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정부 수사기관으로부터 요청 받은 고객정보 내역을 전격 공개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들은 이미 4년 전부터 '투명성 보고서'란 이름으로 관련 자료를 내놓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처음이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이용자들 사이에서 다음카카오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다.
다음카카오가 지난 8일 공개한 '카카오톡 정보제공 현황'에는 수사 기관으로부터 요청받은 고객 정보 제공 건수와 실제로 제공한 건수가 작년 초부터 올 상반기까지 6개월 단위로 묶여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통신자료-전화번호와 아이디(ID) 닉네임, 서비스 가입 또는 해지일 ▲통신사실확인자료-로그기록(메시지를 주고 받은 날짜·시간 등을 기록한 간략 정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감청 영장-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중범죄에 대해 적용되는 것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수사하기 위해 통신제한조치를 요청하는 것 ▲압수수색영장 -형사소송법상 기업 서버에 담긴 고객의 정보를 요청하는 것 등 4가지 항목이다.
다음카카오는 항목별로 요청받은 건수와 실제로 넘겨준 수치(처리율)를 집계했다. 아울러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러한 내용의 투명성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카카오가 이례적으로 투명성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검열 논란에 더 이상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검찰의 '사이버 공간 허위사실 유포 엄정 대응' 발표로 논란이 촉발되고 '텔레그램으로 망명' 물결이 이어지자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국내 IT 기업 가운데 정부 수사기관의 요청 내역을 공개한 것은 다음카카오가 처음이다. 국내 통신사나 인터넷 기업들은 통신비밀보호법 저촉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수사기관에 제출한 숫자가 통신비밀에 해당하느냐 이슈가 있어 그동안 인터넷 업체들은 굳이 방송통신위원회나 관련 기관이 요청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심기를 괜히 건드릴 수 있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측면이 크다. 표면적으로 법 저촉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의 눈치 때문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주요 인터넷 기업이나 통신사들이 투명성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각 국가의 검열 상황을 고스란히 밝히고 있다.
투명성 보고서는 구글이 지난 2010년 처음 발표했다. 트위터가 2012년에 뒤를 이으면서 참여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이후인 지난해부터 참여 기업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야후, 드롭박스가 적용했고 미국의 주요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별도의 코너를 열고 6개월 단위로 묶어 발표하고 있다. 구글을 예로 들면, 올 상반기 한국 정부로부터 받은 사용자데이터 요청건수가 416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에 대한 정보 요청 외에도 각 국가 정부기관 및 법원으로부터 받은 콘텐츠 삭제 요청 등도 공개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이번 투명성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좀 더 적극적으로 고객 불신 해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0일 다음카카오는 "카톡 대화 내용을 선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일부 언론 보도와 자사 블로그에 이용자들이 제기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다음카카오측은 "투명성 보고서가 의혹을 없앨 수 있는 첫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