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 그대로 백신을 만드는 차백신연구소가 지난 9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증권신고서란 회사가 주식이나 채권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공모(공개모집)로 팔아서 돈을 마련하려고 할 때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차백신연구소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코스닥상장에 앞서 공모 청약을 진행하기 위해서인데요. 지금까지 공모청약을 보면 항상 오후 4시에 청약 접수를 마감하고 곧바로 청약경쟁률 등 각종 수치가 나왔죠.
하지만 차백신연구소는 이례적으로 공모청약 접수 마감 시간을 밤 10시로 연장했어요. 물론 청약 첫날에만 적용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파격적이죠?
청약일은 증권신고서 효력이 그대로 발생한다는 전제 하에 9월 7~8일.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예습 차원에서 차백연구소 간략하게 알아볼게요.
① 하는 일
차백신연구소는 2000년 두비엘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회사. 2011년 최대주주가 차바이오텍으로 바뀌면서 차병원·차바이오그룹에 편입. 현재 차바이오텍이 지분 45.95%를 보유한 최대주주. 설립자인 염정선 대표의 지분은 0.65%
자체 개발한 면역증강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성 B형 간염 치료백신, B형 간염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있음. B형 간염 백신은 이미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 회사가 연구중인 백신은 새로운 백신 또는 개량형 백신.
핵심기술이 면역증강제(adjuvant)인데, 백신항원의 면역원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첨가물이라고 함. 이 기술을 가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백신 또는 이미 상용화중인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개량형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함.
이 회사가 연구 중인 B형 간염 치료백신(CVI-HBV-002)은 아직 허가받은 제품이 없어 개발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혁신신약(First-in-class)이 됨. 2019년 12월 말에 임상시험 2b상을 시작, 개발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함.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9개 기관에서 임상 진행 중.
*참고: 해외 경쟁사의 B형 간염 치료백신 개발 현황(Altimmune-Tasly 임상 2상, Brii Bioscience 임상 1b/2a상, 기타 임상 1상 진행중)
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는 B형 간염 예방백신(CVI-HBV-001, CVI-HBV-002)도 있음. B형 간염 예방백신은 지금도 존재함. 현재 국내외에서 사용중인 B형 간염 예방백신은 2세대 백신인데 약 80% 이상의 높은 예방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 그러나 2세대 백신은 6개월간 총 3회 접종이 필수적. 접종횟수와 접종기간이 길어 3차접종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고, 이 때문에 방어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고. 3회 접종을 완료해도 항체가 형성되지 않는 무반응자도 5~15% 있다고 함.
차백신연구소가 개발하는 B형 간염 예방백신은 2세대 백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즉, 접종횟수를 줄이고, 방어효과는 높이는 개량형 백신. 파이프라인은 두 가지인데 CVI-HBV-001는 임상시험 1/2a상 완료, CVI-HBV-002는 올해 상반기에 임상 1상 승인을 받아서 진행중.
② 공모 개요
차백신연구소는 주요 파이프라인들이 상용화 전 단계인 임상시험 중이어서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지 않음. 올해 상반기 매출을 보면 면역증강제 관련 기술이전으로 5억원을 벌어들인게 전부. 통장에 들어온 돈은 5억원인데 인건비와 각종 연구개발비 등 이곳저곳에 돈을 지출하다보니 31억원 적자가 났고, 이전에도 흑자를 기록한 해가 없었음.
이처럼 이익을 못내는 회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려면 정식시험이 아닌 특례입학을 해야함.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2개의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평가받아야하는 조건. 차백신연구소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NICE평가정보로부터 받은 기술평가에서 각각 A, BBB 등급을 받아서 상장 요건을 갖춤.
그렇다고 차백신연구소가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투자자의 외면을 받다가 퇴출 당할 수 있음. 따라서 회사 측에서 향후 실적 전망을 공개함.
회사 측은 2023년이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024년에는 매출 1000억원대, 순이익 9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 현재 개발중인 백신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기술이전 계약(라이선스 아웃)를 맺어서 매출과 이익이 발행할 것이라고 보는 것. 물론 추정치인만큼 그대로 매출과 이익이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음.
차백신연구소는 상장공모 가격을 1만1000원 ~ 1만5000원으로 제시함. 흔히 희망공모가격이라고 하는 숫자. 이 가격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이미 상장되어있는 유사회사를 선정해 기업가치를 비교해야하는데 종근당, 유나이티드, 휴젤, 동화약품을 유사회사로 꼽았음.
유사회사 4개사의 올해 1분기 실적을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 평균(26.68배)을 기초로 차백신연구소가 2023~2024년에 기록할 예상 순이익을 끌어와서 기업가치를 산정해보니 1주당 2만2230원이 적정하다는 결론. 이 금액에서 50.52%~32.52% 할인한 1만1000원~1만5000원을 희망공모가액으로 제시한 것. 참고로 공모가를 기준으로 상장이후 예상 시가총액(전체발행주식×공모가)은 2907억~3964억원이 나옴.
차백신연구소는 이번 코스닥시장 상장공모 방식으로 신주모집 100%(395만주)를 선택했고, 따라서 공모로 판매하는 주식금액(434억~593억원) 모두가 회사 통장으로 들어옴. 회사는 이 돈이 들어오면 임상·연구개발자금(285억원), 인건비 등 운영자금(146억원)에 쓰겠다고 밝힘.
전체 공모물량 395만주 가운데 5%(19만750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배정하고 나머지는 일반청약자와 기관투자자 배정하는데, 일반투자자에겐 최소 98만7500주(25%)가 배정됨. 균등배정 물량은 최소 49만3750주. 대표주관사 삼성증권 한곳에서만 9월 7~8일 이틀간 일반청약을 접수함.
청약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청약 첫날(9월7일)에는 온라인(MTS, HTS)청약시 밤10시까지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날은 오후4시 마감, 오프라인 청약은 이틀 모두 오후4시 마감)
모바일이나 PC로 진행하는 온라인 청약은 사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첫날 밤10시까지 청약을 받은 것은 공모주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점에 긍정적으로 봐도 좋을 듯.
차백신연구소는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이 9월 1일. 이 기간에 중요내용의 정정이 없어야 효력이 그대로 발생하고, 청약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음. 만약 중요 내용을 고쳐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한다면, 효력발생일이 늦춰지고 그만큼 청약일정도 뒤로 미뤄짐.
*본문 중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 숫자를 2907억~3964억원으로 수정해요. '감염'으로 기재한 일부 표현도 '간염'으로 고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