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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커피 한잔 값으로 건물투자? 진짜 가능하죠"

  • 2023.03.30(목) 07:00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 인터뷰
"중소 부동산, 조각투자 침투 여지 무궁무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테슬라로 성장 기대"

국내 토큰증권 발행(STO)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과 더불어 증권가가 관련 준비에 한창이다. 토큰증권이 자본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각 증권사들은 초기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다수 증권사들이 제휴나 협업 방식으로 STO 시장에 발을 들이는 가운데 대신증권을 주축으로 한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최근 국내 최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 '카사(Kasa) 코리아'를 아예 인수했다. 안정성을 중시하며 보수적인 경영을 펼쳐온 대신파이낸셜그룹의 평소 모습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행보다. 그만큼 STO 시장 공략에 열의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사진=카사코리아 제공

대신증권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카사코리아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인수 후에는 직접 사령탑을 맡아 회사를 이끌고 있는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를 만나 인수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투자경영학 석사와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진 홍 대표는 기술보증기금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 등을 거쳐 2019년 대신증권에 합류해 미래산업팀장과 신사업추진단장 등을 맡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카사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 쉽게 말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회사다. 특정 건물을 자사 거래소에 상장 후 유동화해 증권(부동산유동화수익증권·DABS)으로 쪼개 판다.

현재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중인 건물 가운데 98.5%는 실거래가 100억원 내외의 건물이다. 이들 건물의 투자 주체는 '큰손' 또는 투자 전문가들이다. 카사코리아(이하 카사)는 개인투자자들이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회사 캐치프레이즈인 '커피값으로 건물 투자한다'로 이해를 도울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최근 대두되는 금융 민주주의와 결을 같이 한다.

- 카사코리아 인수 배경은

▲ 카사는 국내 최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만큼 대다수 증권사가 관심을 가졌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이하 대신) 역시 STO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초부터 카사를 리서치하고 인수를 검토해왔다. 

그러던 차에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악화하면서 카사를 둘러싼 상황이 나빠졌다. 이에 카사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다소 식었다. 비즈니스 모델은 분명 혁신적이지만 구현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부각했다.

하지만 대신은 부동산 금융에 진심이다. 보유한 자본과 역량, 두뇌를 활용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부동산 금융이라고 보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당장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카사를 인수한 뒤 그룹이 가진 부동산 신탁과 운용 역량을 투입하면 사업이 성공할 공산이 있다고 봤다.

카사 역시 회사 상황이 어려운 와중에 자본력과 부동산 사업 역량을 지닌 파트너를 필요로 했고, 대신이 그 적임자라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

- 인수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는

▲ 카사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출범한 혁신금융서비스 회사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의 규제 틀에 맞춰야 해 제도적인 부분에서 준비해야 할 게 많았다.

사실 그보다 더 신경이 쓰였던 것은 인수 과정이 사전에 공개된 점이다. 인수합병(M&A)은 철저한 비밀유지가 생명인데, 예기치 않게 인수 추진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거래 관계자들 간에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대신의 인수 의지가 확고했던 만큼 이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인수 가격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양사와 주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했다.

- 카사코리아의 주요 사업 사례는

▲ 거래가 마무리된 대표 사례를 꼽자면 서울 역삼동에 있는 역삼 한국기술센터와 역삼 런던빌이다.

그중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축산 데이터 스타트업이 입주한 꼭대기 층을 2021년 9월 84억5000만원에 상장 후 2022년 2월 93억원에 매각했다. 불과 5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12%가 넘는 수익률(누적 운용 배당금과 매각 차익 금액 합산)을 올린 것이다.

한 국제학교가 통째로 임대 중인 역삼 런던빌의 경우 2020년 11월 상장 후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5월 매각하면서 15%에 가까운 누적 수익률을 거뒀다. 물론 이 같은 결정들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익자총회에서 9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이뤄진 것이다.

- 카사코리아가 가진 강점은 

▲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먼저 비즈니스를 시작한 회사다. 평범한 개인투자자가 강남 빌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만들어줬다.

카사는 부동산의 본질적인 내재가치인 입지(로케이션)에 집중한다. 입지 가치가 쉽게 훼손되지 않을 부동산만 선별해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위 '1급지'로 꼽히는 강남이나 용산 국제업무지구 등에 있는 물건들을 우선적으로 본다.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고 그 선두에 카사가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앞세워 완성차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듯이 카사는 중소형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테슬라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

홍재근 카사코리아 대표. 홍 대표 뒤로 보이는 건물은 카사코리아가 상장 후 성공적으로 매각한 역삼 한국기술센터다./사진=카사코리아 제공

- 부동산 조각투자가 가진 매력은

▲ 소액으로 진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개념이 비슷한 리츠와 비교하면 이해가 더 쉽다.

리츠의 투자 대상 규모는 최소 500억원 이상의 부동산인 데 반해 조각투자 대상은 100억원 내외로 훨씬 작다. 리츠는 투자 대상의 몸집이 크다 보니 매각이 쉽지 않지만 조각투자는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쉽고 빨라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매각에 나설 수 있다. 따라서 통상 부동산 매입 후 매각까지의 기간도 리츠보다 훨씬 짧다.

리츠가 배당수익에 초점을 맞춘 금융 상품에 가깝다면 조각투자는 투자자들에게 매각 차익에 대한 경험과 기대를 줄 수 있는 부동산 상품인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부동산 투자의 직관성 측면에서 만족도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건물에 투자한다는 말은 조각투자에 실제 적용이 가능하다.

- 부동산 조각투자 시 유의할 점은

▲ 일단 본인이 관심 있고 잘 아는, 사고 싶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아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부동산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니다.

더불어 현시점에선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사업자를 통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 조각투자와 관련해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 회사는 카사를 비롯한 3개사다. 근래 STO 붐을 타고 정식 승인을 받지 않은 기업들이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을 한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기 전까진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한다. 

- 대신과의 협업 계획과 기대효과는

▲ 일단 전자증권 발행을 위해 필수적인 고객 계좌관리 작업에 있어 대신과 정보기술(IT) 협력을 시작했다. 상반기 중으로 계좌관리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신이 가진 부동산 금융 노하우와 관련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작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 물건에 대한 검토와 시장 트렌드 분석 등에 있어 대신과 크로스체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뭔가를 보여주기보단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대신과 카사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 STO 사업 관련 대신의 전략과 계획은

▲ 카사코리아 대표를 맡게 되며 신사업추진단장에서 물러난 터라 섣불리 얘기하긴 어렵지만 다양한 자산을 취급할 수 있는 '허브(hub·중심)'가 되는 게 그룹 차원의 장기적인 그림이다. STO는 다양한 자산을 증권으로 쉽게 발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편의성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그룹의 계획이다. 

부동산업에 대해선 프롭테크(proptech·부동산 자산과 기술의 합성어) 측면에서 접근하고 나머지 사업모델에 있어선 금융과 결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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