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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브로커리지' 신사업 찾아나선 증권사

  • 2022.03.04(금) 10:10

긴축기조에 거래대금 코로나 이전 회귀…약발 '끝'
가상자산 법인 신설·그룹 계열사 총동원 앱 개발

코로나19 이후 역대급 유동성에 실적 잔치를 벌였던 증권가가 새 사업 찾기에 한창이다. 금리인상과 긴축 기조로 국내 증시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사실상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약발이 다한 것으로 판단한 배경에서다. 

당장 일평균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과 비등해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나 블록체인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증권사들은 이와 관련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앞다퉈 투자하고 공동 비즈니스를 모색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진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니스워치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가상자산 사업을 전담할 전문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합작투자 방식이 유력하며 비트코인과 NFT(대체불가토큰) 등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이달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를 앞두고 디지털 사업부문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그룹 금융계열사들과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칭 '모니모'다. 

이 앱에선 삼성증권 주식 투자 서비스뿐만 아니라 보험료 결제나 걸음 수·목표달성에 따른 리워드 축적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이 앱 개발에만 전체 391억원의 20%에 육박하는 74억원을 부담했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적할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이 앱의 목표다. 

특히 삼성 금융계열사 이용자가 3200만명(중복포함)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용자가 400만명 수준인 삼성증권으로선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SK증권이 최근 디지털사업을 신사업으로 내걸고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말 인사와 함께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임명하고 디지털부문을 신설한 게 대표적이다. 이 조직에는 디지털마케팅본부와 디지털사업본부가 편제됐다. 

연초에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스타트업 '펀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 구축을 본격화했다. SK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과 부동산 유동화 과정부터 보관과 유통, 청산 등 시스템 전 과정에 참여한다. 투자자의 부동산디지털수익증권(DABS)과 매칭된 신탁 수익증권이 예탁원에 전자등록되면, SK증권이 DABS 거래를 고객 계좌에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식이다.

유관기관인 한국증권금융 또한 지난달 대규모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디지털금융부를 신설했다. 디지털 전환 등 자본시장 변화대응을 위해 만든 전담조직이다. 

운용사 가운데서는 KB자산운용이 지난달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상품, 준법, 리스크, 전략 등 9개 부서 팀장급 인력이 주축인 태스크포스(TF) 조직으로, 국내외 디지털 자산시장 리서치와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한다. 

증권가가 이처럼 새 사업 추진에 나서는 것은 기존 정통 사업부문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에서 돈을 풀면서 동·서학개미운동이 일었고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를 필두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최근 긴축이 대세가 되면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지난 1월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이 20조7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평균(22조7000억원) 대비 2조원 급감한 데 이어 2월에는 18조7000억원으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더욱이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3조8000억원까지 감소하며 작년 4분기 평균(15조9000억원)보다 13%이상 축소됐다. 이는 1년전 대비로는 무려 절반이상 급감한 규모다. 이달 들어서는 개인 거래비중 또한 66%까지 작아져 2020년 동학개미운동으로 거래가 급증하기 이전 수준으로 축소됐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개인투자자의 자금 차입여건 악화와 위험회피심리 강화로 우리 증시에 동학개미들의 대규모 자금 재유입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브로커리지 관련 수익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 속에서 주가지수 또한 정체되며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축소되고 있다"며 "지난해 호실적을 감안할 때 올해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신사업 추진은 일종의 활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신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앞선 브로커리지 호황이 다시는 오지 않을 상황임을 업계도 알고 있고, 새 먹거리에 대한 스터디와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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