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광풍(狂風)이다. SK바이오팜으로 불붙은 공모주 열풍이 카카오게임즈로 옮겨붙으며 거센 불길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덩달아 분위기가 뜨거워진 곳이 바로 공모주 펀드 시장이다. 장기 침체에 허덕이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뭉칫돈을 모으면서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공모주 펀드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 3개월간 1.6조 유입…SK바이오팜 이어 카카오게임즈도 '로또' 인증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8월 말까지 3개월간 코스닥벤처, 하이일드, 코넥스하이일드, 일반 공모주 등의 유형을 합산한 공모주 펀드로 1조 6000억원 넘는 돈뭉치가 들어왔다. 이에 같은 기간 1조 5000억원대였던 공모주 펀드 시장은 3조원대로 단숨에 몸집을 두 배나 불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3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과 상반된다.
공모주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누가 뭐라 해도 SK바이오팜이다. 코로나19로 한껏 움츠렸던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즈음 기업공개(IPO) 대어로 일찌감치 지목됐던 SK바이오팜이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공모주 투자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SK바이오팜의 일반 청약에는 31조원이 몰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저금리 기조 고착화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갈 곳 없는 시중 유동자금이 밀물처럼 들어왔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의 IPO 성공 사례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배정만 받으면 수익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공모주 로또' 공식을 각인시켰다.
얼마 전 SK바이오팜이 세운 역대급 IPO 기록들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코스닥시장에 화려하게 입성한 카카오게임즈는 공모주 열풍의 결정판이다. 320만주, 총 768억원가량의 일반 공모 물량을 배정하는 청약에 무려 58조 5542억원이 몰리며 1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경험이 전무한 투자자 비율이 60~70%에 이를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 공모주가 얼마나 '핫'한 투자처인지를 또 한 번 확인해 줬다.
◇ 공모주 펀드, 증거금 없고 물량 확보 유리…수익률 전망도 긍정적
그러나 한편으로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일반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주식을 배정받기란 과장을 조금 보태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되는 물량이 통상 전체 물량의 약 20%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증거금으로 1억원을 맡겼을 때 배정받는 주식은 고작 5주였다.
공모주 펀드는 증거금 부담이 전혀 없는데다 자산운용사가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물량 확보가 유리하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상품전략팀장은 "인기있는 공모주의 경우 개인은 경쟁률과 증거금 규모에 따라 주식을 배정받게 돼 레버리지 투자를 활용하더라도 극히 적은 수량만 확보할 수 있다"며 "공모주 펀드 투자 시 이보다 훨씬 적은 가입 금액으로 더 많은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공모주 펀드는 채권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을 운용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공모주 투자로 추가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증시 흐름이나 공모시장 활성화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실제 공모주 펀드는 2010년과 2017년 증시가 강세를 보일 당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게 나타났고, 2014년과 2015년 IPO 시장이 침체를 보이자 성과가 다소 부진했다.
올해는 SK바이오팜과 제놀루션, SCM생명과학, 소마젠 등의 신입생들이 증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데다 '최대어' 카카오게임즈가 의심의 여지없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하는 등 공모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양호해 관련 펀드의 수익률 역시 호조를 띨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 이달 15~17개 상장…다음 달엔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 출격
금융투자업계는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숫자와 면모를 고려할 때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IPO를 추진 중인 기업은 22개에 달하며, 그중 상장 예정인 기업만도 15~17개에 이른다. 예상 공모 금액은 7000억~8000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3조 6000억~4조 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신곡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코스피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 주식수는 713만주, 공모금액은 7487억~9626억원에 달한다. 예상되는 시가총액만도 최대 4조 8000억원이 넘는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또다시 역대급 IPO 기록을 세우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의 IPO가 이어지면서 공모주 펀드로 투자 대기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공모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