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장에 들어서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방어할 피난처 찾기에도 분주하다. 특히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화폐 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현금을 마냥 보유하고 있는 것도 추천되는 전략은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분산 투자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주식과 펀드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원자재, 외환(FX) 등 다양한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멀티에셋펀드가 대안 투자처로 부각된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중인 멀티에셋펀드 35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7.85%다. 최근 금융시장이 휘청였던 영향이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13.26%)를 비롯해 국내 주식형펀드(-12.66%)와 해외주식형펀드(-10.87)가 일제히 고꾸라진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성적표다.
멀티에셋펀드는 금융투자상품 대부분이 주식과 채권, 기타 자산에 투자할 때 자산별 상관관계 등을 활용해 변동성을 낮추고 일정 수준의 위험조정수익률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서 2013년 인컴펀드와 함께 멀티에셋펀드가 대거 출시됐지만 이후 주식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헤지(hedge·위험회피)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자산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담느냐가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 이외에도 부동산이나 원자재, FX 등 기타 자산을 활용하는 멀티에셋펀드에 대한 관심이 이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에서는 멀티에셋펀드가 2011년 이후 연평균 21.9%씩 성장하며 최근 11년간 순자산만 9.3배 넘게 불어났다. 글로벌 펀드 시장에서 멀티에셋펀드 규모는 올해 1분기말 기준 1871억달러(약 238조원)에 이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인플레이션 부담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등으로 대체 자산을 제외한 주식과 채권 모두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과 중국 봉쇄에 따른 공급망 이슈에 원자재 시장은 강세를 보이고 있어 이들 자산에 다양하게 투자하는 멀티에셋펀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운용 멀티에셋펀드 가운데 올해 들어 가장 성적이 좋은 상품은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불리오글로벌멀티에셋EMP펀드(ClassS-P)'다. 하락장에서도 연초 이후 2.51%의 수익률을 거뒀다.
이 펀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주식, 채권, 원자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 투자한다. 1분기에는 자체 모멘텀 지표에 따라 미국 주식을 편출하고 천연가스를 편입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현대글로벌EMP멀티에셋펀드(S-P)'와 '신한평생소득TIF혼합자산펀드(C-s)'가 각각 -3.38%, -5.37%로 같은 기간 수익률을 방어했다. 역시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주식과 채권, 대체 자산 관련 ETF에 분산 투자해 위험자산 리스크를 헤지한다.
오 연구원은 "멀티에셋펀드는 불확실성이 큰 장세에서 특정 자산이나 종목(투자)보다 매크로 분석을 기반으로 자산을 배분한다"며 "신규 투자자금 또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만큼 앞으로 대안 투자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