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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쥔 '타임머신'…고려아연 분쟁의 시간 되돌려질까

  • 2025.02.11(화) 07:00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낸 영풍 …정기주총 전 결과 나올듯
가처분 인용시 영풍·MBK 다시 최대주주로…분쟁 완승 가능성
가처분 부분 인용, 전부 기각 경우의수...고려아연 유리한 국면

MBK파트너스·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분쟁 시간선이 법원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불리한 위치에 있던 최 회장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단숨에 MBK·영풍이 차지하던 고지를 무너트렸다. 이에 MBK·영풍은 법원에 주총 효력정지 가처분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던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고려아연 분쟁 분수령…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결과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심문 이후 가처분 결과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 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판단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시간을 크게 되돌릴 수도, 아무일 없던 것처럼 계속 흘러가게 만들 수도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3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최대주주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 25.42%의 사용을 제한했다. 이에 MBK·영풍은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한 주총으로 공정하지 않았다며, 주총에서 통과한 안건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쟁점은 고려아연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회사 성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다. 앞서 SMC는 최윤범 회장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3%(19만226주)를 575억원에 장외거래로 취득하고, 상호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근거로 지난 임시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했다.

관건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은 주식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법원이 SMC를 유한회사로 보는지, 주식회사로 보는지 판단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단의 '경우의 수'는 △전부 인용 △부분 인용 △전부 기각인데, 결과에 따라 되돌려지는 시간의 무게가 다르다.

영풍의 의결권 사용을 제한한 행위가 부당하다고 인용하고, 이에 근거한 임시주총 통과 안건의 효력을 모두 정지시킨다면 MBK·영풍의 완승이다. 이 경우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기 전, MBK·영풍이 과반에 가까운 의결권을 확보하며 한층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던 작년말~1월초로 돌아간다.

MBK·영풍은 임시주총에서 선임된 사외이사의 직무 집행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법원은 해당 가처분을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과 병합했다. 가처분 인용과 함께 당시 선임한 이사도 무효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법원이 고려아연 임시주총 통과 안건 중 일부의 효력을 인정하고 일부는 인정하지 않는 '부분 인용(기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건 임시주총 안건 중 △1-1안(집중투표제 도입 정관 변경안) △1-2안(이사수 19인 상한)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주총 이전으로 온전히 되돌리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를 결정한다. 고려아연은 시간이 최대한 느리게 흘러가길 원하고, MBK·영풍은 그 반대다.  

만약 집중투표제 도입의 효력 정지를 기각(효력 인정)하고 이사수 상한 등 다른 안건을 인용(효력 정지)한다면, 앞으로의 시간이 비교적 빠르게 흘러간다.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총을 포함해 향후 열릴 임시주총에서 이사수 상한이 없는 가운데 연거푸 집중투표를 통해 승부를 내게 된다. 양측 모두 '차선'의 결과이지만,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진 MBK·영풍에 더 유리하다.

법원이 집중투표제, 이사수 상한 효력정지 등을 모두 기각하면 앞으로의 시간은 고려아연의 편이 된다. 이사수 상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기주총 외에 임시주총 형태로는 MBK·영풍이 새로운 이사진을 진입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이다. 

지난 임시주총으로 고려아연은 이사회 19명의 자리를 모두 채워놓은 상태다. 이 중 영풍·MBK 측 이사는 1명뿐이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고려아연 측 5명의 이사 자리를 놓고 표대결을 하더라도 고려아연에게 방어의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한층 유리한 구도다.효력정지에 별도 주총까지 열린다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원의 판단은 또 있다. MBK·영풍은 신청한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소송에 대한 판단이다.

MBK·영풍은 지난해 11월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했다. 이후 고려아연이 자발적으로 임시주총을 열었지만 이를 취하하지 않고 지난달 취지를 변경해 다시 신청했다.

특히 MBK·영풍은 신청취지를 변경하면서 임시주총 의장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의 의장이었던 박기덕 사장이 영풍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 주총 진행의 공정성이 부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임시주총 소집허가 소송은 주총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보다 중요성은 떨어진다. 가처분이 기각되면 이사의 수 상한이 19명으로 정해진 상태여서 별도의 주총을 열더라도 임기 만료에 따른 5명의 이사밖에 선임할 수 없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의결권 사용에도 부담이 생긴다.

만약 법원이 1월 임시주총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과 함께 임시주총 소집을 허가해 준다면 경영권 분쟁은 완전 다른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임시주총이 없던 일로 되고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이 된다. 이때 김광일 부회장이 주총을 진행한다면 자연스럽게 과반에 가까운 의결권을 보유한 MBK·영풍이 손쉽게 모든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MBK·영풍은 정기주총 주주제안을 하면서 임시주총 소집허가 통과 여부를 가정하기도 했다. 집중투표와 이사의 수를 상한하는 주총결의에 대한 효력이 정지되고 임시주총이 열린다면 정기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올리지 않고, 5명 이사만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별도의 임시주총에서 14명의 이사를 선임시킬 수 있으므로 정기주총에서는 임기 종료를 맞는 5명의 이사를 대신하기 위한 이사 후보만을 올리겠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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