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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대 反SKT' 뜨거운 감자 된 방통결합상품

  • 2015.05.12(화) 13:41

SK텔레콤-브로드밴드 결합상품 세력확산
KT·LGU+·케이블TV, 암묵적 연대 조성
업체간 다툼서 학계입 통한 논리전까지

 

'스마트폰·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를 약정기한 동안 쓰면 현금 35만원에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을 공짜로 드려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문고다. 방송통신 서비스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위가 강해지고 있다. 때문에 약정기한을 넘어서까지 한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바보란 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보다 더 강력한 결합상품 유혹이 있다. 요금할인 서비스다. 예를들어 이동전화 4회선·초고속인터넷 1회선·인터넷전화 1회선을 결합해 약정기한 동안 쓰면 매월 4만원의 요금을 깎아준다는 서비스다. 매월 4만원이면 통상 약정기한 3년 동안 할인금액만 144만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외면할 수 없는 조건이다.

 

특히 이동전화는 요즘 초등학생 이상만 되면 대부분 1대씩 소유하고 있어, 이 결합상품에 한번 가입하면 가족 모두가 쉽게 타 이동통신사 서비스로의 전환이 어려워 진다. 이것이 결합상품의 위력이자,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다.   

 

◇'SKT 대 反SKT' 전선형성 배경은

 

현재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50%, 30%, 20%씩 차지하고 있다. 흔히 5대3대2 구조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결합상품으로 한번 묶이면 시장점유율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다. SK텔레콤은 해지율을 낮출 수 있어 시장점유율 50% 유지가 유리해진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가입자를 끌어올 수 없어 점유율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 CJ헬로비전·티브로드·현대HCN과 같은 케이블TV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는 물론 알뜰폰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내 절대강자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결합상품 때문에 오히려 가입자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KT, LG유플러스, 케이블TV 업체들이 반(反)SK텔레콤 연합전선을 구축한 배경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1129만명으로 2008년 168만명에 비해 7배나 늘었다. 이중 SK텔레콤 이동전화를 포함한 가입자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해 유선통신 서비스 강자인 KT를 제치고 2013년 48%로 1위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시장지배력 고착화' 또는 '시장지배력 전이'라고 부른다. 통신서비스는 약정조건 등으로 전환비용이 높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이동통신과 같은 지배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결합상품을 구성하고 할인해줄 경우,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시장지배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소비자입장 "싸면 좋은거 아냐"

 

업체간 이해관계와 달리 소비자가 보는 관점은 굉장히 단순하다. 싸면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정보통신위원회는 지난달 6∼10일 온라인 설문방법을 통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1000명중 결합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862명이었고, 만족한다는 소비자는 60%(매우만족 8.5%, 만족 51.5%)에 달했다.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5.6%(불만족 4.9%, 매우불만족 0.7%), 보통이라는 응답은 34.5% 였다.

 


  
특히 결합상품 가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서비스가격이 91.9%(중복응답)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다음으로 품질(속도·콘텐츠) 78.7%, AS 관리 37.1%, 사은품·혜택 36% 순이었다. 즉 싼요금이 결합상품 선택의 주요 요인인 셈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조사대상 소비자의 59.3%는 결합상품을 이용할 경우 개별상품에 가입하는 것 보다 요금인하 효과가 있다고 응답했다"면서 "정부가 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이동통신시장의 결합상품 판매를 규제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밝혔다.

 

◇反SKT 입장 "정말 싼거야? 중장기적 후생저하"

 

소비자들의 일반적 견해와 달리 학계 일각에서는 결합상품가격 착시효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통신사가 결합상품 할인가격을 감안해 미리 개별상품 가격을 올리고 나서, 결합상품 가격을 깎아주고 있다는 말이다. 마치 아이스크림 출고가를 올리면서 소매점 마다 50% 이상씩 할인 판매해, 소비자로 하여금 싸게 사먹고 있다는 착각에 빠뜨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가 지난 11일 개최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온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결합상품은 단품에 비해 할인가격에 판매되지만 이는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닐 수 있다"면서 "단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놓고 결합상품을 그것보다 싸게 만든다면 소비자는 결합상품을 이전보다 결코 싸게 사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 SK텔레콤 재판매 개시후 순증 점유율 추이

 

이 교수는 또 결합판매 요금할인율이 결합판매를 구성하는 개별서비스 요금의 합을 30%를 넘길 수 없다는 규제도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A사의 경우 상품1(비용 4800원)과 상품2(비용 1200원)를 각각 8000원과 2000원에 판매한다고 하자. 이때 상품1·2 결합상품 가입시 상품1은 18.7% 할인해줘 6500원, 상품2는 25% 할인해줘 1500원을 받아 8000원에 서비스 한다면 총 할인율은 20%다. 이 경우 결합상품 각각의 가격은 비용보다 높고, 총할인율도 30% 미만이어서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하지만 상품1을 구입한 소비자가 추가로 상품2를 A사로부터 구입하는 경우를 따져보면, 실제로 상품2에 지불하는 가격은 공짜가 된다. 이 교수는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 결합판매를 시작한 2009년 이후 나타난 징후를 이동전화 시장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씨앤앰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2010∼2014년 동안 각각 23%, 28%(2010∼2013년 동안), 40%씩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SKT 입장 "경쟁열위社 위한 다른 지원책 찾아야"

 

서울대 경쟁법센터 소속 학자들이 반(反)SK텔레콤 진영과 비슷한 견해를 발표하자, 이번에는 SK텔레콤 측과 입장을 같이하는 학계가 나섰다.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는 12일 오후 세미나를 열고 결합상품 이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사전 입수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김성환 아주대학교 교수는 결합상품에 대해 규제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합상품으로 인한 이용자 및 경쟁구조 고착화 우려에 대해 타당성을 속단하기 어려우며, 시장구조 변화에 대한 향후의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오히려 케이블TV 사업자 등 결합상품 시장에서 경쟁열위사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다른 제도지원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종기 잉카리서치앤컨설팅 대표컨설턴트와 윤용 법무법인율촌 변호사는 사전규제 폐지를 주장한다. 이 대표는 통신산업 및 규제 역사를 볼 때 기존사업자에 대한 도매서비스가 주요 규제대상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윤 변호사는 요금인가제가 비용절감 및 혁신 유인을 떨어뜨리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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