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발표하면서 통신·미디어 시장이 격변기에 돌입했다. 향후 수 개월내 가시화될 새로운 규제틀과 시장변화가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사업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방송법(케이블TV)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IPTV)으로 나뉜 사업영역간 첫 결합이다. 규제기관이 양사 합병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향후 시장의 새로운 규칙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제3의 사업자간 M&A 또는 협력관계 구축이 나타날 수 있다. 시장내 플레이어(사업자) 관점에서 보면, 콘텐츠 강자인 지상파방송이 플랫폼 진영의 변화속에 누구의 전략을 지지하느냐도 관심사다. 향후 콘텐츠-플랫폼간 싸움에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CJ헬로비전을 매각한 CJ그룹은 콘텐츠계열사인 CJ E&M을 통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어떻게 만들어 낼지도 관심사다. CJ E&M은 CJ헬로비전으로부터 티빙이라는 OTT 사업을 인수하는 만큼,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된 새 사업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규제기관 선택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함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은 전기통신사업법과 방송법·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라 정부승인을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무선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무선통신 가입자를 기반으로 SK브로드밴드의 유선상품 재판매(결합판매 형식)를 리드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TV 1위인 CJ헬로비전이 결합되면 방송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알뜰폰 사업도 쟁점이다. 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텔링크를 통해 알뜰폰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1위 알뜰폰 사업자 CJ헬로비전의 헬로모바일 사업까지 인수하면 독과점 형태를 띄게 된다. 정부는 알뜰폰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신업계 자회사의 경우 별도의 등록 조건을 붙여 시장 진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왔다.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게 중론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는 유료방송시장 가입자의 33% 이상을 점유하지 못한다.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산 유료방송 가입자 비중은 26.0%(7월 기준 729만명)로 33%에 미달한다. KT-KT스카이라이프 유료방송 가입자(849만명)가 1위다.
◇M&A 연쇄반응 나올까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가장 큰 목적은 가입자 늘리기다.
SK텔레콤 이용환 재무관리실장(CFO)는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사업을 했지만 1위 KT와의 가입자 폭은 더 벌어졌다"면서 "415만명의 CJ헬로비전 케이블TV 가입자는 미디어사업 강화에 매력적인 자산이다"고 말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이 70%인 만큼, 인수합병시 가입자 방어 및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 미디어시장 1위 KT와 2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가입자 지위는 확고해질 전망이다. 이는 시장내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한다. 때문에 LG유플러스를 비롯해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을 중심으로 한 제2의 M&A나 전략적제휴가 추진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미 매물로 나와있던 씨앤앰은 매각작업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씨앤앰 대주주는 매각불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장영보 사장 대신 전용주 IHQ 대표를 기용했다. 전 대표는 M&A 분야 전문가로 새로운 매각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씨앤앰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매각 가격이었던 만큼 전 대표도 쉽지 않은 미션을 부여받은 셈이다.
씨앤앰 매각이 불발될 경우, CJ헬로비전과 같은 뜻하지 않는 매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또는 지분교환이나 전략적제휴 형태로 사업자간 협력관계가 맺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으로 동종업계 움직임이 빨라졌다"면서 "M&A를 비롯해 어떤 형태로든 생존전략을 만들어내려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플레이어간 수싸움은
국내 미디어시장은 크게 플랫폼과 콘텐츠 영역으로 나뉜다. 플랫폼 영역에선 KT(KT스카이라이프), SK텔레콤(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양강 구도 속에 LG유플러스,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이 따르고 있다. 콘텐츠 영역에선 지상파방송, CJ E&M 양강 구도 속에 종합편성채널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는 협력자이면서도 경쟁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간 콘텐츠사용료 분쟁이다. 플랫폼 권력이 강해지면 콘텐츠가 끌려다니는 만큼 지상파방송이 이번 SK텔레콤-CJ헬로비전 결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지상파가 보기에 KT·SK텔레콤 양강구도가 자신의 콘텐츠 협상력을 높이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면 지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반대입장에 설 것이다"면서 "이는 업계 분위기를 이끄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관심 사업자는 CJ E&M이다. CJ그룹이 CJ헬로비전 케이블TV 사업을 매각한 대신 OTT 사업은 CJ E&M으로 이전시켰기 때문이다. 즉 CJ E&M은 단순한 콘텐츠 사업자가 아니라 앞으로는 플랫폼과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 또는 CJ헬로비전 지분을 판 CJ오쇼핑을 통해 새로운 사업전략을 펼칠 수도 있어, 향후 나타날 CJ그룹 전략방향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