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촌 및 박기덕 사장 등 썬메탈코퍼레이션(SMC) 관계자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 회장 및 관계자들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SMC를 활용해 ㈜영풍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행위를 묵인할 경우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공정위에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MBK와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한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의 전·현직 이사진들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SMC는 고려아연이 100% 지분을 가진 호주 계열사다. 현재 SMC 이사진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이승채 SMC 최고경영책임자(CEO)다. 다만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최 회장 사촌인 최주원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MBK·영풍 측은 "코너에 몰린 최윤범 회장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상호출자를 제한하는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냈다"며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사장, 이성채 SMC CEO, 최주원 SMC CFO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임시주주총회 전날인 지난 22일 SMC가 최씨 일가로부터 ㈜영풍 지분 10.33%를 약 575억원에 인수했다고 알렸다. 이에 상법에 따른 상호주 제한이 적용돼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의 의결권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임시주총에서 영풍·MBK는 반발했지만 고려아연은 주총을 강행했고, 영풍의 의결권을 배제한 가운데 모든 안건을 표결했다. 이에 영풍·MBK는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공정위에 신고한 것이다.
MBK·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고려아연의 100% 지배회사인 SMC 명의로 이루어진 영풍 주식의 취득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1조에 따라 금지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탈법행위(공정거래법 제36조 제1항)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자기의 주식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를 이용해 자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를 탈법행위 유형으로 규정한다.
MBK 관계자는 "자기의 주식(고려아연)을 취득·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영풍)을 타인의 명의(SMC)를 이용해 자기(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호출자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최윤범 회장 측 출자구조와 같이 노골적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는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고, 이는 제도의 엄중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이 깊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MBK는 고려아연과 유사한 방식의 탈법행위가 허용된다면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MBK 관계자는 "탈법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방식의 상호출자 금지에 대한 탈법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질 수 있고,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법조계의 우려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임시주주총회를 치른 고려아연 측은 MBK 측에 '대타협'을 요청한 상황이다. 다만 이날 영풍·MBK가 최 회장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고려아연 측의 대타협 요청에 대한 답변이 갈음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