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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결합상품 요금 깎아주기, 눈가리고 아웅"

  • 2015.05.11(월) 15:06

[서울대 경쟁법센터 세미나]
"결합상품, 선발·후발사업자 간 공정경쟁 저해"
"5:3:2 시장구조, 12년간 11조원 사회후생 저하"

 

최근 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지금까지는 일부 소비자단체 주장처럼 결합상품으로 인해 가계통신비가 절감돼 긍정적이라는 논리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 결합상품가격 착시효과 주장이 나와, 서비스 구조를 다시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이 결합상품 할인가격을 감안해 미리 개별상품 가격을 올리고 가격을 깎아주고 있다는 말이다. 아이스크림 출고가를 올리면서 소매점 마다 50% 이상씩 할인 판매해, 마치 소비자로 하여금 싸게 사먹고 있다는 착각에 빠뜨리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는 1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를 열고, 통신시장 결합상품과 관련된 공정경쟁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가 1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이동통신시장 경쟁정책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온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 결합상품은 단품에 비해 할인가격에 판매되지만 이는 진정한 가격할인이 아닐 수 있다"면서 "단품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놓고 결합상품을 그것보다 싸게 만든다면 소비자는 결합상품을 이전보다 결코 싸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결합판매 요금할인율이 결합판매를 구성하는 개별서비스 요금의 합을 30%를 넘길 수 없다는 규제도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A사의 경우 상품1(비용 4800원)과 상품2(비용 1200원)를 각각 8000원과 2000원에 판매한다고 하자. 이때 상품1·2 결합상품 가입시 상품1은 18.7% 할인해줘 6500원, 상품2는 25% 할인해줘 1500원을 받아 8000원에 서비스 한다면 총 할인율은 20%다. 이 경우 결합상품 각각의 가격은 비용보다 높고, 총할인율도 30% 미만이어서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하지만 상품1을 구입한 소비자가 추가로 상품2를 A사로부터 구입하는 경우를 따져보면, 실제로 상품2에 지불하는 가격은 공짜가 된다.

 

이 교수는 "이같은 경우 A사의 결합판매는 경쟁사업자인 B사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서 "상품1 시장에서의 지배적 사업자는 상품2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무선통신 시장에서 지배력을 가진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과 IPTV 시장으로 까지 지배력을 전이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만약 SK텔레콤이 이동통신서비스를 무기로 SK브로드밴드 서비스 재판매를 하지 않았다면,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은 지금보다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추환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약정기한이 긴 통신서비스는 전환비용이 많아 한번 가입하면 타사로 변경하기 어렵다"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배적 서비스를 중심으로 결합상품을 구성하고 조건부 할인을 할 경우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지배력을 고착화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통신시장에는 가입자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이동다회선 중심의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소비자 선택권 제한 및 전환비용 상승 등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통시장에서 5대3대2 시장지배력이 미치는 사회적 후생손실을 분석한 결과,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약 11조원의 후생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단기적 요금경쟁이 사업자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와 혁신을 감소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법학자들도 결합상품이 주는 불공정 경쟁 측면을 강조했다.

 

황태희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고 있는 요금인가제 개선안에 대해 지적했다. 황 교수는 "현재 시장상황에서 요금경쟁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요금인가제 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안할 수 없다"면서 "요금인가제 폐지 등 사전규제 폐지 논의는 규제논리에 따라 비춰볼 때 설득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전규제를 유지하거나 사전규제를 완화하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남용행위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명수 명지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역시 "이동통신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결합상품의 경우 다른 구성상품(초고속인터넷·IPTV) 시장으로의 지배력 확대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통신시장의 경쟁적 구조가 형성될 시기까지 사전적 결합판매 규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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