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당초 올해 봄에 내놓을 계획이었던 타이젠 운영체제(OS) 스마트폰 출시 일정을 또 미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코모는 삼성전자 등과 공동으로 개발해 온 모바일 OS 타이젠을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당분간 보류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도코모는 모바일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감안해 타이젠폰 도입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미정"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도코모가 매년 5월과 10월에 각각 발표하는 신제품 목록에 타이젠폰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 앞으로 1년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코모는 삼성전자측과 협의를 통해 타이젠폰 출시 연기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도코모는 타이젠폰을 지난해 10월에 내놓기로 했다가 올해 봄으로 미뤘으나 이번에 또한번 연기한 것이다. 출시일을 재차 미룬 것은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라기 보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와 도코모 내부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MM종합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출하대수는 2990만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도코모는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지 않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가운데 신흥 OS인 타이젠이 진입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구글과 애플이 양강 체제를 지키고 있는 OS 시장에 제 3의 OS인 타이젠을 밀어 넣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도코모 내부 사정이 빠듯해 신형 OS폰을 도입할 때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도코모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애플 아이폰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도코모는 소프트뱅크와 KDDI 등 경쟁사들이 아이폰을 내걸고 위협해 오자 대대적인 현금 이벤트를 벌이면서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아이폰 판매 촉진에 공을 들이느라 타이젠폰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도코모는 타이젠폰 출시 연기가 타이젠연합에서 이탈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신흥 OS 출시 일정에 맞춰 타이젠용 응용 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온 기업들이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신문은 타이젠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장려해온 도코모가 개발 업체들에 보상할 해야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인텔이 이끄는 타이젠연합은 내달 열리는 세계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개막 전날 공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타이젠연합은 지난달 19일에 공개 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초청장을 업계 관계자와 일부 외신들에 보냈다. 타이젠연합은 이번 행사에서 무엇을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타이젠 OS이거나 이를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타이젠은 구글-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 OS 양강 체제를 깨뜨릴만한 강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세계 휴대폰, 스마트폰 시장을 휩쓸고 있는 삼성전자와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인텔을 두 축으로 하는 타이젠 연합은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NEC, 파나소닉, 후지쯔, NTT도코모, 보다폰, 오렌지, 스프린트, 화웨이 등 회원사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