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인사의 꼭대기에 선 최고경영자(CEO)는 기업의 방향성을 좌우한다. 방향성은 기업의 흥망을 뒤흔든다. 최근 통신 업계도 수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을 속속 교체하고 있어 이들의 발걸음에 관심이 쏠린다. '손 안의 경제' 이동통신분야뿐만 아니라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통신을 넘어선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는 기업들이라서 더욱 그렇다. 이번 인사를 통해 통신의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통신기업 KT는 인사가 망사가 됐다. 나라를 흔들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낙하산 임원 인사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회사 이름을 올리면서 매년 12월이면 하던 임원 인사는 물론 조직개편과 내년 경영계획 수립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황창규 회장 거취는
무엇보다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가 관심이다. 최종 결정자의 진퇴가 불확실한 상황에선 내년 경영계획이든 조직개편이든 확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일정상 늦어도 내년 1월 중으로 연임 의사를 밝혀야 하지만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지난 2014년 1월 KT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한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총일까지다. KT는 황 회장의 연임이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논의하는 CEO 추천위원회(사외이사 7인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를 주총 60일 전까지 꾸려야 한다. 또 CEO 추천은 주총 소집 공고 3주 전에 하면 되므로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 회장은 내년 초에도 비중 있는 대외 활동을 예고해 연임 의사가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 회장은 내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의 기조연설자로 이름을 올렸다. KT가 그동안 강조한 5G(5세대 이동통신), 기가 인터넷 등을 강조하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황 회장이 연임하되 임기는 '1년+알파(α)'로 제한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황 회장의 실적이 양호했고 초대형 정치 게이트에 얽힌 기업에 CEO로 오려는 인물이 있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하지만 이런 '조건부 연임' 관측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년 플러스 알파라는 말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재신임을 받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이는 그동안 민영 기업인 KT의 회장이나 임원 인사 문제에 개입한 정부가 비판받는 상황에서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T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은 임기까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까진 연임과 관련해선 어떤 것도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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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은 좋은데
황 회장의 지난 3년간 성적표는 우수할까.
실적 부문을 보면 황 회장이 부임하기 전인 지난 2013년 KT의 매출액은 23조8106억원이었고, 그가 취임한 해인 지난 2014년은 22조3117억원, 작년 22조2812억원에 이어 올해는 22조5111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3년 8394억원, 지난 2014년 마이너스(-) 4066억원, 작년 1조2929억원, 올해 1조486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4년 8300명이 넘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 등 일회성 비용 급증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부정적 영향에서 성공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KT 관계자는 "과거에는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판매할 때 보조금을 30만원 쓰면 100만원이 매출로 잡혔는데, 단통법 이후에는 회계 기준이 바뀌어 70만원만 매출로 잡힌 점을 고려하면 훌륭한 성적"이라고 말했다.
▲ [사진=KT] |
◇ 내년에도 기가 인터넷·5G 민다
황 회장이 연임할 경우 그가 취임 직후 제시한 '기가토피아'의 성과를 확인하는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가토피아는 지능형 기가 네트워크로 사물과 인간이 연결돼 각종 융합 서비스가 제공되는 세상을 뜻한다. 주요 사업영역은 속도, 안전감시, 빅데이터, 보안 등 4가지다.
특히 황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한 기가 인터넷은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사업 부문의 성장을 견인하는 등 유선 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2014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KT의 초고속인터넷 부문 누적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4조934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존 사업 외에도 내년에는 1분기 협대역 사물인터넷(NB-IoT) 전용망 구축, 내후년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 5G 시범 서비스 등 경영상 매우 중대한 과제도 쌓여 있어 수장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KT는 황 회장의 연임 여부와 무관하게 작은 규모로 조직개편을 진행 중이고, 사업 방향성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며 "다만, CEO의 연임 또는 교체가 여전히 불확실한 까닭에 경영계획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