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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콜(Call)' 외친 현대로템…무슨 사연이

  • 2020.08.14(금) 09:30

현대로템 2400억 규모로 발행한 CB 조기상환청구권(콜옵션) 행사키로
투자자에게 판매한 CB 빨리 되사겠다는 것…실제 현금유출 거의 없어
‘자금조달+재무개선’…무늬는 CB발행이나 사실상 유상증자 효과 거둬

지난달 31일 [공시줍줍]전화한통으로 수익률 80%…'장안의 화제' 현대로템 CB 기사를 통해 현대로템이 6월 발행한 24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해당 기사의 후속편입니다.

현대로템이 해당 전환사채(CB)와 관련해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공시를 최근 발표했거든요.

조기상환청구권은 콜옵션(call option)라고도 불러요.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채권(CB)을 만기 이전에 되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말해요.

먼저 공시내용을 볼게요.(공시원문은 아래 관련공시 링크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시내용을 재구성했어요)

☞관련공시: 현대로템 8월 7일 CB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현대로템 CB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요약>
전환권 행사 마감일: 8월 19일(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일: 8월 22일(토)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수량: 현대로템30CB 미상환잔액 전액 (100%)
조기상환금액: 사채 액면금액(100%) 및 발행일로부터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일 전일까지 일할 계산한 이자 (YTM 3.7% 적용)
조기상환청구권 원리금지급일: 8월 24일(월)
조기상환청구권이 발행회사에 있기 때문에 채권자 의사와 상관없이 100% 상환 처리됨.

공시내용을 번호 순서대로 하나씩 뜯어보면요.

현대로템 CB를 보유한 사람들은 8월 19일까지 전환권 행사, 즉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회사에 요구할 수 있어요 이때까지는 현대로템이 기다렸다가 8월 22일 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해요 행사 대상은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지 않은 CB 전량이에요 조기상환으로 되사들이는 CB가격은 액면금액(1주당 9750원)에 발행일(6월17일)부터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일 전날(8월21일)까지 연 3.7%의 이자를 일할 계산한 금액을 얹어서 8월 24일 투자자들의 통장으로 입금할 예정이에요 만약 8월19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계속 CB를 보유하겠다는 투자자가 있더라도 무조건 회사는 되사들입니다. 원래 이렇게 계약을 맺고 판 상품이에요.

현대로템 CB은 3년 만기 이자율 3.7%에 전환가격 9750원이 붙어있는 채권 상품인데요. 즉 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해서 3.7% 이자를 받거나 혹은 중간에 전환권을 행사해서 현대로템 주가가 얼마이든 1주당 9750원에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현대로템 CB 투자자들은 발행일(6월17일)로부터 한 달이 흐른 지난달 17일부터 자신이 거래한 증권사에 전화한통 넣거나 지점을 방문해서 전환권 행사, 즉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할 수 있었죠. 현대로템 주가는 현재 1만6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3년 만기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전환권을 행사하는 게 유리하다는 점을 지난 지난 [공시줍줍] 기사에서 알아봤어요.

이 때문에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단 11일(영업일 기준)만에 전체 발행물량(2461만5384주)의 77.4%(1904만3612주)가 이미 전환권을 행사했어요. 해당 기간에 전환권을 행사한 투자자들은 14일 현대로템 주식을 실제로 받아 그 즉시 시장에 팔아서 차익을 얻을 수 있어요.
 
아직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고 남아 있는 CB는 대략 22.6%(약 557만주) 수준인데요. 다만 8월에도 현대로템 주가가 전환가액(9750원)보다 훨씬 높은 금액에서 형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7월 31일 이후 추가로 전환권을 행사한 물량도 상당할 것으로 보여요. 결국 남아있는 미전환 물량은 더 줄어들었겠죠.

이 상황에서 현대로템이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즉 투자자들을 향해서 큰소리로 '콜(Call)'을 외친 것인데요.

현대로템 CB에는 전환권 행사일(7월17일) 이후부터 15일(영업일 기준) 이상 주가가 전환가액(9750원)의 140%(1만3650원)를 웃돌면 회사가 콜옵션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어요. 따라서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첫날이었던 7일 현대로템은 재빠르게 콜옵션 행사를 발표한 것이에요.

만약 현대로템 전환사채를 보유중이면서 아직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이제 두 가지 선택이 남았어요.

8월 19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해서 1만6000원대(8월12일 종가기준) 주식을 9750원에 취득해 60%대 차익을 거둘 것인지
8월 19일까지 CB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원리금(원금+연 3.7%를 약 두 달간 일할 계산한 이자를 합산한 금액)을 받고 CB를 회사에 되팔지

당연히 비교할 수 없는 수익률을 따져보면 ②번을 선택할 투자자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남은기간 전환권을 행사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현대로템도 실제로는 회사 돈을 들여서 투자자들이 가진 CB를 되사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볼 수 있죠. 회사 운영자금이 필요해서 CB를 발행했는데 몇 달만에 돈을 써가면서 CB를 되사들인다는 자체도 넌센스.

따라서 현대로템이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방침을 발표한 것은 CB 투자자에게 하루빨리 주식으로 전환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봐야 해요.

현대로템이 이런 신호를 보낸 이유는 주가흐름이 좋은 상황에서 하루빨리 잠재물량을 털어내고 주가관리를 하겠다는 의미. 또한 하루라도 빨리 CB를 갚는 게 회사 입장에서 이자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고요. 무엇보다 전환사채는 발행당시엔 빚(부채)으로 잡히지만 CB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바뀌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어요.

현대로템 CB 2400억 원어치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현대로템은 자본금 1230억원에 자본잉여금 1170억원을 더해 총 2400억원의 자기자본이 늘어나요.

자본금 1230억원 증가= 주식전환물량 2461만5384주 * 액면가(5000원)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1170억원 증가= 주식전환물량 2461만5384주 * 액면가 초과금액(4750원)

현대로템 입장에선 시작은 CB발행이었지만 사실상 자금조달과 재무개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성공적인 유상증자를 한 것과 다름없어요. 아울러 미래에 발생할 이자부담을 줄이고, 잠재물량을 털어내면서 주가관리효과까지.

현대로템 CB를 가진 투자자들도 불과 두 달여 만에 60%대의 수익률(전환권 행사 이후 주식매도시)을 거둘 수 있으니 회사와 투자자 어느 쪽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죠. 다만 당분간 현대로템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8500만주)의 최대 22%에 달하는 2461만주가 시세보다 훨씬 싼 주식으로 바뀌는 만큼 매물 압력에 시달릴 수 있어요.

현대로템은 최근 수소 충전소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 '수소리포머'(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 사업에 뛰어든 점이 정부정책(그린뉴딜)과 맞물리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데요. 수소리포머 사업을 기대하는 투자심리가 CB 전환물량 압박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관심이네요.

*[공시줍줍]과 [공시요정]에서는 독자들의 제보와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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