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과 2일 이틀간 실시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이 엄청난 화제를 모았네요.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숫자(1745개) 수요예측 경쟁률(1478.53) 일반청약 경쟁률(1524.85) 일반청약 증거금(58조5543억원) 등 공모주청약이 보여주는 거의 모든 통계에서 역대급 기록을 남겼어요.
[공시줍줍]은 그동안 증권신고서 분석(8월7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분석(9월1일) 두 편의 기사를 통해 카카오게임즈 공모청약 관련 분석을 선보였는데요. 오늘은 공모청약 결과를 살펴볼게요.
카카오게임즈는 일반투자자에게 320만주의 공모주를 배정했는데, 무려 48억7952만주의 청약신청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청약경쟁률 1524.85대 1이 나온 것이고요. 청약증거금은 50% 즉, 1주당 2만4000원인 공모주를 청약하기 위해 최소 보증금 1만2000원을 넣어야하는 구조여서 청약증거금 58조원이 몰렸다는 건 117조원어치를 사고자하는 돈이 몰렸다는 뜻이에요. 정말 굉장한 숫자죠.
# 마통 5천만원 받아 청약했다면 이자빼고 수익금은?
이런 수치가 말해주듯 소위 '영끌'로 투자금을 모아 청약한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럼 '영끌' 수익률을 한번 계산해볼까요.
공모주청약이든 상장주식 투자든 또 그 무엇이든 빚 없이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면 가장 좋지만, 공모주투자는 '청약마감후 2영업일 뒤 증거금 환불'이란 특성상 단기자금을 최대한 끌어 모아서 투자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개미투자자들이 자기자본 외에 단기에 자금을 모으는 방법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 방법 중 하나인 마이너스통장대출(신용한도대출)을 5000만원 또는 1억원을 받아서 투자했을 경우를 따져볼게요. 이른바 '마통 영끌' 수익률.
먼저 실제로 배정받는 공모주를 계산해보면?
①5000만원 증거금 납부(1억원 청약신청)시 배정주식수는 2.732주= 5사6입하면 3주
②1억원 증거금 납부(2억원 청약신청)시 배정주식수는 5.465주= 5사6입하면 5주
카카오게임즈 투자설명서를 읽어보면 '배정가능한 주식수 한도 내에서 청약경쟁률에 따라 5사 6입을 원칙으로 안분배정'한다고 되어있어요. 5사6입, 즉 5이하는 버리고 5초과는 올리는 방식을 적용하면 5000만원 증거금을 납부한 사람은 3주, 1억원 증거금을 납부한 사람은 5주를 받는걸로 나와요. (*참고로 5사6입으로 배정하고 남은 주식은 상장주관사(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와 인수증권사(KB증권)가 자기네 돈으로 사들이거나 추첨을 통해 다시 배정하는 방식)
공모주는 상장 첫날 시초가격(최초로 결정되는 가격)이 공모가의 90%에서 200% 사이에서 결정. 따라서 카카오게임즈(공모가 2만4000원)는 2만1600원에서 4만8000원 사이에서 시초가가 형성돼요. 만약 최고가인 4만8000원으로 시초가격이 형성되고 그 직후 하루 가격제한폭(30%)까지 직행하는 소위 '따상'이 나타날 경우 상장 첫날 최대로 오를 수 있는 주가는 6만2400원으로 1주당 공모가대비 3만8400원(160%)의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어요.
마이너스통장을 대출받았으니 금리부담도 계산해야겠죠. 현재 시중 17개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평균금리는 3.06%(신용 1~2등급, 은행연합회 7월 기준)
카카오게임즈 공모청약 마지막 날(9월2일) 마이너스통장대출을 5000만원 또는 1억원을 받아서 모두 청약한 후 증거금 환불일(9월4일) 아침에 실제 청약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를 돌려받아 즉시 대출을 갚았다고 가정해보면,
결과적으론?
①마통 5000만원 대출받아 공모주 3주 받은 투자자
매매차익= ‘따상’ 매도시 11만5200원(3만8400원*3)
대출금리= 5000만원에 대한 금리 3일치 1만2575원(5000만원*3.06%*3/365)
최종수익금= 10만2625원(11만5200원-1만2575원)
②마통 1억원 대출받아 공모주 5주 받은 투자자
매매차익= ‘따상’ 매도시 19만2000원(3만8400원*5)
대출금리= 1억원에 대한 마통 금리 3일치 2만5150원(1억원*3.06%*3.365)
최종수익금= 16만6850원(19만2000원-2만5150원)
물론 이 조건은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첫날 '따상'을 반드시 가고, 그 가격에 성공적으로 잘 팔았을 때를 가정한 수익금이에요. 더 중요한 조건은 대출받은 자금을 다른 곳에 절대 쓰지 않고 오직 증거금 납부에만 사용한 후, 증거금 환불 직후 곧바로 갚아 추가 이자를 물지 않는다는 조건이에요.(이외에 증권사에 따라 청약수수료가 발생하고, 개인별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리가 다르다는 조건은 계산에 넣지 않았어요)
어떤가요? 판단은 독자들께 맡길게요.
생각보다 수익금이 많다고 느낄 수도 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모든 투자자들이 이러한 수익금을 실현하는 건 당연히 아니겠죠.
# 현금부자가 풀베팅했다면 열흘만에 직장인 월급 벌고도 남아
우리나라 공모주 투자는 철저하게 기관투자자 또는 고액자산가에게 유리한 방식이에요. (사실 공모주든 부동산이든 현금부자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식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공모주는 복수계좌허용, 우대고객 추가 청약한도 부여 등이 방식이 있어서 더욱 그래요.
복수계좌 허용이란, 공모청약 신청을 받은 증권사(카카오게임즈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3곳)에 모두 계좌가 있으면 중복 청약할 수 있다는 뜻. 1곳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계좌만 있으면 모두 가능하고, 특히 본인 외에 가족이나 친척 계좌를 동원한다면 신청 가능한 계좌가 더 늘어나요.
우대고객 추가 청약한도 부여란, 증권사들이 자신들과 평소 거래가 많은 고객들에겐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청약한도를 주는 것을 말해요. 가령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카카오게임즈 공모청약전 3개월 평균 계좌잔약이 1억원 이상이거나 청약 직전 달(8월말) 잔고 5억원 이상인 고객에겐 1인당 청약한도의 3배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어요. 삼성증권과 KB증권도 우수고객들에겐 2배까지 청약기회를 줬고요.
만약 어느 '현금부자'가 3개 증권사에 최고우대고객 조건을 모두 충족한 상태에서 말 그대로 ‘풀베팅’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현금부자 본인계좌로만 신청했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이하 증권사별 최대청약한도 17만4000주), 삼성증권(12만주), KB증권(1만6000주) 3개 증권사 합쳐 총 31만주를 청약 신청할 수 있어요. 평균경쟁률(1524.85)에 따라 최종적으로 받는 공모주는 약 203주(이외에 추가 우대배정 변수는 제외).
이 주식을 상장첫날 '따상'이 나타났을 때 모두 팔 수 있다면 수익금은 780만원. 공모주 청약 마지막 날(9월2일)부터 상장첫날(9월10일)까지 열흘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웬만한 직장인들이 한 달 꼬빡 일해야 받는 월급 이상의 돈을 손쉽게 벌어요. 1년 치 수익금이 아니라 불과 열흘 안에 이만큼을 벌어들인다는 것. 만약 현금부자가 본인계좌외에도 가족 계좌까지 모두 동원했다면 청약가능한도가 늘어나고 당연히 더 많은 공모주를 받아 수익금은 더 크게 불어나요.
# 고액자산가에 철저히 유리한 공모주 배정.. 대안은?
현재 우리나라 공모주 배정 방식은 기관투자자 우선, 그리고 증권사와 거래가 많은 고액자산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임이 틀림없어요. 그래서 공모주 배정방식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와요.
먼저 보고서 한편을 살펴볼게요.
<증권 인수업 선진화를 위한 개선방향> 2018년 12월 (작성자 김갑래 이한상) 요약
-일본·홍콩·싱가포르에서 일반청약자 의무배정은 복수계좌 청약 금지를 전제로 소액청약우대, 추첨 등으로 투자기회 확대 및 형평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
-우리나라는 우대고객 우대, 고액청약물량에 비례한 안분배정 등 고액자산가·대출청약자·복수계좌청약자에게 유리하게 공모주 배정이 이루어지고 있음.
-자산평잔 등이 높은 우대고객은 청약한도가 일반고객보다 많고 우선배정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청약경쟁률에 따른 안분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일반고객은 우대고객보다 구조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게 됨.
-투자열기가 과열된 공모주 배정에서 소액청약자는 공모주 배정기회가 매우 적고, 고액자산가나 대출청약자는 청약증거금을 많이 납부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크게 유리함.
-또한 증권사를 달리하는 복수계좌 청약을 금지하지 않음으로써 소액청약자가 배정받을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됨.
-이러한 배정 방식은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게도 고르게 공모주를 배정시킨다는 형평성의 제도적 취지에 반하는 모순이 있고, 실수요보다 큰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후 공모주배정을 받은 투자자(특히 대출청약자)의 단기수익편취 행태를 조장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음.
-단기투자성향의 고액자산가 및 대출청약자에게 많은 물량이 배정되는 현행 배정방식은 제도도입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 정합성에도 반함.
-금융정책당국은 일반청약자 의무배정에 대한 형평성 기준(소액청약자 우대, 추첨방식)을 규정화하는 것을 논의할 필요가 있음.
공모주청약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는 ①일반투자자에게 전체공모물량의 20%를 배정하는 현행 방식을 확대하거나 ②여러 증권사계좌를 통한 복수청약 금지 ③고액청약과 소액청약을 구분해서 물량을 나눠서 배정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해요.
다만 제도를 조금 손질하더라도 모든 투자자를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어요. 일반투자자 배정비중을 늘려도 카카오게임즈처럼 청약경쟁률이 높다면 한계가 분명해 보이고, 증권사가 자신들과 거래가 많은 고객을 우대하는 건 (누군가에겐 불리하더라도) 민간회사의 고유 영업 전략의 한 부분으로 존중해야할 점도 있어요.
또한 고액청약과 소액청약을 구분하더라도 투자자금의 성격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부동산처럼 자기자본과 대출을 구분할 것인지), 고액과 소액을 어느선에서 딱 잘라 구분할건지 등등 많은 세부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모든 공모주가 카카오게임즈나 SK바이오팜처럼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 어떤 종목은 공모가를 밑돌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변수도 있어요.
그래도 몇 가지 분명한 건 공모주 투자를 위해선 증권신고서나 투자설명서 등 투자판단의 기초가 되는 서류들을 열심히 분석한 후 결정해야한다는 점. 또한 공모주는 기존의 상장주식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투자한다면 적은 금액이어도 꾸준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은 있다는 점!
저희 줍줍팀은 앞으로도 부지런하게 힘닿는 대로 공모주 청약 관련 분석을 시도해볼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다음주 [공시줍줍]에선 어쩌면 카카오게임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모를 빅히트엔터테인먼트 (a.k.a BTS소속사) 증권신고서 분석 기사를 선보이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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