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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회장 '사업은 안전성 보단 리스크테이킹'

  • 2016.07.29(금) 16:11

[전경련 CEO 하계포럼] 성공 경험담 전해
"절박해야 변신 가능..韓 바이오밸리 필요"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9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평창=김동훈 기자] "현재 있는 사업 모델을 따라가는 건 장사 수준에 불과합니다. 사업이란 미래를 예측하고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을 하는 것이지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29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CEO 하계포럼'에 참석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서 성공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서 회장은 "46살이던 2000년 대우차 임원이었는데 회사가 무너질 때 후배 5명이 중국음식점, 깁밥장사를 한다고 하는 꼴이 보기 싫어서, 그들과 5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무슨 사업을 할까 고민하던 중 후배들이 신문을 읽고선 인터넷, 바이오, 엔터 사업이 유망하다고 하길래 바이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약이나 의학을 그땐 전혀 몰랐지만 사업에는 전공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모르는 분야라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어학도 외우면 되고, 의학도 4년 동안 독학해보니 별거 아니더라는 게 서 회장 생각이다.

 

그는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업하진 않았다. 서 회장은 바이오 산업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초기 가르쳐 주는 이는 없었다. 싸구려 모텔에 머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이트를 뒤지거나 노벨상을 받은 대학 교수들을 쫓아다니면서 제약산업을 공부했다. 유명 바이오 기업인 제넨텍의 CEO를 만나고자 했으나, 거절당하자 오기로 버텼다고 전했다.

그는 "대우차 근무시절 일본 도요타 공장 견학을 2주일 간 하는 데 120억원을 내고 배웠던 것에 비하면 바이오는 FDA에 정보가 많이 수록돼 있어 쉬운 편이었다"며 "시체 해부 프로그램을 통해 시신 14구를 해부하면서 의학에 대해서도 공부했다"고 전했다. 절박해야 변신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1년여 미국에서 공부를 거듭한 끝에 사업에 뛰어들어 KT&G에서 200억원 투자를 받고 엔젤 투자자로 등으로부터 200억원 추가 투자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송도 신도시 갯벌 땅 3만평을 15억원에 사고 그 땅을 담보로 농협에서 800억원을 대출 받아 1200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송도 신도시는 개발이 안 될 확률이 없어 보여 과감하게 샀다"면서 "사업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제안도 내놨다. 서 회장은 "앞으로는 바이오 시장의 75%에 달하는 제약 외에도 의료기기, 헬스케어, IT 융합 분야 등이 커질 것"이라며 "이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사업자들이 서로 연계망을 갖추는 바이오 밸리가 필요한 데 한국의 바이오 밸리는 지자체마다 흩어져 있어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한국 바이오 기술은 미국과 4년 정도 차이가 나지만, 앞으로 1~2년 격차로 좁힐 수 있다"면서 "셀트리온이 세계 시장에 먼저 나갈테니 다른 기업들이 따라와 준다면 지식과 경험을 나눌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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