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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래도 되나' 증권가에 던져진 숙제

  • 2022.08.10(수) 11:08

위반사례 잇따라 적발, 금융당국 제재
'투자자 신뢰' 최우선, 자성계기로 삼아야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증권·운용업계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따갑다. 국내 증권사들의 공매도 규정 위반, 부당한 거래를 해 제재를 받은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일부 운용사 CEO들이 의혹을 받고 퇴진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비즈니스워치

우선 국내 증권사들의 공매도 규정 위반이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등 938개 종목 1억4089만주를 공매도하고도 이를 누락했고, 신한금융투자는 공매도를 하면서 직전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호가를 제출해야 하는 '업틱룰'을 어겼다. 그밖에 CLSA증권과 메리츠증권, KB증권 등도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들 증권사는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주식 커뮤니티 등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3년간 몰랐다는 걸 어떻게 믿느냐", "조원대 공매도를 치고도 과태료는 몇억만 내면 되니 남는 장사", "마치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부당한 거래도 적발됐다. 메리츠증권과 유안타증권이 펀드를 팔아주는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부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이들 증권사 일부 직원은 사모투자(PEF) 운용사에게서 국제항공권과 골프리조트 숙박비 등을 펀드 판매 대가로 받기도 했다. 모두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운용업계에서도 존 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차명투자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존 리 전 대표는 2016년 지인이 운영하던 P2P 업체 P사에 아내 명의로 2억원가량의 지분을 투자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았다. 메리츠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가 설정액 60억원을 모두 P사에 투자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강방천 회장의 경우 대주주이자 딸이 2대 주주인 회사에 자기매매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지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얏나무 이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지적대로 보다 스스로 높은 도덕적 잣대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불과 얼마전까지 사모펀드 사태로도 불명예를 썼던 증권·운용업계는 최근 몇년간 주식시장 활황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 기반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있었다. 앞서 거론된 사례들을 '단순한 실수'나 '부적절한 관행', '법적으로 문제없다' 등으로 넘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증권사는 투자자의 돈을 직접 관리하고 운용하는 만큼 신뢰가 기반이 돼야 한다. 역설적으로 더욱 돈에 철두철미해야 할 증권사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업계 일각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을 내야만 하는 업권 특성은 있지만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자정 노력과 내부통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정이 계속되면 해당 증권사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도 추락해 증권사에게도 악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의식이 이제라도 증권업계에 뿌리내리길 바란다.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무너진 신뢰로 동학개미들의 증시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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