 당분간 악재가 될까요? 아님 물량부담을 버텨내고 계속 상승세를 이어갈까요? 이상, 현대로템 CB의 관전 포인트였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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