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지문 등 생체 정보로 잠금을 푸는 방식이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애플이 '아이폰5S'에 처음으로 지문인식 센서를 도입하면서 이른바 생체인식(바이오메트릭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생체인식 방식을 확대할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 아이폰 신형에 지문인식 기능이 도입되면서 생체인식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은 지난 10일 아이폰5S를 선보이면서 '터치ID'란 생체인식 기술을 공개했다. 아이폰5S의 홈버튼은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입힌 터치 센서가 적용됐다. 사용자가 홈버튼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센서가 지문을 인식하고 바로 잠김을 푼다.
애플은 이 기술이 아이폰 잠금을 푸는 기능 외에도 자사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 등에서 콘텐츠를 구입할 때 결제 수단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애플에 앞서 구글과 후지츠, 팬택 등은 이미 자사 스마트폰에 지문인식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지문인식은 애플 외장하드나 전자지갑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체인식 방식은 스마트폰과 온라인 장터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애플 영국의 연구조사업체 구드 인텔리전스의 앨런 구드 부사장은 "생체인식 방식은 주류가 되고 있다"며 생체인식이 적용되는 분야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 디자인 부문 부사장인 조나단 아이브는 이날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생체인식에 대해 "터치ID는 당신이 아이폰을 어떻게 사용할 지에 대한 다음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보안 같이 중요한 일을 힘 안들이고 간단하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비밀번호나 PIN(개인 식별 번호)을 입력하는 방식이 주류다.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의 잠김을 풀거나 은행 계좌 및 온라인 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이러한 방식을 이용한다.
비밀번호 방식은 해킹을 통해 개인 정보가 유출되거나 사용자 본인이 잊어버릴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생체인식은 개인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지문이나 홍채, 목소리, 얼굴 특징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간단하고 보안이 뛰어나다.
로이터는 애플이 생체인식 기능의 아이폰 신형을 도입했다고 당장 이 분야에 거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애플 음악재생 및 관리 프로그램 '아이튠즈'에 5억개 이상 이용자 계정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모바일 결제 영역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애플을 포함한 구글 등이 스마트폰의 '모바일 지갑'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나 보안상 문제로 이를 기피하는 사용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모바일 계정을 해킹당하거나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금전적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문인식 방식은 사용자 본인의 지문과 단말기에 등록된 지문을 대조해 주인을 판단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모바일 상거래 시장 규모는 오는 2014년에 4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생체인식 방식이 다양한 분야에 널리 적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 추앙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만약 옳게 사용된다면 대부분 기업들은 비밀번호나 PIN 방식 대신 생체인식 방식으로 사업장 보안 등에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