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를 결국 도입됐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사측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인정하지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첫번째 안건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됐다.
이날 임시주총은 오전 9시 개회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 등으로 늦어지면서 임시주총 개최예정시각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시작했고 첫번째 안건이 통과된 시각은 5시 30분께였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은 주주별로 의결권있는 주식의 3%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3%룰'이 적용된다. 이에 의결권있는주식 1290만1107주(영풍 의결권 제외) 중 314만1926주가 제한돼 의결주식총수는 996만9174주다. 불출석 주식수를 고려해 주총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주식수는 901만6342주였다.
이 중 찬성표는 출석 주식수의 76.4%에 해당하는 689만6228주, 반대표는 206만7456주(22.9%), 기권표는 5만2748주(0.6%)가 나왔다.
해당 안건은 3%룰이 적용돼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 526만2450주 중 일부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안건과 다르게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 덜 치명적이었으나, 반대표가 줄어들면서 결국 통과됐다.
집중투표제 안건은 그간 고려아연 주총 핵심 안건으로 꼽혔다. 영풍·MBK보다 의결권이 부족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집중투표를 활용해야만 영풍·MBK의 이사회 과반수 장악을 방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의 판결로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를 활용한 이사 선임이 막히면서 그 중요도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날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효력이 없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에 의해 의결권 구도가 뒤틀리면서 일반적인 이사 선임 절차에서도 고려아연이 우위에 서게 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영풍 지분 10.33% 취득에 따라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적용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해 임시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영풍·MBK는 상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박기덕 의장은 주총 진행을 강행했다. 이날 다룰 후속 안건에서도 영풍은 의결권을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