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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급이 경쟁력' 자본확충 속도내는 증권사

  • 2022.03.15(화) 11:43

NH 4000억·하이 2000억 수혈…"사업범위 확장 목적"
긴축기조에 불확실성 심화…수익구조 다변화 추진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증권사간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세계적 긴축 기조로 주식중개(브로커리지)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자본확충을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증권업 특성상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아지는 만큼 이같은 움직임은 과거 주식시장 거래대금에만 의존한 '천수답(天水畓)' 경영을 탈피할 복안인 셈이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사진=비즈니스워치

NH투자증권, 4000억 수혈로 미래 이어 '톱2' 껑충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10일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4000억원을 조달했다.

NH투자증권이 신주 3463만2034주를 주당 1만1550원에 발행했고 농협금융지주가 전량 인수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농협금융지주가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계획한 총 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의 일환으로 작년 10월 2000억원 증자가 먼저 이뤄진 바 있다. 

이번 증자 효과가 나타나면 지난해 말 6조8398억원 수준이던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2000억원대로 껑충 뛰어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하게 된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자본총액이 작년 말 각각 10조6100억원, 7조151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명실상부 증권사 톱3 안에 확실히 자리잡는 셈이다.

NH투자증권은 "초대형 기업금융(IB)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영구채 2000억 발행…PI 강화 움직임

중형 증권사도 '체급 올리기'에 동참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올해 상반기중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선다. 2020년 1월 200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1조원대로 끌어올린 이후 2년 만의 움직임이다. 

이번 자본확충이 마무리되면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3000억원대로 확대된다. 작년 말 기준 1조157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16위였지만,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신영증권(1조3038억원)과 현대차증권(1조1592억원)을 제치고 14위에 올라설 예정이다.

사실상 임기 첫해로 올해부터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홍원식 대표이사 사장이 연초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총괄 산하에 투자운용본부를 신설하고, PI(자기자본투자)부와 전략운용부를 편제한 점도 눈길을 끈다. PI는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하고 수익을 내는 사업으로 중형사들이 강화해온 부문이기도 하다. 

하이투자증권은 "확충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채권, 자기자본 운용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자본 '대대익선'…영위사업 확대·수익 다각화

실제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확충에 적극적인 건 '체급'이 올라갈수록 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기준에 따르면 증권사는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자격을 얻는다. 종투사는 신용공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기업금융 100% 활용 전제) 가능하고,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전담중개 등도 허용된다. 

여기에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 4조원을 충족하면 초대형IB 심사 대상이 되는데, 인가시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자기어음도 취급할 수 있다. 조달자금은 기업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 투자, 부동산 금융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초대형IB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이들은 국내 자기자본 상위 톱5 증권사다.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면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까지 가능해진다. IMA는 엄연한 '금융투자상품'이지만 원금이 보장되고 금리는 은행보다 높은 통합계좌다.

일정 수준의 이자를 제공한단 점에서 발행어음과 비슷하지만, 발행한도에 제약이 없어 증권사 입장에선 자금을 대거 조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현재 이 요건을 충족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그러나 IMA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실제 이를 영위 중인 증권사는 전무하다. 다만 NH투자증권이 최근 자본을 확충하면서 IMA 사업에 한층 가까워졌다. 

이는 정통 사업부문인 브로커리지의 수익성 악화가 최근 불가피해진데 따른 타개책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코스피+코스닥)은 18조7000억원으로 작년 4분기 평균(22조7000억원)과 지난 1월(20조7000억원)에 이어 또 쪼그라들었다. 이는 국내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2020년 3월(18조5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시장금리 상승과 정부의 부양정책 축소로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올해 증권사 영업환경은 좋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자본력이 뒷받침되고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면, 금리 상승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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