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자산과 달리 가상자산은 내재적 가치가 없어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가상자산 광풍이 한차례 지나간 후 시장은 내재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한 '현물기반(RWA) 토큰' 또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모회사인 아이티센그룹과 블록체인 전문 기술기업 비피엠지(BPMG)가 함께 설립한 '크레더'는 금(金)에 주목했다. 금고 속에 잠자고 있는 금을 토큰화시켜 추가 소득을 얻는 한편 거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다. 최근 클레이튼 GC(거버넌스카운슬)에 합류한 크레더의 임대훈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만나 '금 토큰'의 비전을 물었다.
실물 금과 디지털자산의 만남
금을 더 쉽게, 간편하게 투자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존재했다. 한국금거래소 디지털에셋에서 운영하는 '센골드'의 경우, 실물 금과 교환 가능한 'e금'이 이미 존재한다. 그러나 가격 변동성이 적은 안전자산이라는 특성상 '거래'보다는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크레더는 금을 금고에 두기보다 활발하게 거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블록체인을 주목했다. 먼저 실물 금의 소유권이 1대1로 페깅(고정)되어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선보인다. 금 NFT는 센골드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고, 크레더가 개발 중인 디지털 자산 금융 플랫폼에서는 금 NFT를 RWA토큰의 일종인 GPC(Gold-pegged Coin) 토큰으로 전환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실물 금을 소유하지 않고 디지털 자산으로 보유할 경우 어떤 장점이 있을까. 임대훈 CSO는 간편하게 거래하고 쉽게 유동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잠자고 있는 금의 활용처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과 가치를 고정한 토큰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대출받을 수도 있고, 보관하는 동안 이자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임대훈 CSO는 "GPC 토큰으로 바꾸는 순간부터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의 영역이다. 스테이킹(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등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활발하게 거래할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라면서 "집에 있는 고금(금목걸이, 금귀걸이 등의 오래된 금) 시장이 어마어마한데 대부분 갖고만 있지 않느냐. NFT와 토큰으로 바꾸게 되면 새롭게 또 활용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실물자산과 연동된 토큰
크레더의 금 토큰이 강점을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국금거래소의 존재다. 금 토큰을 발행하려면 크레더가 아닌, 금을 맡아주는 제3자의 중개자가 필요하다. NFT와 GPC 토큰은 모두 고정된 양만큼의 금을 한국금거래소 내 금고에 보관한다. 실물자산과 연동되는 토큰의 경우 블록체인이 외부 생태계에서는 효력이 없는 '오라클 문제'를 가지기 쉬운데, 크레더는 금 토큰의 발행량과 금의 보유량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한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임대훈 CSO는 RWA 토큰의 미래를 밝게 봤다. RWA 토큰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축 통화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고,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안전한 '금'에 미래가 있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와인과 같은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RWA토큰을 새로운 금융 상품의 일종으로 보고 관심을 쏟고 있다.
클레이튼재단도 RWA 시장에 주목하고 협업 파트너로 크레더에 손을 내밀었다. 크레더는 자체적인 디파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편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오지스 등과 함께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또한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한편, 브릿지(연결)를 활용해 멀티 체인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임대훈 CSO는 "두바이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거래를 위한 매개체로 커피 코인, 석탄 코인 등 RWA 토큰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금 토큰이 일종의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 거라고 본다. 그때 크레더가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