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책임투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에 방점을 둔 투자 포트폴리오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KIC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번 자리는 향후 10년을 이끌 신규 비전인 '이노베이팅 아워 퓨처 2035'을 선포하는 동시에 핵심가치와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05년 7월 설립한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를 위탁받아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운용자산은 2024년 말 기준 2065억원으로 성장해 글로벌 주요 국부펀드 중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비롯해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슈워츠먼 블랙스톤 CEO, 딜한 필라이 산드라세가라 싱가포르 테마섹 CEO,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축사를 전했다. KIC 사장을 지낸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최희남 종근당홀딩스 대표이사와 전 KIC 운영위원장이었던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도 참석했다.
박일영 KIC 사장은 개회사에서 "전세계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 기술패권 경쟁, 에너지 절감 등 경제와 안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며 "AI기술 혁신, 기후위기 등 새로운 환경속에서 국부펀드의 역할과 기대 또한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 제고를 넘어 공공성과 전문성의 균형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협력을 도모하고 미래산업을 선도하는 책임있는 투자자로서 더 큰 가치와 방향성을 고민할 때"라며 "20년간 일궈낸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KIC의 신규비전은 '국부를 증대하고 국가 미래가치를 실현하는 글로벌 일류 투자기관'이다. 이와 함께 5대 핵심가치로 △성과 △전문성 △혁신 △책임 △팀워크를 제시하고 운용성과 뿐 아니라 리스크관리, 조직문화 등 부문에서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장기 수익성증진 △미래 성장동력 확보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 △지속가능 경영 체계 구축 등을 4대 전략으로 설정했다.
책임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선 친환경 투자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형일 기재부 제1차관은 축사를 통해 KIC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내 투자플랫폼으로서의 기여와 함께 지속가능한 투자를 당부했다. 이 차관은 "청정에너지, 에너지 전환, 순환 경제 등 지속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리스크를 운용 전략에서 배제하는 노력을 해달라"며 "의결권 행사와 적극적 관여 활동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받는 투자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진국 외에도 투자기회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2부 특별강연 연사로 나선 마이크 깃린 캐피탈그룹 CEO은 "미국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월드 인덱스에서 70%를 차지하지만 미국 외 지역에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많다"며 "밸류에이션이 낮고, 수익률도 견조하며 수익구조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MSCI 유럽 지수 기준으로 유럽 기업들의 매출 중 70%는 유럽 밖에서 발생한다"며 "중요한 건 본사가 어디 있는지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과 고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틸리티, 항공우주·방위산업, 은행 등 수요가 늘어나는 섹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계은행 총재를 지낸 김용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 부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신흥국은 너무 위험하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각 국가별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률, 인구구조, 인프라 수요 확대 등과 세계은행의 지원이 맞물리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신흥국 인프라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목표수익률은 5%"며 "규제환경이 우호적이며 성장전망이 밝고 의미있는 인프라 수요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