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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의 시대 더 앞당기려면

  • 2021.06.03(목) 07:00

[렛츠 리츠②]
배당 주기 단축, 배당 예고제 등 과제
재간접 리츠 규제 완화도 활성화 조건

리츠가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꼭 스무돌을 맞았다. 리츠는 2001년 도입 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시가총액은 10배 가까이 늘었고, 상장 리츠 수도 4배 이상 늘었다.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선진국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리츠시장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변방에 가깝다. 리츠의 매력과 함께 국민 대표 고배당 투자상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리츠는 저금리·고령화 시대 노후대비용 투자상품으로써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려면 국내 리츠시장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더 탄탄한 투자 수요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결산 주기 단축과 배당 예고제 등을 도입해 투명성 강화와 함께 고령층이 정기적인 소득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재간접 리츠의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다양한 상품 출시와 함께 리츠시장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배당 주기 단축과 예고제 필요

리츠의 배당 주기 단축과 예고제 도입은 리츠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순위 과제로 꼽힌다.

현재 국내 주요 리츠의 경우 1년에 두 번, 6개월 간격으로 결산을 한다. 가령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와 신한알파리츠는 1분기와 3분기에 각각 결산을 하고, ESR켄달스퀘어리츠를 비롯해 미래에셋맵스제1호리츠, 롯데리츠 등은 2분기와 4분기에 실시한다. 12월에는 대부분 상장 리츠들이 결산을 통해 배당을 결의한다.

반면 미국에선 리츠는 물론 80%가 넘는 상장사들이 분기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미국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38.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은 각각 33.2%와 32.5%를 기록해 24.8%에 그친 국내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선 리츠의 결산 시기를 다양화하면 배당 활성화와 함께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한국리츠협회와 한국부동산분석학회가 공동 주최한 '미디어데이'에서 "배당 결정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등 번거롭지만, 월 단위로 배당 시기를 단축해 고령층이 정기적으로 소득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당 예고제 도입도 같은 맥락이다. 오피스빌딩이나 주택, 물류센터 등에 입주해 있는 임차인들과 계약은 대부분 장기다. 따라서 다음 결산 시기 전까지 발생하는 수익과 지출 등을 어느 정도 예측해 사전에 공지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선 아직까지 사전에 배당을 예고하는 리츠는 없다. 일본만 해도 리츠 전용 공시사이트인 '재팬 리츠 닷컴'에 들어가면 상장 리츠들의 전·후기 결산 시기를 비롯해 영업이익, 순이익, 주당 배당금액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 자료를 참고해 배당수익률을 미리 가늠해보면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리츠 운용 과정에서 투명성도 높일 수 있어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김선태 한국리츠협회 산하 리츠연구원 부원장은 "배당을 예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다보니 선제적으로 나서는 리츠가 없는 것 같다"면서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임대료와 같은 수익은 대부분 정해져 있는 만큼 시장 활성화와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예고제 도입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용민 비즈니스워치 기자 kym5380@

재간접 리츠 규제 유연하게 적용해야

재간접 리츠의 규제 완화도 리츠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건으로 꼽힌다. 다양한 형태의 재간접 리츠는 물론 순도 100%의 리츠ETF 등 다양한 관련상품이 등장하면서 리츠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개의 상장 리츠 중 모자(母子) 구조를 가진 재간접 리츠는 NH프라임리츠를 포함해,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 3개다. 

지금은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지만 앞으론 재간접 리츠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입성을 계획하고 있는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와 엔에이치올원리츠, 디앤디플랫폼 등은 모두 복층 재간접 형식으로 상장할 예정이다.

재간접 리츠는 기초자산인 빌딩이나, 주택, 물류창고 등을 직접 매입하는 대신 이런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등에 재투자하는 방식이다. 장점과 단점도 확실하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모(母), 자(子) 2개의 펀드로 구성된 만큼 수수료가 이중으로 발생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여러 자 펀드에 분산해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일부 자 펀드에서 환매 중단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모 펀드로 전이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단순 재투자인 만큼 운용의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재간접 펀드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상품구성이나 운용의 편의성 등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어서다. 문제는 규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재간접 투자 비율이 40%를 넘으면 다른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다른 펀드에 재투자하면 그만큼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이 과정에서 운용 취지에서 벗어난 상품이 편입되면서 잠재적인 불완전 판매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는 리츠로만 구성된 ETF가 없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 산하 ETF닷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선 슈왑 미국 리츠 ETF(Schwab U.S. REIT ETF)를 비롯해 18개의 리츠 ETF가 거래되고 있고, 일본도 20개의 리츠 ETF가 상장돼 있다.

업계에선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리츠뿐 아니라 재간접 펀드에 적용하는 규제를 현실성 있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츠시장은 제도적 지원만 수반되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상장 리츠 ETF는 업계의 관심이 큰 분야"라며 "최근 재간접형 리츠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우호적인 환경만 만들어지면 다양한 상품 출시를 적극 검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이슈와 맞닿아 있어 당장 규제 강도를 적극적으로 낮추기엔 무리가 따른다"면서 "상황에 따라 가이드라인 같은 조항을 만들어 소급 적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해볼 순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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