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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배운다]팬택 '작아서 졌다'

  • 2013.11.11(월) 07:54

기술력 앞서나 자본+브랜드에서 밀려
연구개발 투자 감소로 경쟁력 떨어져

2013년, 중견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업황부진, 경쟁심화 등 외부요인도 있지만 오너의 오판, 장기전략 부재, 혁신 실패 등 내부요인이 더 크다.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미해진 기업들의 경영 실패사례를 통해 기업의 갈 길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팬택은 국내 정보기술(IT)의 산증인이자 휴대폰 산업의 역사다. 일명 '삐삐'라 불리는 무선호출기로 시작해 지금의 스마트폰 제조사로 성장한 회사다. 중견기업임에도 세계최초 타이틀 기술이 10여개에 달한다. 지난 4월 내놓은 '베가 아이온'은 애플의 스티브잡스조차 실패했다는 금속 테두리폰이다. 기술력 만큼은 삼성전자, 애플 등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냉혹한 전쟁터나 다름없는 시장에선 기술력 만으론 역부족이다. 팬택의 '또 다른 이름'인 박병엽 부회장은 지난 9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동시에 회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년 전 간신히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작업)을 졸업하며 부활의 시동을 거나 싶었는데 '승부사'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 기술력은 강했으나...  


팬택이 처한 상황은 지금의 시장 환경이 기술력만으로는 승부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날로 격심해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기술력 외에도 자금력과 브랜드파워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산으로 대변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변화의 파도에 올라탄 기업은 살아남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몰락한다. 한때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노키아와 모토로라, 블랙베리는 경쟁사에 인수되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등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산업구도 재편은 잠시 팬택에게 기회로 다가오는 듯 했다. 지난해 말까지 팬택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전자를 제치고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해외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애플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해외 사업이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해외 사업을 하나씩 접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LG전자의 급부상으로 팬택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연초만해도 국내 시장점유율이 15%였으나 최근 10% 초반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자금+브랜드에서 밀렸다 

 

팬택이 무너진 이유는 자금력에서 경쟁 업체에 밀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막강한 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제조사는 물론 통신사와 광고· 마케팅 업체까지 계열사로 두고 있다. 벤처로 시작해 휴대폰 생산만 주력으로 하고 있는 팬택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강적이다.


보조금 경쟁에서도 밀린다.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살 때에는 통신사 외에도 제조사로부터 단말기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삼성·LG전자는 기존 제품을 밀어내기 위해 혹은 상대방 신제품의 판매를 방해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뿌린다. 돈으로 돈을 버는 이른바 '쩐의 전쟁' 구조다. 팬택이 제품 출고가를 저렴하게 책정해도 유통단계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팬택은 애프터서비스(AS)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사업 밑천이 부족하다 보니 기술력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주요 IT기업들은 스마트폰 신제품으로 격전을 벌이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다.

 

박갑주 건국대 경영학 교수는 "IT 산업은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거기에 상응하는 상품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러한 시장 환경에선 대기업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팬택 경영진은 경영권을 고수하면서 단독으로 회사를 꾸리기 보다 자본력이 있는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회사를 살리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팬택이 살아남기 위해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팬택은 박병엽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준우 대표 체제로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 사업을 축소하고 원가와 비용절감을 위해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등 당분간 수익성 제고라는 큰 틀에서 움직일 계획이다. 제품 사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에 서비스센터를 개설하고 지속적인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펼쳐 기존 이용자의 이탈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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