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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M&A불허]⑦이변은 없었다

  • 2016.07.18(월) 14:52

[업데이트]공정위 "경쟁제한성 적은 기업결합 얼마든지 가능"

▲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이 18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금지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세종=김동훈기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시도가 차단됐다. 두 업체가 합치면 케이블TV와 알뜰폰 사업 영역에서 독과점(경쟁 제한성)이 심해질 것이란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8개월 여만에 나오면서다. 현행법상 공정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중 한 곳에서 인수합병 불허 결정이 나면 기업결합은 이뤄질 수 없다.

 

공정위는 18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이자 케이블TV(SO)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자회사인 IPTV 사업자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려는 사안을 심사한 결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금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 금지 등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이해 관계자들을 불러 6시간가량 최종 의견을 청취한 뒤, 전원회의 의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CJ헬로비전의 23개 유료방송권역 중 21개의 시장점유율이 최대 76%까지 높아져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고, 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SK텔레콤 · KT·LG유플러스 등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를 견제하면서 가격·서비스 경쟁을 주도해왔던 알뜰폰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도 사라지게 돼 소비자의 선택권은 침해되는 반면, 합병법인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될 우려도 작용했다.  

 

주요 쟁점이었던 유료방송 서비스의 지리적 시장 획정에 대해 공정위는 전국이 아닌 권역별 방송 권역을 지리적 시장으로 획정했다. 가령 케이블TV나 IPTV들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권역에선 비싼 요금을 받고, 낮은 곳에선 저렴한 요금제나 사은품을 제공하는 등 권역별로 시장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앞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IPTV 등 전국 사업자가 권역별로 흩어진 케이블TV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양사 합병법인의 권역별 점유율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강화한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반박해왔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기업결합은 유료방송시장의 케이블TV-IPTV 등 서로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의 결합인 동시에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 여러 시장에서 수평·수직형 결합이 발생한다"며 "이처럼 경쟁 제한성이 혼재돼 있어 행태적 조치나 일부 자산 매각만으로는 이들을 모두 치유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신 처장은 "SK텔레콤, CJ헬로비전과 다르게 경쟁 제한성이 적은 기업의 결합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 "(방송통신 업계에 존재한 50% 이상 점유율 제한 등) 시장 점유율 제한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영선 사무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알뜰폰은 이통통신사의 하위사업에 불과하고 가입자 수도 정체 상태다. 과연 CJ헬로비전이 이 사업으로 경쟁제한성(독과점)을 높이겠는가. 또 알뜰폰은 시장 혁신자 기능도 하고 이통시장에서 요금 인하 역할을 했다

▲알뜰폴은 지난 2010년 도입 이후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를 견제하는 효과가 컸다. 이통시장에서 1~2% 점유율을 높이기란 굉장히 어렵다. 이통 3사의 5대 3대 2 구도가 고착화돼 있지 않은가. 그러나 알뜰폰은 2010년 도입 이후 5~6년간 10% 이상으로 성장했다. 굉장히 높은 성장세다. 이처럼 요금 인하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을 인수합병으로 시장에서 제거하면 경쟁이 제한 당한다.


-유료방송 권역 관련한 질문이다. 공정위는 유럽과 미국도 권역별로 시장을 획정했다는 사례를 들었는데, 자료들에 따르면 권역별 획정 사례는 이례적이고 국가별 획정 사례가 많다는데 이 자료도 검토했나

▲해외 사례의 경우 미국은 위성방송사업자간 결합도 사업 범위가 전국임에도 지역시장별로 획정한 걸로 알고 있다. 많은 사례가 권역별로 획정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공정위는 봤다. 하지만 홈쇼핑, 광고 등이 유료방송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회사가 요금을 인상해서 가입자 줄어들 수 있는데, 광고 매출 타격을 불사할지 의문이다

▲유료방송업체의 수입 중에 광고 등도 있겠으나, 여전히 수신료 수입이 제일 크다.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는 것만으로 경쟁 제한성을 판단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 전환율' 분석이다. 결합당사회사간 구매전환율이 클수록 가격 인상 효과가 크다.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가격인상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UPP'(Upward Pricing Pressure·가격인상압력) 분석도 했다. 선진 경쟁당국에서 많이 사용한다. 이번에 UPP 값이 양수로 나타났고, 결합 후 가격인상 가능성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UPP 지수가 얼마 이상이면 높다고 볼 수 있나

▲기업 결합심사에서 경쟁 제한성을 평가하는 것은 시장 점유율이 얼마 이상이라는 게 중요하지만, 결합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얼마나 될 것인지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 UPP는 양의 값을 가지면 기업결합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데이터는 결합당사회사와 경쟁사업자의 데이터 모두 고려해 분석했다. 경쟁사업자가 제출한 UPP가 당사 기업보다 높게 나왔으나 모두 고려한 판단이다. 

 

-구매전환율은

▲구매전환율은 A와 B회사 결합이 없을 때 A가 요금을 올리면 수요가 B로 넘어가므로 가격을 못 올리는데, 양사가 결합했을 때 A가 올리면 요금인상 요인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구매전환율을 결합 당사자는 30~32%, 경쟁사업자는 39% 정도로 봤다. 어떤 분석을 한다고 해도 결합당사회사에 유리한 것이다.


-이번 건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시장 독과점을 방지하는 것보다 시장 점유율을 50%로 제한하는 조치가 좋다는 의견이 있다. 방통위나 이동통신업계에서 실제로 활용됐다. 그래서 이번 합병 금지는 이해 안 간다. CJ헬로비전 점유율을 제한하는 조치를 하면 기존 독과점 있었던 부분도 자연스레 해소되는 것 아닌가

▲경쟁을 해서 시장점유율이 올라갈 수 있는데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건 바람직한 조치가 아니다. 행태 조치로 가능한지를 면밀히 따져봤고, 행태조치로 실효성 있는 시정이 어렵다 판단했다. 그밖의 자산매각 조치 등으로도 부족하다 판단했으므로 이번처럼 판단한 것이다.

 

-양사 결합이 이동통신 도매시장에서 경쟁 도매 공급자들을 봉쇄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는
▲망이 없는 사업자도 이통3사에 도매 대가를 지불하고 사업한다. CJ헬로비전이 알뜰폰 1위 사업자인데 SK텔레콤과 결합된다. CJ헬로비전은 기존엔 KT망 빌렸다. 도매 판매자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다. CJ헬로비전이 기존에 KT로부터 사오다가 SK텔레콤에 붙는 것이다. 판매선이 봉쇄된다. 거래 기준으로 치면 봉쇄 효과가 55%다.

 

-공정위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8개월 정도 걸렸다. 조사가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계획은 없나

▲시간이 많이 걸린 이유는 방대한 자료와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실제 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경쟁 제한성 판단이다. 유료방송시장은 전국·지역 등 시장 획정에 따라 판단 달라질 수 있어서 면밀히 검토했다. 미국은 1, 2단계로 나눠지는데, 경쟁 제한성이 없으면 심사가 중단되고, 2단계로 넘어가면 60일 동안 방향을 결정한다. 그 다음에 조치 수준을 결정한다. 이건 거의 무기한이다. 미국은 결합 당사자들이 이렇게 시정조치 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당국이 그 제안을 검토해서 그대로 하거나 다른 것과 병행해서 하거나 불허한다. 시정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깊었다. 해외사례 분석하다보니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짧게 하면 졸속으로 심사했다고 비판했을 것이다.


-공정위 결론 두고 이중규제란 지적 나온다. 작년 6월부터 방통위는 전국단위 합산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공정위가 2014년 이전 권역별 기준을 사용하느냐는 비판이다. 양사가 합쳐도 1위 사업자는 여전히 KT다.  역차별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단한 오해다. KT는 1위 아니다. 점유율은 시장을 어찌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소주 사건도 소주와 맥주가 대체 관계 있는지, 음료수의 경우 콜라와 사이다가 대체 관계가 있는지 등 수요와 대체 관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따라 경쟁 상황을 본다. 유료방송은 구역별로 경쟁이 이뤄진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다 다르다. 전국으로 볼 때 KT가 1위라 보는 것과 공정거래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기업결합에서는 시장획정이 중요한데, 공정위는 구역별로 보는 것이다. 이중 규제도 아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그쪽 법 목적에 따른 것이고 공정거래법은 경쟁 제한성 있는 기업결합을 차단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합산 규제의 경우도 오해다. 과거에는 SO는 SO대로 구역 3분의 1 갖지 마라는 규제가 있었고, 위성방송사업자는 규제가 없었다. 합산 규제가 도입된 취지는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 똑같은 유료방송사업자다. SO 따로 위성방송 사업자 따로 IPTV 사업자 따로. 더 나아가 과거에 공정위가 이런 권역 규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하는데 그것도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경쟁촉진을 주창하는 기관이다. 권역별로 쪼개서 보지 말고 권역별 규제 폐지하거나 광역화하자고 저희가 규제개선 일환으로 하는 것이다. 계속 주장할 것이다. SO는 요금 승인을 받는데, 이건 상한제다. IPTV는 승인 받는 요금제로만 판매하게 돼 있다. 상품권 사은품 이런 걸 준다. 그게 실질적인 가격인하 경쟁이다. 이런 결합으로 그런 게 막히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금전적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다. 특정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높을수록 경쟁이 없기 때문에 요금이 높아진다.

 

-공정위의 결정이 방송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금지한 건 이통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알뜰폰 1위 CJ헬로비전의 결합이다. 경쟁 제한 우려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금지한 것이다. 이통사와 SO 간 결합은 있을 수 있고, 여러 조합의 결합도 있을 수 있다. 경쟁제한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심사해봐야 알겠지만, 이번 건보다 경쟁 제한성이 적은 기업결합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당사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전에 미래부에 심사결과를 통보했다. 미래부가 관련 절차에 따라 조치할 것이다


-기업들이 행정소송을 걸 수도 있나
▲행정처분을 내린 거니까 다른 사업자들과 다를 게 없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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