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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이요? 결국 아이디어 싸움이죠"

  • 2023.06.07(수) 06:45

창간10주년기획[DX인사이트]
석우영 KB증권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장 인터뷰
규제 불확실성 해소 후엔 증권화 '창의성' 관건

최근 시장에서는 밀크티 전문 프랜차이즈 '공차' 문래점에 대한 조각투자 공모가 사흘 만에 조기 완판됐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5000원 소액 투자를 기본으로, 임대수익에 더해 300만원 이상을 대면 체인점주 자격이 생기는 등 이제까지는 전무한 형태의 투자였다.

KB증권에서 토큰증권 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석우영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장은 이처럼 '세상에 없던 투자'를 얼마나 더 창의적으로 내놓을 수 있느냐가 향후 토큰증권(ST)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법제화가 되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결국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즈워치는 최근 석우영 단장을 만나 토큰증권의 성공을 위한 제언을 들어봤다. 그는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 공채 출신으로 상품전략팀장과 디지털혁신부장을 역임한 실무통이다. 

석우영 KB증권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장/사진=KB증권 제공

인프라 개발부터 차곡차곡…발빠른 STO 대응

석 단장은 현재 KB증권 디지털부문 플랫폼총괄본부 산하 자산관리 트라이브(Tribe)에서 20여명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의 단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은 지난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에 필요한 기본 기술을 회사 내부에 구축하고, 디지털자산 원장에 따른 거래 기능을 테스트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그는 앞서 디지털혁신부장으로 일하면서 사내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고 여러 핀테크 제휴 업무를 관할한 바 있다. 그러다 디지털혁신부가 토큰증권 발행(STO) 인큐베이팅(육성)을 주관하면서 토큰증권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석 단장은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가 필요해 사내 정보기술(IT) 인력과 외부 STO 기술 인력을 모아 추진단을 만들었다"며 "이후 STO로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리서치와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블록체인 인프라와는 별개로 토큰증권 매매체결을 위한 기술 개발 또한 필수적이었다. 그는 "토큰증권은 주식과 달리 증권사가 직접 유통을 해야 하는 만큼 매매체결을 스스로 일으킬 수 있는 모듈이 필요했다"며 "유통시장에서 네트워킹을 하기 위한 중계 서버 등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KB증권은 토큰 발행 등 핵심 기능 개발과 토큰증권 유통을 위한 거래시스템 테스트 등을 이미 마쳤다.

'빨라야 내년'…규제 불확실성에 불어나는 비용

토큰증권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의 시계는 이처럼 빨리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제도권으로의 편입 속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점은 고민이다. 금융당국은 앞서 올해 2월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판단원칙이나 방향성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인 효력은 없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내로 STO 규율을 위한 전자증권법 개정안 2건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1건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이후 필요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도 나선다. 다만 이 역시도 내년 말 법제화를 목표로 한 것이어서 계획대로 가더라도 실제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 시점은 더 미뤄질 수 있다. 

석 단장은 "사실 올해 법제화가 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 측면이 있는데, 최근 분위기는 (법제화가) 빨라야 내년 말인 상황"이라며 "기술 개발에 진전이 있어도 마무리를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고 그러다 보면 개발해 놓은 것들도 갈아엎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투입 비용이 한정없이 들어가는 구조가 되면서 매몰비용 또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산원장 요건이 대표적이다. 당국은 현재 토큰증권 분산원장 요건을 잠정안으로만 예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이후 하위법령 개정 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석 단장은 "가이드라인대로 증권사가 분산원장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후 과정에서 요건이 바뀌는 경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토큰증권 투자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당국이 가이드라인에서 한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았지만 기존 조각투자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투자금액 한도는 연간 2000만원에 그친다. 현업에선 이 한도를 두고 유동성 측면에서 턱없이 적다고 평가한다.

석 단장은 "처음에는 프라이머리 마켓(토큰증권을 발행한 제1차 시장) 위주로 가더라도 결국 토큰증권을 사고파는 세컨더리 마켓(증권이 매매되는 제2차 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면 시장은 죽게 돼 있다"며 "투자자가 팔고 싶을 때 팔고, 사고 싶을 때 사는 유동성 측면에서 현행 투자한도는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석우영 KB증권 디지털자산사업추진단장/사진=KB증권 제공

무궁무진한 증권화…"창의성이 핵심"

석 단장은 그럼에도 토큰증권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토큰증권이란 그릇에 담을 음식, 즉 투자대상에 대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당장은 STO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지만 사실 투자자들이 감탄할 수 있는 토큰증권 상품을 내놓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이후 이걸 어떻게 증권화할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다"며 "단순히 디지털에 통달한 사람들만으로는 (사업이)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인 루센트블록이 최근 진행한 '공차' 문래점 공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수의 투자자가 매장을 운영해 수익을 받아가는 구조도 충분히 토큰화가 가능하다"며 "이처럼 (형태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KB증권은 내달께 금융위에 혁신금융서비스인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계획이다. 토큰증권이 아직 법제화 이전인 만큼 샌드박스로 허용된 자산부터 유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아이디어 발굴에 여념이 없다는 그는 재생에너지와 지적재산권(IP) 관련 투자형태를 맛보기로 소개했다. 

석 단장은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친환경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자금조달을 토큰증권으로 한다거나, 재생에너지 사업을 토큰증권 사업자들에게 유동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동화한 자금을 모아서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 사업으로 키우는 형태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IP의 토큰증권화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드러냈다. 그는 "웹툰이나 음원, 영화, 드라마 등 IP에 대해서도 증권화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출시 직후 가장 가치가 높다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석 단장은 "유명화가의 미술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지만 일반 IP는 신작이 나온 이후 잊혀진다"며 "증권화를 하기까지 투입하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먼저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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