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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검열 논란]①<Inside Story>'내 카톡도?'..오해와 진실

  • 2014.10.02(목) 17:49

'카카오톡' 많이 쓰시죠.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3720만명) 가운데 94%가 쓴다고 하니 2G(2세대)폰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폰에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요즘엔 어르신을 위한 폴더형 방식의 카카오톡 전용폰이 나올 정도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메신저 입니다.

 

카톡 채팅방에는 잡다한 대화부터 사진, 동영상, 심지어 선물까지 오가는데요. 만약 누군가가 내 대화 내용을 엿본다면 어떨까요. 요즘 사이버 검열 논란 때문에 혹시 나도 털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옛 소련 정보기관(KGB) 감시망도 뚫을 수 없을 정도라는 '텔레그램' 메신저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카톡은 '안전지대'가 아닌 것일까요. 카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측에 따르면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게 많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떤 오해가 생기고 있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서버에 몇달치 채팅방 대화 내용을 보관한다?

 

'내 대화 내용이 얼마 동안 카톡 서버에 저장되나'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것입니다. 카카오톡은 지난 2010년 3월 아이폰 앱으로 첫 선을 보였는데요. 벌써 4년째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 다음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모조리 서버에 보관한다면 데이터 규모나 관리 비용이 엄청날 텐데요.

 

다음카카오 정책에 따르면 채팅방 대화 내용은 평균 5~7일 서버에 저장됩니다. 이를 '서버 데이터 베이스 교체 주기'라고 표현하는데요. 최근 일주일치 대화 내용만 남긴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닷새면 닷새, 이레면 이레지 왜 5~7일로 기간을 잡을까요. 이는 그때 그때마다 몰리는 데이터량이 다르기 때문이라 합니다. 데이터가 많이 몰릴 때에는 보관 기간이 짧아지고 그렇지 않을 때는 길어진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설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이 메시지 사용량이 폭증할 때에는 짧아지고 평소 한산할 때에는 조금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늘어난다 해도 최대 10일까지로 상한을 두고 있습니다. 보관 기간을 딱 며칠이라고 못박지 않고 다소 유동적으로 밝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다음카카오가 대화 내용을 서버에 잠시 보관하는 것은 편의를 위해서 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 여행을 갔다 오느라 카톡을 오랜만에 다시 켰을 때, 혹은 PC 버전에서 켰을 때 상대방이 그동안 보낸 메시지가 하나도 안 뜨면 대화 흐름이 뚝 끊기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최소한 며칠 전 오갔던 대화 내용이 남아 있어야 불편하지 않겠죠.

 

-왜 내 스마트폰에는 훨씬 오래 전 기록도 고스란히 남아 있나.

 

이용자가 볼 때, 대화 내용은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종료하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는 내 스마트폰 저장 장치에 대화 내용이 따로 보관되기 때문인데요. 다음카카오에선 이를 서버(server)와 클라이언트(client) 시스템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즉 다음카카오 서버와 별개로 내 스마트폰(클라이언트) 저장 공간에도 대화 내용이 축적된다는 것인데요. 스마트폰을 교체하고 이전과 같은 계정으로 카톡을 실행시킬 때 이전 기록이 다 날아가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정 기관이 내 대화 내용을 모조리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얼마 전 경찰이 노동당 부대표를 수사하면서 카톡 대화록을 검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정 기관이 개인의 카톡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사실 다음카카오 같은 인터넷 사업자는 법원의 영장이 발부되면 법에 따라 대화 내용 등을 넘겨야 합니다. 지난번 세월호 참사 때에도 수사 기관이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승무원들의 카톡 대화 내용을 가져갔는데요. 수사 기관이 요청하면 업체 입장에선 협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법 기관인 법원의 영장을 들이 밀어야 가능한데요. 이는 다음카카오 뿐만 아니라 SK컴즈의 '네이트온'이나 네이버의 '라인' 등 다른 메신저 업체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잘못 알려진 게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다음카카오측이 대화 내용을 5~7일간 보관한다 해놓고 실제로 경찰이 가져간 것은 무려 40일치의 대화록이라는 겁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강력하게 부인합니다. '평균 5~7일' 정책은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지켜온 것이며 이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40일치의 대화록이 넘겨졌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느냐에 대해선 '영장에 기재된 기간=다음카카오가 경찰에 실제로 넘긴 대화록 기간'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찰이 40일간의 대화록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다음카카오는 그 기간만큼 온전하게 대화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남은 자료만 협조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당사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경찰이 실제 가져간 대화록은 40일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화 많던 카톡방, 압수수색 소식 듣고 침묵"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일단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대화록 요청 기간은 5월1일~6월10일, 40일간입니다.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날짜는 6월17일이고요. 정 부대표가 경찰에 확인을 해보니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6월10일 하루치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경찰이 그 이전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다음카카오 보관 정책의 최대 기간이 딱 그 시점(10일)에 걸렸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만약 영장 발부가 며칠 늦어 졌다면 그 기간(5월1일~6월10일) 대화 내용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정리하자면 영장에 적힌 기간(40일)이 곧 다음카카오가 실제로 보관한 기간은 아니라는 것이죠.   

 

-사정 기관이 아닌 제3자는 카톡을 엿볼 수 없나.

 

스마트폰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는 사실 해킹 등을 통해 유출될 수 있습니다. 카톡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해커가 카톡 서버를 직접 공격해 자료를 빼가기 보다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이를 심어 놓는 간단한 방법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보안 업계에 따르면 해커가 스마트폰 방어벽을 뚫고 개인 정보를 채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카카오 서버를 뚫을 바에야 보안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개인 스마트폰에 침투하는게 낫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되면 며칠치 대화록이 문제가 아니라 수년째 오고간 대화가 한번에 털릴 수 있습니다. 이는 다음카카오 서버 보안과 별개의 문제로, 내 스마트폰 방어벽이 얼마나 튼튼하느냐 하는 문제 입니다. 개인 스스로 백신을 자주 업데이트 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카카오를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개인정보 이슈에 민감해 합니다. 경찰이 수사 목적으로 고객 정보를 요청할 때 관련법에 따라 협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뭔가 석연찮은 게 있거나 잘못 알려진 게 있다면 사용자들로부터 의심을 받고 이는 곧 고객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고객 정보 관리가 인터넷 기업의 생명이라 함부로 다룬다는 인상을 줄 수 없고 실제로도 매우 조심스러워 합니다.

 

마침 2일 다음카카오는 카톡 대화 내용을 기존보다 단축해 2~3일로 축소한다고 밝혔는데요. 저장 기간을 단축한 것은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따른 대화내용 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입니다. 보통 수사기관이 법원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거쳐 자료를 요청하는데 2~3일 이상 걸리는데요. 경찰이 영장을 받아와도 남아 있는 자료가 없게 하려는 것이죠. '국민 메신저' 카톡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개인 스스로 보안에 신경 써야겠지만 다음카카오 역시 정책을 가다듬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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