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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말로만 디지털 전환? 실제 성과로 보여줄 것"

  • 2023.03.02(목) 07:00

최영목 한국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 인터뷰
직원부터 데이터 컨설팅…자가 활용 활성화
토큰증권, 차별화보단 선점 전략으로 '승부수'

코로나19가 불러온 증권가의 디지털 전환 바람이 토큰증권, 챗GPT 등의 출현으로 더욱 가속화하는 추세다. 디지털과 플랫폼 역량은 향후 증권사 생존에도 직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사들은 디지털 관련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디지털 관련 조직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증권사다. 지난해 말 IT본부와 DT(디지털전환)본부, 정보보호 담당 등 3개 본부를 통합해 총원 300명에 육박하는 디지털본부를 꾸렸다.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을 최우선시하는 증권사 입장에서 아직은 '백오피스' 성격이 짙은 디지털 분야에 이처럼 파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올 초 신년사에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체계적 준비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은 디지털 전환에 대한 한국투자증권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최영목 한국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회사 전체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출범한 디지털본부인 만큼 그 수장의 부담도 당연히 클 테다. 최근 비즈니스워치와 만난 최영목 한국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은 이런 부담을 오히려 동기 부여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말로만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임직원들에 실질적인 디지털 마인드를 심어주고 이를 통한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창출을 돕겠다는 생각이다.

최영목 본부장은 1993년 ㈜대우로 입사해 웹 기반 엔지니어로 일하다 2000년 한국투자증권(당시 동원증권)을 통해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줄곧 IT부서를 담당하다 고객시스템부 상무보와 IT본부장을 거쳐 올해부터는 디지털본부를 이끌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거대 조직인 디지털본부가 만들어진 계기는

▲ 증권사 고유의 전산업무를 담당하는 IT본부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존재했고, DT(디지털전환)본부는 2019년 정일문 사장 취임 후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신설됐다. DT본부는 직원들의 업무환경과 고객 대상 서비스 등을 설계하는 곳이다.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준비함에 있어 DT본부 단독으로 가기에는 데이터 활용 부분이나 금융권 망분리 등 제약이 많아 작년 말 회사에서 조직 구성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애자일 조직(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필요에 맞게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처럼 기획과 설계부터 실행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리고 디지털본부를 출범시켰다.

- 디지털본부 조직 현황은 

▲ 현재 IT와 DT, 데이터, 정보보호 등 4개 담당에 14개 부서로 이뤄졌고, 소속 인원은 280명 남짓 된다. 전사 인원이 3000명이 채 못 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10%에 가까운 인력이 디지털본부 소속이라 본부장 입장에서 사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 디지털본부가 회사 조직개편 핵심이 된 까닭은

▲ 금융회사는 사람과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시스템은 당연히 IT가 기반이다. 금융투자상품 역시 IT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갈수록 디지털 관련 업무가 중요해지고 이와 연계한 상품, 제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디지털본부가 그 중심에 선 게 아닌가 본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지난 3년여에 걸쳐 디지털 관련 분야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했다. 올해는 그 투자의 결실을 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 증권업계가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이란 무엇인가

▲ 디지털이란 용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서 디지털이 다시 부각한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급속히 발달하면서다. 비대면 계좌 개설이나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 콜봇 시스템이 다양화하고 업그레이드되면서 디지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두고 지금껏 시스템 측면에서만 얘기해왔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가미됐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창출이 핵심이 된 것이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출범은 금융회사 간 벽을 허물었고,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본부의 업무와 역할은

▲ 기존 IT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전사적인 디지털 고도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최대 미션으로 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선 전 임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 확립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리 각종 시스템을 디지털화한다고 해도 정작 직원들이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직원들의 데이터 활용 문화 확산을 위해 앞서 코딩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 경진대회를 열었으며, 올해는 그룹 내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대회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탈 엑셀(Excel)'을 목적으로 데이터 시각화 플랫폼 '태블로(Tableau)'와 데이터 분석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SQL' 등의 교육에도 신경 쓰고 있다. 얼마 전 신입사원 직무교육에 AI와 데이터실습 과정을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영목 한국투자증권 디지털본부장/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 디지털본부가 추진 중인 사안이나 구체적인 성과는 

▲ 본부 출범 후 각 영업본부나 사업본부에서 데이터 관련 소싱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올 들어 두 달간 13건의 의뢰가 들어왔다. 예를 들면 국제본부가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게 미국 나스닥 관련 데이터를 가공해달라고 하는 식이다. 지난해 DT본부 시절 구축해놓은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현업 비즈니스에 필요한 데이터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계좌나 거래내역 등 고객 자료를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수집·추출하고 분석·가공해서 투자은행(IB)이나 개인고객그룹 등 각 사업영역에 잘 소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국내 증권사 중 데이터 수집 및 가공, 공급 측면에서 이렇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은 우리 외에 거의 없다고 본다.

- 디지털본부의 사업 목표는

▲ IT영역은 지난해 8월 예상치 못한 전산사고 사례를 감안, 시스템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본사에 위치한 메인 전산센터를 전용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이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위기상황 발생 시 고객 서비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재해복구(DR)센터도 강화하고 있다.

DT영역에선 아직 디지털 전환 중인 일부 내부 업무와 외부 영업활동 업무를 시스템화하는 게 핵심이다. 수치상으로 올해 39개 업무에 로보틱처리자동화(RPA) 시스템을 신규 적용하는 게 목표다.

데이터 영역의 경우 각 영업부문의 데이터 분석 의뢰 처리와 더불어 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 전환이다. 이를 위해 연간 5회, 3주 단위로 임직원 대상 디지털 전환 인재 양성 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현업 영업부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 최근 화두인 챗GPT에 대한 생각은

▲ 챗GPT는 지식 학습을 통해 메신저처럼 사용자와 소통하는 챗봇과는 분명 다르다. 차세대 개념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다만 만능은 아니라고 본다. 

현업 쪽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현재 임원들과 관련 세미나 등을 통해 활발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응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토큰증권 준비는 어떻게

회사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정일문 사장은 토큰증권 발행(STO) 사업과 관련해 당장 차별화를 생각하기보다는 '선점'을 더 중요시하라고 주문했다. 각 본부별로, 또는 전사적인 관점에서 발 빠르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는 토큰증권 사업은 발행 기능을 담당하는 증권사 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각 사업자들의 연합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증권사끼리 연합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일부 조각투자 플랫폼 사업자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력하고 있는 상태이며, 추가로 다른 플랫폼업체들과도 활발하게 미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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