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고물가 충격파가 일면서 코스피가 지난주 연저점을 찍고 말았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기준금리 인상이 더욱 공격적일 것으로 점쳐진 영향이 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긴축, 공급망 차질 등 악재가 산적했지만 이미 연저점을 경험한 만큼 반등 조건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1분기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모멘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연저점 찍은 코스피…이익 모멘텀 따져볼까
앞서 지난 12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1.63% 하락한 2550.08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연중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 장중에는 2546.80까지 떨어지며 역시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8.3%로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지수를 끌어내린 것이다.
이튿날인 13일 코스피는 곧바로 2600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증시 악재들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주에만 1조225억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내던졌다. 이 기간 개인과 기관은 각각 4536억원, 4408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많은 시장참여자는 주가지수가 바닥을 형성한 후에 급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긴축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확대된 상황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코스피가 연저점을 한 차례 확인한 만큼 반등의 조건을 따져볼 필요는 있다는 평가다. 당장 대외 악재는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지만, 상장사들의 이익 모멘텀에는 기대어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황지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 이전 추정치 데이터가 존재했던 457개 기업 가운데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243개 기업의 전망치 대비 실적은 평균 8.24% 많았다"며 "이들 주요 기업이 대부분 서프라이즈 수준의 1분기 실적을 내면서 코스피 이익 모멘텀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고 짚었다.
청담글로벌, 빙하기 수요예측…가온칩스 20일 상장
대내외 불확실성에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화장품 유통업체 청담글로벌이 이주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2017년 설립돼 헤라, 메디힐, 차홍 등 유명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유통을 담당하는 이 회사는 티몰(Tmall), 징동닷컴(JD.com) 등 중국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8400~9600원이다. 오는 17~18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하고 24~25일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 공동주관사는 대신증권이다.
이주 국내 증시에는 대명에너지와 가온칩스가 나란히 코스닥 소속으로 입성한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기업 대명에너지는 연초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 재도전에서는 공모가를 하단 기준 40% 낮춘 끝에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는 각각 254.74대 1, 151.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매출 1361억원, 영업이익 469억원, 순이익 250억원을 거뒀으며 상장일은 오는 16일이다.
가온칩스는 앞선 수요예측과 공모청약에서 모두 흥행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최근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한 가운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이 각각 1847.12대 1, 2183.29대 1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의 설계도를 받아 공정에 최적화된 형태로 가공한 후 이를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 업체에 전달하는 디자인 솔루션 업체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IPO가 흥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모가는 1만4000원으로 상장일은 오는 20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