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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식성 中레노버]②스마트폰도 소화할까

  • 2014.02.04(화) 16:34

모토로라와 시너지 효과 '회의적 시선 많아'
점유율·브랜드 파워 '삼성-애플'에 밀려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밝힌 다음 날인 1월30일(현지시간) 홍콩 거래소에서 레노버 주가는 전일대비 8% 급락했다. 레노버가 연거푸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발표하면서 재무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지난달 23일에 IBM으로부터 23억달러(한화 2조5000억원)를 들여 서버 사업을 사들인다 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29억1000만달러 규모의 모토로라 인수건을 추가로 발표한 것이다. 이달 들어 레노버가 발표한 2건의 M&A 비용은 총 52억달러(한화 5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8배 규모다.


◇레노버 스마트폰, 중국 외 지역선 존재감 없어 

 

투자자들이 무엇보다 걱정하는 것은 모토로라와의 시너지 효과다. ‘레노버+모토로라 연합’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수치상 단숨에 3위로 오르지만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이 많다. 스마트폰 사업에 큰 도움이 안될 모토로라를 굳이 사들일 필요가 있느냐란 회의론이 나온다.   

 

우선 레노버+모토로라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최대 경쟁사 삼성전자 및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힘이 없어 보인다. 레노버는 ‘안방’인 중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 11%를 기록하며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자국 시장에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바깥 지역에선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레노버는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을 자국에서 벌어들인다.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 매출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내수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레노버는 중국을 제외한 바깥 시장에서 0.8%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 외 지역에선 점유율이 1%도 안되는 것이다. 같은 기간 모토로라는 중국 외 지역에서 2.4%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중국에서는 판매량이 고작 10만대로 점유율이 0.1%에 불과하다.

 

레노버는 세계 주요 스마트폰 시장이자 쟁쟁한 제조사들이 격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에 아직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화웨이나 ZTE 등 다른 중국 제조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나 레노버는 진출 조차 안한 것이다. 레노버는 거대한 내수에 힘입어 덩치를 불리긴 했으나 '우물 안 개구리'다. 모토로라 역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레노버+모토로라는 사실상 '두 약체의 만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애플 2강 체제 흔들기엔 역부족

 

레노버+모토로라의 점유율 자체도 삼성전자, 애플에 비해 한참 모자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레노버 점유율은 4.5%(5위), 모토로라는 1% 가량으로 총 5.5%이다. 수치상 화웨이(4.9%)를 근소하게 제치며 세계 3위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5%대 점유율은 31%의 삼성전자와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다. 애플(15.3%)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레노버와 모토로라가 비록 스마트폰 시장 2위군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나 삼성-애플 ‘2강 체제’를 흔드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브랜드 파워면에서 레노버와 모토로라는 삼성전자, 애플의 벽이 한참 높게 보일 것이다. 브랜드 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의 2013년도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Best Global Brand)' 조사에 따르면 애플과 삼성의 브랜드 인지도는 각각 1위, 8위다. 반면 레노버와 모토로라는 둘 다 100위권 안에 들지 못한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란 분석은 국내 증권사에서도 나오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모토로라의 특허 가치가 대부분 포함되지 않은 ‘핸드셋 제조 부분’"이라며 "모토로라의 주력이라 할 미국과 중남미에서 스마트폰 점유율(3Q13 기준)은 각 3.5%, 6.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민희 IM투자증권 연구원도 "레노버가 2005년에 IBM의 PC 사업을 인수해 완전 통합하는데 2~3년이 걸렸듯이 전혀 다른 문화와 인력, 그리고 모토로라의 악화된 재무상태, 이미 상실된 하드웨어 경쟁력을 고려할 때 양사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버와 스마트폰 사업 동시 확장..재무적 부담

레노버가 적자 기업인 모토로라를 떠안은 것은 재무적으로도 부담이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9억28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해 전년 6억1600만달러 적자에서 손실폭이 확대됐다. 모토로라가 수익을 개선하기 위해선 레노버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겠으나 레노버가 신경 쓸 여력은 없어 보인다. 레노버는 IBM 서버 사업에도 거액을 들여 사들였기 때문이다. 서버와 스마트폰 사업은 영역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레노버가 동시에 공략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권사인 스탠포드 번스타인의 앨버트 모엘 애널리스트는 "레노버가 이러한 위험 속으로 뛰어든 것이 놀랍다"라며 "레노버는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물어뜯으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과욕을 부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레노버도 할말이 많을 것이다. 레노버가 8년 전 IBM의 PC 사업을 인수할 때에도 회의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시장에선 "레노버가 자사 PC 사업 보다 규모가 훨씬 큰 IBM 사업부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란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양위안칭 레노버 CEO는 "일부에서는 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격"이라고 지적이 나왔다고 회고한다.

 

이러한 우려에도 레노버는 지난해 세계 PC 시장에서 HP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IBM PC 사업을 인수했을 때 경험을 살려 스마트폰에서도 또 한번의 신화를 쓸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레노버는 모토로라를 미국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양 CEO는 지난달 29일 모토로라 인수 발표 때 "레노버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으나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지름길을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모토로라는 여전히 스마트폰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노버는 미국 시장에선 모토로라 브랜드로, 중국에서 레노버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파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이라고 양 CEO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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